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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랴 Oct 05. 2024

아무 이유 없어도 그냥 잘했다고 해준다

미루는 일이 대체로 잘 해내고 싶은 인정 욕구와 맞닿아있다.


다른 사람에게도 있지만 내가 나에게 실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인정받고 싶고 잘했다는 소리를 스스로에게 너무 듣고 싶은 거였다.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너무 잘하고 싶고 완벽하게 해내고 싶을 때는 몇 달 몇 년이 지나도 해내지 못했고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만큼만 내 역량만큼만 해보자 했을 때는 몇 시간 하루 혹은 3일 이면 충분했다. 두 가지가 다 같은 일이었는데 그러했다.


인정과 칭찬은 평고에 스스로에게 그냥 자주 해주면 되더라. 별 이유 없이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을 때마다 듣고 싶을 때마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뭔가를 잘한 일을 포함해서 밥을 다른 날보다 더 잘 챙겨 먹었다거나 평소보다 세수를 잘했다든가 뭔가 핑계를 대서라도 아싸! 라거나 역시 나야!, 나니까 했지!, 좋아! 같은 말을 사소하거나 별 거 아닌데도 붙여주면서 그냥 잘했다고 해준다.


그러면 인정받고 싶고 잘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어쩌다가 결과가 완벽하게 좋았을 뿐인 특별한 날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아직도 갈증이 일고 기다리는 마음이 잔여물처럼 잔재하는데 곧 그것마저 남김없이 정화될 거란걸 안다. 내가 계속 그러고 있으니까. 


누가 그랬다. 아무 이유가 없는대도 좋다고 말해주는 건 그 자체로 사랑이라고. 사랑이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좋다고 느끼고 말해줄 수 있는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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