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ily track 001
초등학교를 다닐 정도의 어린시절 아침마다 엄마가 갈아주던 사과 주스는 알람 시계의 시끄러운 소리보다 더 리얼하고 싱그럽게 내 아침을 깨워주었다. 한 손에 잡기에는 모자라지도 크지도 않은 반듯한 유리컵 안에 든 노란 주스. 어떤 날에는 손에 쥔 컵 안으로 좀 진한 감귤색이 찰랑거리기도 했는데 당근이 들어간 날이었다. 그때의 엄마보다 더 나이가 든 지금의 딸은 이제야 얼마나 성가신 일을 엄마는 해주었구나 싶다. 나는 맞추면 울리는 알람처럼 당연하게 받아먹었을 뿐이었다. 아무튼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식힌 사과와 당근의 즙은 정말 맛났다. 만화 영화 속 큰 혀를 가진 강아지 캐릭터가 바닥이 보일 때까지 싹싹 수프를 핥아먹듯 나도 츕츕 소리를 내며 원샷을 하곤 했다. 그때부터였다. 사과의 맛을 알게 된 게.
마르셀 프루스트가 쓴 프랑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홍차에 적셔 먹은 마들렌의 향을 맡은 작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제목 그대로 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간다. (이 소설은 어린 내가 읽기에는 어려운 문체와 의식의 흐름 따라 흘러가는 방대한 페이지 수 등등으로 인해 도전 중간에 읽다 관뒀지만)
홍차와 마들렌처럼 사과는 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깨워준다. 아삭아삭하게 베어 물면 단 향과 새콤한 주스가 입 안에서 감돌고, 한 입마다 친숙해 셔 행복감이 솟아난다. 이렇듯 사과가 너무 좋다 보니 관련 서적이나 사과 그림, 영화 속 주인공이 사과를 깎는 장면마저도 사과만 보이면 눈길이 간다.
그래서 오늘의 마이 데일리 트랙에서는 책장에 꽂혀 있는 한 권을 소개.
<APPLES>이다.
주로 글보다는 그림과 가지각색의 사과 이름들을 넘겨 본다. 243p에 달하는 방대한 사과에 대한 데이터 (역사적 기원, 생산지 정보, 맛과 향에 관한 코멘트, 응용할 수 있는 요리 종류까지!)도 놀랍지만 사실, 이 책의 묘미는 마지막 장에 에필로그처럼 실린 APPLE ARGOT (사전을 찾아봤더니 '사과와 관련된 은어')이다.
그중에 재미난 내용 몇 개를 클립!
Dessert apple. A variety particularly suited to eating out of hand --- that is to say, uncooked.
(디저트 애플. 맨손에 쥐고 바로 아삭! 베어 먹기에 적합한 품종의 사과 — 다시 말해, 생으로 먹기 좋은. 일명 편의점에서 파는 씻어 놓은 사과?!)
Baggers. A apples that are smaller than the standard size for their variety and are marketed relatively inexpensively in plastic bags.
(배거스/물건 담아주는 사람. 해당 품종의 기준 크기보다 작고 기준가보다 낮게 팔리는 봉지에 담긴 사과들. 일명 떨이 사과?!)
우리 집 지금 보이는 사과들 1,2
내일 아침에도 사과 한 입을 베어먹을 내 모습을 떠올리니 참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