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다보니 스틸앨리스가 생각나요

by 림미

나는 로스쿨 다닐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너는 나한테 강의실 위치와 휴강 정보와

바뀐 시험 범위를 알려주고

동기들이 날 놀리거나 속이거나 따돌리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해

지금도 너는 내 물병을 열어주고

다음에 구내식당에 또 김밥이 나오면 나한테 알려주겠다고 해

너는 밝고 따듯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영우는 사람들이 너와나로 이루어진 세상을 산다면 자폐인은 나로만 이루어진 세상을 산다고 설명했다​

타인의 눈을 쳐다보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영우가

역시나 허공을 바라보며 최수연에게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로만 이루어진 세상에 살아가는 게 어쩔 수 없는 우영우는

타인의 개그에 웃거나 분위기에 맞춰 행동하는 것,

상황에 따라 하고싶은 이야기를 절제하는 것 등

수만가지의 행동들이 어렵다

그게 그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수연은 그런 영우의 세상을 존중했고 타인에게 그 세상이 꺽어지거나 배척당하지 않게 도왔다

그건 수연의 밝음이고 따뜻함이고 착함이고 다정함이다

그리고 영우는 또박또박 수연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영우가 수연에게 봄날의 햇살같다고 말하는 건

너의 친절을 내가 안다고, 고마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존경받는 교수이자 화목한 가정의 엄마인 앨리스가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후 겪는 과정을 다룬 '스틸앨리스'라는 책을 읽은 적 있다

똑똑하고 다정한 앨리스가 기억을 잃고 지능이 퇴색되며 느끼는 절망감, 그를 돕는 가족들과 함께 슬픔을 이겨내는 과정이 주된 내용이었는데

너무 옛날에 읽은 책이라 또렷이 기억나는 건 두 장면 정도다

하나는 비디오테이프를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뒤늦게 정신을 차려 우는 앨리스

다른 하나는 배우인 딸의 연기를 보고 감상평을 남기는 앨리스

앨리스의 병은 심해져 방금 본 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딸의 연기도 마찬가지다

앞의 여자가 누구인지 방금 보여준 연기가 무슨 장면인지도 모르지만 앨리스는 화사하게 웃으며 얘기했다​

"사랑이야. 방금 그건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어"


정신질환을 앓는다는 건 결국 다양한 방법으로 혼자만 남는 세상에 들어가는 것 같다​

어쩌면 수연은 수없이 베푼 그 친절이 영우에게 잘 전달되었는지 확신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영우는 수연에게 무관심해보일 수도, 교류가 전혀 안된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테니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가 여전히 나를 사랑하는지 앨리스의 딸은 걱정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영우는 밝음과 따뜻함, 착함, 다정함을 알고

앨리스는 사랑을 안다

그들은 그들로서 살아가고 타인의 사랑과 친절을 느낀다​

우영우는 유독 사랑스럽고 순수하고 귀엽다

아무래도 이 드라마가 사랑받는 이유가 그게 아닐까 싶다

무해하고 자극적이지 않으며 보고있음 힐링되고 너무나도 귀여운 내용들이 지나가니까

이 드라마가 사랑받듯

세상의 모든 우영우와 앨리스도 사랑과 친절 속에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자신이 아는 것을 모를거라 생각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하는 게 조롱인지 폭력인지 애정인지 장난인지 구분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무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방식일 뿐 그들도 같은 것을 느끼고 안다

극중 우영우의 자폐가 마냥 사랑스러운 그의 특징으로 보이는 건 주변사람들의 태도와 함께 어우러진다.

남들과 함께 따라웃지않아도

시선과 손짓이 어색해도

갑자기 고래에 대한 지식을 떠들어보아도

당황하되 조롱하지 않는다

자폐인변호사보다 더 판타지적인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들 사이에서

영우는 영우로서 존재한다


나로 이루어진 세상에서만 살아도

'너'가 '나'에게 준 것이 무언인지는 안다

사람들이 주변 누구에게나 그의 세상을 해치지 않고 좋은 것을 나누는 세상이 되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