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블로그글

by 림미


뭐 하고 지내냐고 물어봐주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나는 어느 때보다 바쁘고 어느 때처럼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왜 바쁘냐면 졸업은 해야 하니 수업은 듣고

하고 싶은 일은 있다 보니 일도 나가고!

하기로 약속한 일도 책임져야 하니 계약한 알바일정은 채워야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으니 주기적으로 놀기도 하고 ~

끝마쳐야 할 역할들도 몇 남아있다.

뒤돌아보니 왜 이리 벌려놓은 일이 많은지


그렇지만 요즘 아주 행복하다

행복하다 느끼면 행복한 사람이다​

세상에 정답은 하나님 말고 없다고 생각하는 내가 예외로 빼놓는 문장인데 요즘은 행복이 참 잘 느껴진다

감사한 일이다

분명 지금보다 좋을 때, 지금과 다르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지금만큼 만족스럽고 행복이 가까운 때는 없는 것 같다

내 행복은 편안함에서 오는 걸 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아침에 눈 뜨는 게 힘들고 제때 잠드는 게 어렵다

덕분에 다음날은 피곤하고 내 피곤과 상관없이 주어지는 교수님의 과제가 얼탱없고 짱난다.

두 달째 업무실수는 계속되며 여전히 아빠가 종종 밉고, 때때로 속이 좁아 대뜸 뺨치고 싶은 사람들이 여럿 생기지만​


어딘가 모자란 나와 내 상황이 나의 전부가 아닌 걸 안다

아무튼 그래서 아주 편안하고 너무 잘 지내고 있다

다만 여행은 좀 가고 싶다 ~~~~~~ 종강도 좀 했으면 ~~~~~~~~ 졸업 좀 ~~~~~~~ ~~



한 3년 전 쓴 것 같은 내 글을 보고 문득 든 생각은 뭐 하고 지내냐고 물어봐주는 고마운 사람이 지금 나 스스로라는 것이다. 나는 요 며칠새 ‘나 지금 뭐 하지, 뭐 하고 사는 거지,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에 잠겨 살았다. 스스로에게 묻는 그 질문은 제법 무겁게 다가와 짐이 되기도 했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출근이란 걸 하고 돈을 벌고 쓰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데, 남들이 너 뭐 하고 살아 어떻게 지내라고 묻는 그 흔한 질문에도 선뜻 한 문장으로 내 삶을 정리해 건넬 수 없었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에게 되묻는 것이다. “미림아, 넌 어떻게 뭘 하며 살고 있는 거야?”

몇 년 전 행복이 가까운 때에 내가 쓴 글은 말 그대로 행복한 사람이 쓴 글처럼 읽혔다. 나의 근황을 묻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고맙다 말할 수 있고 그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적당한 온기의 나날이 지금은 꽤나 멀어진 듯싶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건 그때의 삶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 달라진 건 나 하나다. 3년 전 나는 그저 행복에 다가가고 있었기 때문에 가까웠던 것이고, 현재의 나는 어딘가 먼저 발을 뻗기엔 그저 피곤하고 갈피를 잃었을 뿐이다. 상황은 변화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은 나아갈 때인 것 같다. 내 삶의 관심을 가져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쓰는 편지 같은 일기는 오늘 나에게 격려가 되어 돌아왔다. 반복되는 삶에 지쳐 행복했던 시절로 도망쳤는데 그때의 행복이 여전히 내게 있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