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ather 헤더 Mar 23. 2024

지독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이 서른 후반

나는 노화의 시작으로 인해 점점 무너지고 있음을 느낀다

현재 나이 서른일곱.  한 주만 지나면 나는 서른 여덟로 완벽한 서른 후반에 진입하고 있다.  그리고 당장 마주해야 할 서른 후반이라는 문턱을 반쯤 지나가며, 지독하게 차갑고 쓰린 '노화'라는 것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냥 대충 노력해서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낼 수 없는 나이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칙칙해지고 울툴불퉁해진 피부, 부스스하고 거친 내 머릿결, 피곤하고 졸림으로 인해 전혀 예리하지도 날카롭지도 않은 나의 눈빛, 그리고 평소 운동하지 못해 조금만 걸어도 헉헉 거리는 나의 비루하고 허약한 체력.  거울을 볼 때마다 알 수 있었다.  아, 지금의 나는 건강하지 않구나.  딱 봐도 총기도 없고 열정도 없고 꿈마저 없는 풀이 꺾인, 시들해진 꽃 한 송이.  


그렇다고 모두의 서른 후반이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환갑이 훌쩍 넘어 60대 중반인 나의 부모님이 어쩌면 나보다 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할 것이다.  두 분은 한국에서 여전히 매일 출근하고, 퇴근 후엔 골프, 필라테스, 그리고 헬스로 건강을 챙기고 있다.   간헐적 단식을 하고, 야채 위주로 건강한 식단을 찾아 먹고, 건강 프로그램을 챙겨 보며 건강식품도 꾸준히 먹고 있다.  두 분이 나보다 더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핑계가 너무 많다.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한 자기 합리화는 물론 나약한 마음으로 둘러대는 핑계들이 넘쳐난다.  아이 둘 독박 육아라는 핑계로,  반찬 구하기 힘드니 직접 매 끼 요리를 한다는 핑계로, 하루 종일 정신없이 청소하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정리하고 또 뒷정리를 하다 보면 밤 12시를 마주한다는 핑계로, 그렇게 열심히 살아도 집구석은 여전히 더럽고 나의 일을 전혀 끝나지 않는다는 핑계로 말이다.


아이들의 삶은 최고로 해주고 싶다는 욕심에 온 열정을 쏟아부어 최선을 다하던 나의 노력은, 정작 나 자신을 돌보지 않게 되었다.  여전히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고 나 자신을 가꾸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 편이라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다고 생각하며 무심하게 대했던 나 자신, 나도 모르는 사이 육아 번아웃과 함께 점점 스르르 무너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뒤늦게 깨달아가고 있다.


여기저기 SNS를 통해 볼 수 있었던 '육아맘'들이 하던 이야기가 결국 나에게 해당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자신을 돌봐야 한다.  지독하게 노력해서 나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야 한다.  아이들을 챙기듯 나 또한 챙겨야 한다.  특히 해외에서 살면서 나를 들여다보는 친정 식구들 없이 남편과 나 단 둘이서 이 가정을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나 자신도 남편도, 스스로를, 서로를 챙겨야 한다.  


누구보다 건강했던 서른여덟의 남편도 마찬가지 었다.  에너지 넘치고 체력하나 남부러울 것이 없던 남편은 아이들이 감기를 걸릴 때마다 본인은 더 심하게 감기를 앓았고, 몸살은 한주 걸러 한주씩 왔으며, 피곤함과 스트레스가 얼굴에 가득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우리 부부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며 점점 허약해지고 피폐해지고 있었다.


지독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되는 게 없다.  대충 해서 넘어갈 수 있는 게 없다.  돈을 버는 것도,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건강을 관리하는 것도, 멘털을 관리하는 것도, 그리고 외모를 가꾸는 일도.  이제는 대충 기술 좋은 메이크업으로 가려지지도 않는다.  당장의 삶을 180도 바꿀 수는 없지만, 작은 노력부터 해야 한다.  나 자신을 일으켜 세워줄 사람은 나 밖에 없다.  나는 이렇게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우울해할 시간에, 지쳐서 신세한탄을 할 시간에 모든 것은 게으르고 이런저런 핑계로 나태해진 나에게 쓴소리를 해본다.  건강식품 챙겨 먹어.  조금이라도 운동해.  건강하게 먹어.  스트레스받는다는 핑계로 라면, 과자, 초콜릿, 정크 푸드 입에 집어넣지 마! 라며.  스스로에게 외쳐본다.  네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노력해.  그 어떤 것도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없어.  반짝반짝 빛나보이는 모든 사람들은 죽도록 노력해서 그것을 얻어낸 거야! 라며.  그렇게 나에게 호통을 쳐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