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돌보느라고 정명이의 졸업식에 가지 못했다. 마음이 쓸쓸했다. 그러나 오래 쓸쓸해하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돌봐야할 엄마가 있으니까.
졸업식에는 정명이의 엄마와 삼촌이 오기로 했다. 나에게는 조카딸과 막내조카다. 그들이 오늘 정명이의 보호자다. 아이들이 제자리를 찾게 하는 것. 그것이 내가 어른으로서 할일이다.
아침에 아이가 그토록 맛보고 싶어 하던 커피믹스 한잔을 끓였다.
졸업 잘 하고 와.
예.
커피 이제 마셔도 되요?
응. 이제 중학생이니까. 근데 많이 마시면 머리 나빠져.
아이는 커피 한모금을 마시고 학교에 갔다.
어젯밤 정명이는 할머니를 돌보느라 녹초가 된 나를 세 번 안아주었다. 논술학원에서 9시에 끝나 돌아와서 다시 잠옷 위에 바지를 입고 겨울 파카를 입고서 재활용 쓰레기와 할머니의 기저귀가 든 쓰레기를 버려주러 나갔다 왔다. 설거지를 하는데 갑자기 정명이가 할머니 체위변경을 시킨다며 돌아눕히더니 3년차 간병인처럼 몹시 익숙한 솜씨로 할머니가 혈액순환이 되도록 등을 두드려준 뒤 삼각베개를 등에 넣어드렸다. 순식간에 한 일이라 허리 다친다고 말리지 못 했다.
요령 없이 무거운 몸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허리를 다친다고..
소년은 똑바로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고모가 안 아팠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한 말을 듣고 눈물이 흘렀다. 바보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