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20일 : 과연 책이 될 수 있나요

by 꽃반지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글은 책으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세요..."


브런치에 자주 글을 쓰지는 않는다.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업데이트하는 분들도 있고 나도 한때는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연재했지만, 출간 이후부터는 혼자 글을 쓰는 편이다. 정성껏 써서 잘 모았다가 빵 하고 공개하고 싶은 마음. 물론 뜻대로 잘 되지는 않는 마음, 욕심이라면 욕심.아무튼 활동이 뜸한 나에게 브런치에서는 종종 당신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으며, 그렇게 쌓인 글은 책이 될 수도 있다고 알림을 보낸다. 그렇지만 나는 그 문구를 실눈을 뜨고 가늘게 본다. 과연 책이 될 수 있나요.


2020년 여름에 첫 책을 내고, 2022년 1월에 또 한 권의 책을 냈으니 통계로 보면 꾸준히 작업을 하는 작가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아니다. 2022년에 냈던 책은 진즉에 작업하던 원고였고, 2020년 여름에 냈던 책은 그 이후에 작업했던 원고다. 어쨌거나 나는 운이 좋았다. 갖고 있는 콘텐츠도 남들에게 없던 것이었고, 책으로 만들기도 비교적 수월했다(책을 쓰기가 수월했다는 뜻이 아니라, 적합한 출판사를 찾고 원고가 책이라는 형태가 되는 과정이 비교적 수월했다는 뜻). 남들에게 없는 이야기를 갖고 있는 셈이니 출판사에서도 나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첫 번째 책을 출간한 출판사는 주변의 도움으로 우연스럽고 자연스럽게 연이 닿았고, 두 번째 책은 애당초 원고를 쓸 때부터 염두에 둔 출판사에서 내게 됐다. 그래서 나는 원고를 쓰는 게 어렵지 그 이후의 과정은 그리 어렵게 여기지 않았다.


그리고 문제는 세 번째 책. 특출 나고 기깔난 주제가 아닌, 나의 일상에 대한 시선을 담은 원고인데 의외로 맞는 출판사를 찾기 쉽지 않았다(지금도 찾는 중!). 아는 작가님께 연락해 이러한 사정을 말했더니 "그런 주제라면 내가 쓴다고 해도 안 될 것 같은데요."라는 피드백. 그렇지만 책을 내기 위해서 삶을 꾸며 살 수는 없지 않나. "살면서 쓰라"는 말을 따르고 싶지만, 정작 그렇게 살아가는 덤덤하고 평범한 이야기가 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삐뚤어진 마음으로 온라인 서점 인기 순위의 책들을 찾아본다. 아니, 이 사람은 이런 책도 냈는데! 하는 생각.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은 자유이지만, 쓰고 싶은 글이 곧 팔릴만한 글이어야 한다. 그게 출판의 세계다. 어렵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인데

1) 다 잊고 새 원고를 작업한다

2)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출판사를 찾는다


처음에는 1)을 택했다. 그런데 새 원고 작업이 잘 되지도 않을뿐더러 이걸 계속 묵혀놔야 한다는 사실이 화가 나서 다시 찬찬히 읽어보는 중. 아무래도 나는 점을 찍고 다음 쳅터로 넘어가야 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 출판사를 찾기로 했다. 브런치의 몇몇 분들은 100여 군데가 넘는 곳에 투고를 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하던데, 지난한 어려움 없이 출간을 해온 나로서는 "아니, 이렇게까지..."라는 놀라움과 함께 모종의 결연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누군가는 쉽게 내게 새 원고를 써보라거나 기획을 바꿔보라거나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작가의 입장에서는 새 원고를 쓰거나 기존 원고의 방향을 트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고집이라면 고집이겠지만, 어쨌든 나는 최선을 다해서 썼고 아무리 읽어봐도 내가 쓴게 현재의 나는 재미가 있는데, 그럼 쉽게 포기하거나 낙담하지 말고 나도 애를 좀 열심히 써볼 작정이다. 꼭 맞는 출판사와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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