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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숲 Jun 12. 2021

책 팔기가 이렇게 쉬웠다니

집에 굴러다니는 책으로 하는 재테크


        

먼지 덮인 책들

보통 책을 사기보다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편이었다.

그래도 가끔씩 서점에 가면 사고 싶은 책이 생기는 법이다. 소장가치가 높고 두고두고 있을 도서라면 괜찮겠지만 대부분은 그냥 서재에 처박혀 먼지만 쌓이게 된다. 언제부턴가 오래된 서적들을 많이 읽기 시작하면서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의 상태 때문에 고생할 때가 많았다. 표지가 더러우면 도서관에 마련된 기계로 소독을 하면 되지만 낙서와 형광펜으로 밑줄 친 자국들은 가독성을 확 떨어뜨린다.     


서재 가득 쌓인 책들 @chosun.com


그렇게 조금씩 도서관에 발걸음이 뜸해지고 책을 사서 보는 날이 많아졌다. 한 번 읽은 깨끗한 책을 서재에 그냥 놔두기가 너무 아까웠다. 그중 몇몇 책들만 나중에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집에는 이미 가족들이 사서 서재에 꽂아놓았지만 다시는 찾지 않는 책들이 수두룩했다. 20년이 넘은 도서들도 있었다. 그런 서적들은 이사할 때 특히 큰 골칫덩어리다.  다른 가구는 버려도 책은 쉽게 버릴 수가 없었다. 뭔가 한 권 한 권에 작가의 정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모아서 처분할까도 생각해봤다. 중고매장에 직접 팔면 헐값밖에 못 받고 온라인으로 사람들한테 팔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택배박스를 사서 일일이 포장해야 한다는 귀찮음에 감히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그러다 몇 달 전에 알라딘으로 책 주문을 했는데 뽁뽁이로 된 봉투 하나가 집 앞으로 배송되었다.      


     

그 봉투

순간 아이디어가 찌릿하고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저 봉투만 구할 수 있다면, 박스에 책을 일일이 포장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지지 않을까?’


그때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 봉투를 찾아 온라인 세상을 사방팔방으로 헤맸다. 단순히 비닐로 된 봉투는 많았지만 뽁뽁이로 된 건 도대체 찾을 수 없었다.(그냥 비닐이면 파손 위험이 있었다) 한참을 헤매다 드디어 알라딘 사이트에서 바로 ‘그 봉투’를 찾고 말았다.      


‘개당 200원’     


가격이 일단 착했고 보통 두께의 책을 최대 3권까지 넣을 수 있다고 적혀있었다. 게다가 디자인마저 아름다웠다.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40개를 주문을 해버렸다. (http://aladin.kr/p/1FhHc) (혹시 관심 있는 분들이 있을까 봐 남기는 사이트 링크)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품이 오기를 담담하게 기다렸다.      


빨간머리 앤이 주인공인 '그 봉투'


이틀 뒤 커다란 박스 두 개가 집으로 도착했다. 그 안에는 내 책들을 안하게 이사시켜줄 믿음직한 포장 팩들이 가득했다. 이제 실제로 책을 팔아보기로 했다. 알라딘 앱을 통해 방들마다 쌓여있는 책들을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 방법은 몇 분 만에 익힐 수 있을 정도로 정말 간단했다. 자세한 사항은 네이버에 ‘알라딘 온라인 중고거래’를 검색하면 친절한 블로거 분들이 알려주신다. 역시 가장 큰 문제였던 택배의 번거로움이 해결되고 나니 다른 과정은 순조로웠다.     



알라딘으로 중고책 팔기

판매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1. 알라딘 앱 설치한다.(다른 앱도 있겠지만 내가 아는 건 이것뿐이다)     


2. 팔고자 하는 책의 평균 중고 시세를 확인 후 비슷한 가격에 올린다.
(책은 최상, 상, 중으로 나뉜다. 상태 기준을 확인하고 업로드하자)     


3. 집에 굴러다니는 책들을 다 올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다.     


4. 주문이 접수되면 준비해둔 뽁뽁이 포장팩으로 간단히 책을 포장한다.      


5. 편의점 택배와 택배업체 수거,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 보낸다.(택배비는 착불이다)


6. 발송 후 약 일주일 뒤에 10퍼센트의 수수료를 차감한 금액이 예치금의 형태로 적립된다.
(계좌로 환급해 현금화할 수도 있고 알라딘에서 책을 사는데 쓸 수도 있다)          



책에게 다시 빛날 기회를

이런 과정을 통해 3개월 반 동안 59권의 책을 팔았고 약 30만 원을 벌었다. 그중 대부분은 다시 책을 사는데 썼지만 가끔씩은 환급해 치킨을 먹는데 쓰기도 했다. 은근히 수익도 쏠쏠하고 매번 주문 문자가 들어오면 기분이 들뜨기도 한다. 집에 남는 책이 많아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분들께 강력 추천한다. 나에게선 이미 생명력을 잃은 책들이 누군가에겐 인생 책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취미가 생긴 이후로 나 또한 중고 책을 많이 사게 되었다. 구매한 책이 다시 읽을 가치가 있다면 소장하면 되고, 내 입맛에 맞지 않다면 기분 좋게 중고 등록을 하면 된다. 요즘엔 책을 읽다가 마음에 안 들면 이때다 싶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알라딘에 들어가 중고 시세를 알아본다.      


@ISTOCKPHOTO.COM/TOMERTU


우리에게도 이익을 주지만 책에 입장에서도 널리 읽히는 것이 좋은 게 아닌가?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혈액도 순환이 되어야 한다. 따분한 서재에서 몇 년 동안 먼지가 자욱하게 쌓인 채 방치되어있는 불쌍한 책들에게 다시금 빛날 기회를 주는 것은 아무리 봐도 착한 행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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