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빅쇼트>로 2007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의 이면을 신랄히 비꼬았던 애덤 맥케이 감독의 따끈따끈한 신작이에요. 넷플릭스 신작에 바로 떠있습니다.
* 출연진이 화려해요. 주연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뿐 아니라 단독 주연급의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조연, 심지어 단역으로 우글우글 얼굴을 비춥니다.
* 지구를 멸망시킬 만큼의 큰 혜성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미리 알게 된 두 과학자가 주인공이에요. 아, 또 심심하면 나오는 혜성 충돌 영화인가 싶죠. 혜성 충돌 영화 맞습니다. 그 위기에 대응하는 이야기가 역시 스토리의 주요 골자죠.
* 그렇다면 흔히 그려지는 클리셰들이 있을 겁니다. 과학자들의 난상 토론, 긴박하게 돌아가는 미 국방부와 백악관, 스스로를 희생하는 영웅들의 등장, 종말을 맞는 사람들의 처연한 이야기, 그리고 스펙터클, 종국엔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나는 알흠답고 숭고한 휴먼 드라마.
* 이미 <아마겟돈>에서 물리법칙을 어긋나는 기상천외의 영웅담을 봤고, <딥 임팩트>를 통해서는 그 알흠다운 인류애를 목격했죠.
* 그러나.
* 이 영화는 생각되는 그 대부분의 클리셰들을 거의 다 깨는 작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비꼬기의 달인, 이른바 꽈배기 대마왕인 애덤 맥케이 감독이 그런 뻔~~~~한 영화를 찍을 리가 없죠. 그리고 이 작품에서 정말 신내린듯한 열연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그런 전형적인 혜성 충돌 영화에 암 생각 없이 출연할 배우들이 아니라는 걸 단박에 느끼실 거에요.
* 뻔히 눈앞에 파멸이 보이는 상황 속 인간 군상들의 모습, 사회 곳곳의 기형적인 행태들을 통해 기묘한 논리로 돌아가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 한바탕 씁쓸한 풍자극으로 보입니다. 현대 미국 사회의 단면들을 비판적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영화기도 하지만, 덜 싫은 사람을 어거지로 투표해서 지도자로 앉혀줘야 하는 작금의 우리 모습과도 겹치기도 해서... 은근 꽤 '현실적'이죠.
* 시니컬한 비꼬기와 농담들이 난무하지만, 실은 굉장히 정교하게 설계된 시나리오란 생각이 들어요. 멋지거나 예쁘게 보일 생각이 1도 없는 명배우들의 연기도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 굳이 저 역할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일 필요까진 있었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스크린을 뽀개버릴듯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명장면을 보여줘요. 영화의 메시지와도 부합되는 장면이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그 연기와 대사빨에 와..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 세상을 망치는 건 다가오는 그 혜성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 스스로일 수 있다는 묵직한 메세지를 비틀어서...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경쾌하게' 전합니다.
* 딱 하나 안타깝게도 왠지 분량 조절이 아쉬워요. 이렇게 흥미진진한 영화인데 왜 이리 잠이 올까 하고 초반부에선 살짝 졸았습니다. 전 극장 개봉일에 봤거든요. 졸면서도 막 연신 죄송해 했어요 영화한테. ㅋ 조금만 늘어지는 부분을 빼고 러닝타임을 살짝 줄였으면 굉장히 걸작이 될 뻔했는데 그게 좀 아쉽네요.
* 표현하자면, 유쾌씁쓰레한 영화입니다. 지적이지만 거칠고, 세련되지만 좀 혼란스러운 영화기도 해요. 호불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착하고 순한 영화는 아니라서. 보기에 따라선 심리 스릴러 혹은 공포영화로 느껴질수도 있죠. 우스꽝스러운데, 그래서 무서울 수도 있는 이상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