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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selle Riyoung Han Sep 14. 2019

자전거를 타면서 생각하는
인생의 균형잡기.

대부분의 상황에 두려움이 많은  편이다. 내게 딱 붙어있는 두려움은 사소한 상황에서도 나를 채근해대고 익숙한  상황을 벗어나면 언제나 내 신경과 대치를 한다. 이런 번거로운 정서적 루틴이 자전거를 탈 때에도 비껴가지 않는 건 당연하며 여행지에서 자전거를 타는, 몇 년에 한 두 차례 있을 법한 상황에서도 관대할 리가 없다. 

고약한 그 두려움과 맞서면서 도망가지 않는 까닭은 내 안에 늘 또아리를 치고 있는 두려움이 일어나지 않을 일들에 대한 막연한 공포 때문이리라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두려운 상황에 부딪치면서 나를 막고 있는 심리적인 것들을 한 겹 벗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들과 자동차들과 엉겨 집단적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도심 속에선 엄두를 내볼 수 없는 일이지만 한적한 촌락에서라면 위험의 확률도 많이 줄어드니까 도전해 볼만 하다. 이러한 소소한 도전들이 누적되어 지금보다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고 더 밀도가 높은 경험들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갖아본다. 



자전거를 타다가 맞게 되는 두려운 상황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복병과 같은 상황이 급습을 하면 늘 당황을 하게 된다. 다행히 사고로 이어진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사고가 나는 상황이 없기를 바라지만. 

지난여름, Bages에서 자전거로 이동을 했었을 땐 좁은 오르막 길을 오르다 맞은편에서 내려오는 자동차를 만났었다. 좁은 통로에서 대치하는 자동차를 노련하게 빠져나갈 만한 테크닉이 없는 게 문제였지만 옆으로 비껴 설 공간이 없었어서 다급하게 자전거에서 내려와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있었다. 평지에서였더라면 그리 번거로운 상황은 아니었었을 텐데 좁은 오르막 길이었어서  순간 아찔했던 상황,  자칫했더라면 자전거와 함께 뒤로 나자빠질 뻔했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자동차가 지나가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 앞으로 나아가기를 시도했는데 쉽지 않았다.  어설픈 실력으로 멈추는 지점도 좋지 않았으니 다시 시작하는 게 너무 어려워져 버린 상황이었다. 멈추었다 다시 안장 위에 올라 중심을 잡을 때까지 페달을 굴리는 시작점에선 체력이 더 소모되며 좋은 컨디션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선 부쩍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 된다. 살아가면서 그 비슷한 시점을 수없이 지나왔을 테고 기억에는 없어도 다시 시작하지 못해 나아가기를 포기해 버린 것들도 무던히 많았을 것이다. 



조용하고 잘 닦인 평지를 달릴 때는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자전거로 달리면서 드러날 때가 있다. 올라갈 때는 힘을 들여 전력을 다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내려올 때는 그리 힘을 들이지 않아도 가뿐하게 내려가지니 스스로가 할 일은 안장 위에 앉아서 잡고 있는 핸들에 힘을 준채 고꾸라지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으면 된다는 것도,

자전거를 타고 속도를 내는 상황은 사실 그다지 어렵지는 않으며 멈춰야 할 순간이나 예상치 못한 것들이 나타나게 될 것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적정한 속도로 달려야 한다는 것도  자전거를 탈 때마다 깊게 실감을 했다. 

늘 시작하는 첫 순간이 어려웠다. 그보다 더 어려운 지점은 장애물이나 돌발 상황을 만났을 때 라는것, 멈추는 지점은 내 의지보다 타의에 의한 순간일 때가 잦으니 가뿐하게 시작하고 멈추는 방법을 체득하지 못한 채 속도를 붙이는 것은 아둔한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자전거를 타면서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살아가며 다양한 일들을 시도했었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페달을 굴리며 중심을 잡으려 수차례 바둥거렸을 것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그렇게 새로운 시도를 하고 멈추다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마다 따라붙는 두려움과 어찌할 줄 몰라 바둥대는 내 모습에 화가 나고 실망을 할 때도 있을 것이리라.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인생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혹여 자빠지고 부딪쳐 다치는 일이 있더라도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이상 다시  달리고, 경사진 언덕을 전력을 다해 올라가고, 돌발 상황에 멈추다가, 소요된 상황에서 다시 시작하려 안간힘을 쏟고 앞으로 나아가며 평지를 만날 수 있는 순간까지 달리기를 반복하며 다시 올라갔다 내려오는 상황들을 지나쳐 인생의 목표 지점까지 포기 없이 나아가는 인생이 자고,  노련하지 못한 스스로의 모습들이 보기 싫어도 멈추어진 채 고여 있는 삶에 갇혀 버리지는 말자고 내게 당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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