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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아티스트 Dec 30. 2018

그림을 통해서 나를 읽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림이 좋았다. 

어릴때의 소망은 늘 가슴 한 켠에 남아서 지금도 간혹 시간이 남으면 뭔가를 끄적거리거나 미술관에 가서 그림 보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처음 제대로 그림을 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대학시절 서양미술사 교양수업이 계기였다. 그때의 지식은 얕지만 넓어서 그 뒤 1년 간의 유럽 교환학생 시절동안 유명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그림을 보는 재미를 불어 넣어 주었었다. 그렇게 열심히 그림을 보는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었다. 말로만 듣던 것들을 실제로 보았을 때 배운 것을 재확인 했다는 뿌듯함 같은게 느껴졌던 거 같다. 이상하게 나를 사로잡는 몇 번의 그림과의 만남으로 그 재미는 배가 되었다. 눈 앞에서 자세히 보았을 때만 느낄수 있는 그림의 디테일과 아우라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순간부터 그림을 보는게 좋긴 한데 계속 보면 볼수록 그림을 이렇게 열심히 봐서 뭐하겠냐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한국을 떠나서 가장 자유로운 시간에 맘껏 돌아다니며 원하는 것들을 보러 다니는데도 마음 한켠에서 나는 이유없는 답답함과 무의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림도 여행도 점점 감흥이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알게되었다.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은 그림이나 풍경 그 자체가 아니라 자유로워 보이는 유럽사람들의 삶과 예술가의 삶이라는 것을.



이름을 남기는 유명한 예술가들은 새로운 시도로 이전까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새로운 화풍을 이끌어낸 사람들이다. 나는 그림을 통해 이전과 다름에 몰두하고 세간의 비판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그 고집스런 열정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실험정신이라고 하지 않나. 나에게는 그게 없었다. 어디에 있던 그저 수동적으로 이미지와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소비하며 사는게 익숙할 뿐이다. 유럽에 오면 뭔가 이전과 달라질 줄 알고 열심히 보고 돌아다녔지만 변한 건 없었다. 그러니 이것도 점점 무의미하다고 느껴졌더 거 같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솔직한 그림을 그렸던 예술가의 삶처럼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삶을 살다는 생각이 커졌다. 평소에는 말하지 못할 부정적인 감정들-외설적이고 탐욕적이고 우울하고 파괴하고싶고 맘껏 비판하고 욕하고 싶은 감정 등-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승화되는 것처럼 나도 숨기기만 했던 나의 감정들을 꺼내놓고 마주해며 창의적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배운 지식을 확인하러 다니는 그림 보기와 여행에서 객관적인 사실보다도 내 감정을 인지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다녔다. 현재의 나의 삶과 어떻게든 연결시키고 싶었고 적용하고 싶어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내 멋대로 해석하기 시작하자 그림 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이해도 늘었다. 나를 표현할 용기도 그때부터 얻게 되었던 거 같다. 지금도 참신하고 창의로운 표현법을 보면서 꽉 막힌 나의 머리를 때려주는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림 말고 다양한 예술 장르를 즐긴다. 다만 그냥 내 맘대로 해석의 여지가 많은 그림을 조금 더 좋아할 뿐이다. 


어렵다고 말하는 그림이지만 그건 그림에서 정확한 해석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답없는 그림도 많다. 작가도 그냥 그리다보니 완성된 것도 많다. 그림 역사에서 평론가의 의견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나의 역사에서는 나의 의견이 중요하다. 그림을 보면서 개인이 개인의 의견을 나누는 일이 좀 더 많았으면 한다. 나를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고 타인의 자유와 다름을 쉽게 인정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그림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미뤄왔었는데 종종 그림을 통한 내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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