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올리기 싫던 그때의 기억
난 떠올리기 시작했다.
1년 전, 지옥 같던 그때의 순간을.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같은 반 친구가 있었다.
그는 혼자 외롭게 지내고 있었다.
나의 친구가 말했다.
“걔 좀 챙겨줘.”
나는 그 말을 수긍했다.
그가 소개해준 친구라면, 나처럼 좋은 사람일 거라 믿었다.
그래서 그를 챙겨주기 시작했다.
작은 행동부터, 점점 더 많은 걸 함께했다.
같이 웃고, 같이 놀았다.
그때 알아챘어야 했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알고 보니 관심사도 비슷했고,
무리에도 생각보다 잘 녹아들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친해져도 ‘선’이란 게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는, 나를 천천히 잡아먹기 시작했다.
“한심하네. 코로나도 끝났는데 마스크는 왜 써?”
“진짜 더럽게 못한다. 죽어라, 그냥.”
“내가 실수해서 그렇지, 아니었으면 너 이겼어. 자만하지 마, 등신아.”
“노래를 코로 부르냐? 못 부르긴 진짜 못 부르네.”
처음엔 괜찮았다.
아니, 정말 내 잘못인 줄 알았다.
그땐 내가 너무나도 사람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싸우기 싫고, 상처받기 싫어서 가만히 있었던 나에게
그는 점점 더 심하게 굴기 시작했다.
시험이 끝나고 친구들과 놀기로 한 날,
집에 카드를 두고 온 게 생각나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계단을 올라 문을 여는 순간,
뒤에서 손이 나와 문을 잡았다.
그였다.
그는 집안을 훑어보더니 비웃었다.
“야, 너 진짜 가난한가 보다? ㅋㅋ 집봐라, 엄청 더럽네. 너네 엄마 청소 안 하시냐? ㅋㅋ”
그 순간, 누가 내 입을 막은 것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신을 겨우 붙잡고 문을 닫으며 말했다.
“주머니에 지갑이 있었네...ㅎ”
사실 지갑은 주머니에 없었다.
그냥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았다.
그는 피식 웃더니 먼저 계단을 내려갔다.
그가 내려간 뒤에도, 친구들과 웃던 내내,
그 한 문장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가슴이 난도질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는 친구들 앞에서도 내 집 이야기를 꺼내며 비웃었다.
친구들은 뭐가 그리 재미난지, 다 같이 웃었다.
그 웃음소리 속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화낼 수도 없었다.
그저 내 감정이 그 웃음소리에 묻혀 버렸다.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