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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니 Mar 31. 2017

동티벳, 써다(色达)

나의 마음을 두고 온 곳

오랜만에 다시 중국 여행하던 때 사진을 봤다. 
2016년 여름.
처음 혼자 하는 여행에서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와서 오지로 계속 들어갔나 생각이 든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 버텼다 싶고, 잘 이겨냈다 생각된다. 

가기 힘든 곳이지만, 다시 또 가고 싶은 곳. 
이제 다시 간다면 더 많이 걷고, 더 머물며 더 많은 자연의 순간들을 더 많이 사진에 담으리.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그 곳의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리.


써다현의 중심지에서 마을을 등진 방향으로 계속 가면 광활한 초원에 닿는다.
게스트하우스 사장에게 부탁해서 차를 타고 가도 되지만, 그냥 혼자 걸어갔다.  

걸어가는 길에 야크떼를 만났다.
주인은 보이지 않던데 알아서 자기들 집을 잘 찾아가나 보다.



사람들과 동물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세상.
동물은 존중 받아야 하며,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이다. 



홀로 천천히 걸어가던 야크 한 마리
그리고 뒤에 보이는 우리나라의 기아차. 
이런 골짜기에도 세계 각국의 유명한 차가 다 있고, 두산중공업 중장비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여행 하다보면 우리나라는 정말 대단한 나라는 것을 이런 부분에서 또 한번 깨닫곤 한다.


걸어가던 길에 오른쪽으로 물이 졸졸 흐르는 곳에서 아이들이 빨래를 하고 있다. 
마치 옛날에 우리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이 아이는 낯선 사람이 지나가서 그런지 자전거를 타고 내 옆으로 와 나를 쳐다본다. 
너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찍어" 하고 바로 포즈를 잡는다. 
얼마나 더 걸어가야 초원이 나오냐고 물어보니 조금만 더 걸어가면 된다고 한다. 
자기 자전거를 빌려줄까 물어보던데 괜찮다고 했다. 
귀여운 아이^^


한시간 쯤 걸어갔을까, 광활한 초원이 눈 앞에 펼쳐진다. 
초원 안으로 계속 걸어 들어가 본다. 
사방에 야크 똥이 있고, 마멋들은 초원을 뛰어 다니며 자기들이 파 놓은 굴을 나왔다 들어갔다 한다.


                                                       金马草原(금마초원) 에서


광활한 초원

손을 뻗으면 구름이 손에 닿을 것 같고 
햇빛이 뜨거우면 구름 그림자 아래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마멋(marmot)
사람들이 먹을 것을 주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지금 마멋을 눈 앞에서 볼 수 있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다.



해발고도가 높아 햇빛이 뜨겁지만 기분이 좋다.
여행객들은 찾지 않는 곳에 들어와 숨겨진 장소를 찾은 것 같아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다.

낮은 경사의 초원을 천천히 계속 걸어 올라가니 저멀리 천막이 하나 보인다.
그 곳으로 걸어갔다. 

천막 앞에 가니 장족 한 가정이 있다. 
아이들은 뛰놀고, 할머니는 손녀를 안고 그늘에 앉아있다. 
아이들 엄마로 보이는 젊은 여자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의 인사를  받아준다.
어디에서 왔냐고 묻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신기하게 나를 쳐다본다. 
아이들도 내가 신기한지 계속 내 주변을 서성거린다. 



동티벳 지역을 여행하며 천막 집을 여러번 봤지만, 실제로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라 내부가 궁금했다. 
천막 집 내부를 구경해도 되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낯선 사람에게도 경계없이 대해주어 너무 고마웠다. 

내부에는 두꺼운 이불이 있고 그릇과 옷가지들이 있다.
불교지역 답게 어딜 가든 부처상을 볼 수 있다. 
동티벳 지역은 해발이 기본 3500 m 이상이라 7월에도 긴팔을 입고 다닌다. 
겨울에는 흰 눈으로 초원이 덮힌다고 한다. 
내가 그 초원 위에 서 있을 것을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황홀해진다. 

날씨가 선선한 여름에는 이렇게 천막을 치고 지내고
겨울에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생활한다고 한다. 



안을 구경하고 있으니, 아이 엄마가 나에게 수요차(酥油茶)를 마시라고 권한다. 
수요차(酥油茶)는 장족들이 즐겨마시는 차로 고산병에도 효과가 있는 차인데 지난번 따오청 야딩(亚丁) 등산시 마셨던 기억이 있다.
맛은  비릿하면서 짭짤한 곰국 맛이 난다. 실제로 소금이 들어간다고 한다. 





                                                          In the Bosom of Nature



아이들은 공 하나만 있어도 세상이 즐겁다.
넓은 초원 위를 뛰어다니고 뒹군다. 
말 그대로 자연의 품 안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핸드폰을 쥐어주며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요즘에는 어린 아이들도 핸드폰을 잘 사용하길래 아무런 설명없이 핸드폰 카메라 어플을 켜 아이의 손에 쥐어줬다. 
아이는 핸드폰을 처음 잡아보는 듯, 나에게 어떻게 사용하냐며 물어본다.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니 생각을 한번 더 해보게 된 일이다. 

아이가 찍어준 사진.
꽤 잘 찍은 듯 하다.
날씨와 배경이 좋으니 모든 사진은 작품이 된다. 

그렇게  아이들과 놀고 사진을 찍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아저씨가 시내로 다시 내려간다고 한다. 
내가 머뭇거리니까 아줌마가 눈치를 채고 남편에게 나도 태워서 시내로 데려주라고 말해준다. 
장족 아저씨는 아직도 내가 신기했던지 운전하면서도 계속 곁눈질로 몰래 나를 쳐다보셨다. 
걸어서는 1시간이 걸린 거리가 차를타니 5분도 걸리지 않는 거지였다.

아저씨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나는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 사장에게 초원에 혼자 다녀왔다하고 사진을 보여주니 
걸어서 가기엔 먼 곳인데 어떻게 혼자 다녀왔냐고 대단하다고 한다. 
다녀와서 같이 숙소를 썼던 중국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자기들도 가야겠다면서 걸음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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