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대사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 팔 때가 있다.
'여기서 번 얼마로 이걸 채우고....'. 하는 그런 계획들은 속수무책으로 무산되었다. 사실 계획이라는 건 하루하루 먹고살기 급급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좌절감만 안겨주는 것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기택이 아들에게 한 대사에 나는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었다.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계획을 하면 모든 계획이 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거든."
어떤 일들은 전혀 계획 없이 벌어져 삶을 바꿔놓기도 한다. 나에게는 대중문화 관련 칼럼을 쓰는 지금의 일을 하게 된 과정이 그랬다. 어느 날 동창회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가 인터넷 매체를 시작하게 됐다며 내게 글을 한번 써보겠냐고 물어본 게 시작이었다. 그렇게.... 나는 '칼럼니스트'라는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되었다. 기택의 말대로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이었다.
쉽지 않은 '소신'있는 글쓰기의 삶
실제로 우리는 굉장히 많은 얼굴들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꿔가며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 가족을 대할 때의 얼굴이 다르고, 오래된 친구들을 만나면 그 시절의 얼굴로 돌아간다. 그러다 모임 같은 공식적인 행사에 가면 또 다른 얼굴이 된다. 가끔 강연을 하러 무대에 오를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도대체 이 내성적인 인간의 어느 구석에 이런 너스레를 떠는 얼굴이 숨겨져 있었나.(.....) 어려서부터 우리는 한 가지 얼굴을 강요받으며 살아왔다. 그것이 하나의 정체성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내가 가진 다양한 '가능성'들을 스스로 검열하며 살아왔다. 연기는 어쩌면 연기자들만의 몫이 아닐지도 모른다.
인생이 '웰메이드'가 되고 싶은 나
과연 이 시대에 누군가를 비판하고 평가하는 일이 가능할까 싶었다. 직업이 비판하고 평가하는 일이니 이런 생각은 내게 큰 딜레마로 다가왔다. 그 딜레마의 고민 끝에 나온 건 '단정'을 피하고 '일반화'보다는 이것이 나의 의견이라는 걸 드러내는 '구체적 진술'을 해야겠다는 결론이었다. "내가 옳은 방향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해도 한 가지는 기억하자. 나도 누군가에게 개새끼일 수 있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포털 사이트 바로의 대표인 민 홍주가 배타미에게 하는 그 말은 내게 큰 위로와 위안을 줬다. 세상은 마치 '진리'가 유일무이한 것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무수히 많은 진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