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잔에서 김이 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
먹는 것도 먹는 둥, 마는 둥
학교도 다니는 둥, 마는 둥
노는 둥, 마는 둥
그런 나에게 의지할 곳은 없었다
의지 할 수 있는 유일한 곳...
가족의 그늘 아래
하지만,
쉽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안식처를 찾지 못한 나는
마치, 빈 잔과 같았다
물이 없는 우물에 인적이 있을까?
메마른 땅을 찾아와 주는 생명이 있을까?
메마른 땅에 새싹이 자라는데 필요한 건
영양분
빛
물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내가 내린 결론. 씨앗
땅이 있다고 모든 생명이 뿌리를 내리는 건 아니다.
뿌리가 있기 전에 생명의 덩어리가 있다.
나는 메마른 땅이지만
부족한 거 없는 나에겐 조건은 완벽했다
다만, 날 움직일 무언가가 없었다.
외롭게 보낸 시간이 길었다
이제는 그 시간을 잊게 해주는 단비가 내린다
씨앗이 없을 것만 같았던 메마른 땅에서
작은 생명이 자라난다.
나에게 힘 있게 살아갈 이유가 생겼다
비어만 있던 잔
그 빈 잔에서 김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