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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풀초 Apr 06. 2021

고기 국물은 먹는데 채식주의자라고요?

완벽한 비건이 되기보다는 불완전한 비건




“어떻게 비건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라는 질문보다 요즘은 “제가 비건식을 시작하려고 하는데...”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그 후로 이어지는 질문 공세를 예견하곤 큰 기합을 넣고 대답을 시작한다. 한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든지, 아니면 개인적인 애정이 있다든지 아니면 오늘은 에너지가 너무 남아돌아 어떻게든 발산을 하고 싶을 때이기도 하다.




  물어보는 질문은 거의 비슷했다. 정말로 채식만 해도 괜찮은지, 영양제를 따로 먹어야 하는 건 아닌지. 정혈에 관해서 묻기도 하고 결혼도 하지 않은 나에게 자식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묻는 일도 있었다. 내 주위의 비건 어머님은 이렇게 하셨다더라 하는 이야기로 대답을 대신한다. 대체로는 단백질과 지방의 부족에 대한 염려를 듣기도 하고 또는 다이어트에 효과적인지 묻는 질문도 있었다. 

    

  정말로 다양한 관심 속에서 내가 결국에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말이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줄여보세요.”     





  나의 경우에도 그랬듯 완벽히 모든 것을 다 알고 시작하는 비건은 없다. 그리고 완벽할 필요도 없고. 여전히 식당에서 비건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렵고 또 알아듣지 못하는 분을 위해 채식을 한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는 일도 낯 뜨겁다. 그래서 한동안은 ‘채식 한 끼’라는 비건 커뮤니티 어플에 올라온 비건 식당만을 가보기도 했었다.  

    

  용기 내어 식당에 걸었던 전화에 단호하게 전화를 끊어버린 이도 있었고 또 의외로 그런 부탁쯤이야 가볍지 않겠냐는 뜻으로 올리브유, 마늘, 버섯, 말린 토마토와 파스타면 그리고 약간의 소금만 들어간 알리오 올리오를 내주신 요리사 분도 보았다. 요청을 들어주시는 분들의 호의가 당연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안다. 하지만 매번 부탁을 드리는 입장에서는 다정한 말까지는 아니더라도 불쾌하지만 않게 받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나름의 염원을 가지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누르고 있다.    




  비건 3년 차가 되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은 투성이고 서툴기만 하다. 나름대로 노력을 통해 집에서는 완전 비건이라 할 수 있는 삶이지만 여전히 바깥에 나가면 위태롭다. 그래서인지 회의나 교육을 받으러 가야 하는 날이면 점심시간이 껴있는지부터 살펴보게 되는 것 같다. 최선의 선택지는 도시락이지만 언제나 최선일 수는 없다.   

 

  삶의 모든 문제를 통제할 수 없듯 이것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나는 내 선에서의 최대의 노력을 하고 나머지는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것이 나름대로 스스로 ‘비건’이라는 이름을 유지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나물 비빔밥을 먹으러 갔던 적이 있었다. 계란을 빼 달라는 요청을 드렸고 젓갈이 들어간 반찬도 파악을 해서 옆으로 밀어 놨었는데 양념이 가미된 고추장이 함께 나왔다. 알고 보니 흔히 말하는 소고기고추장이었다. 별 수 있나. 비비기 전에 알아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가득 덜어내고 간장을 따로 받아 비벼 먹었다.  

     

  삶은 완벽할 수 없다. 완벽할 필요도 없고. 실패에 매번 흔들리고 우여곡절 속에서 끝을 맺었음에도 나아가지 못했던 이유는 또 다른 흠이 생길까 봐 두려워서였다. 7년 간의 수험생활을 백지로 돌리고 이제라도 깨끗한 종이 위에 나의 삶을 완벽히 다시 그리고 싶었다. 과거는 엉망진창이었으나 미래 만이라도 떳떳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완벽한 욕심 속에서 제일 좋아했던 글쓰기마저 제대로 이어 나아갈 수 없었다. 언제든 실수할 수 있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일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왜 그리 간과했던 걸까.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오는 이들에게 내 최선의 이야기는 이제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비덩주의부터 시작하는 건 어떠세요?”라고 권하는 일이 되었다. 육수 요리가 많은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해 생성된 '비덩주의'는 고기 건더기만 먹지 않는 신개념 채식주의로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거기다 갑자기 모든 식생활을 뜯어고치는 것보단 차차 하나씩 줄여나가는 것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관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붙여서 말이다.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만큼 사람을 단단하게, 신념을 굳건하게 만드는 것은 없으니까. 시행착오 속에서 깨지고 또 그 바닥에서 무언가 쥐고 일어나면 되는 게 아닌가. 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건네며 나도 속으로 위로를 던진다.      





‘좀 틀리면 어때. 실패해도 괜찮아. 오늘 한 걸음 내디딘 걸로 된 거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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