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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장서희, 숨 막히는 '독친'을 연기하다

영화 [독친] 배우 장서희 인터뷰


‘왜 너는 나를 만나서~ 왜 나를 아프게만 해~’

주제곡만 들어도 딱 떠오르는 드라마가 있죠.


바로 대한민국 막장극 최고작으로 소문이 난 ‘아내의 유혹’ 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장서희는 하나 보유하기도 쉽지 않은 메가히트 드라마를 두 편이나 지닌 배우인데요.

아역배우 출신으로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아온 장서희는 ‘인어 아가씨’와 ‘아내의 유혹’ 두 편의 작품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들었습니다.


30년이 넘는 연기경력이 입증하는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지닌 장서희가 이번에는 브라운관이 아닌 스크린으로 여러분을 찾아왔습니다.

독이 되는 부모라는 뜻을 지닌 영화 ‘독친’을 통해서 5년 만에 영화계로 돌아온 장서희 인데요.

이번 작품에서 독친 혜영 역을 맡아 말 그대로 명연기를 펼쳤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한 노력과 본인만의 연기론, 여기에 모두가 궁금해 했던 5년의 공백기까지.

키노라이츠가 라운드 인터뷰를 통해 배우 장서희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참가한 소감이 궁금해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는 두 번째로 참석했어요. 좀 생뚱맞게 들릴 수 있는데 이전에 MC로 참가한 적 있어요. 그때(2012년) 장우혁 씨랑 같이 MC를 했었는데 되게 재밌었어요. 부천이 장르적인 영화가 특화된 영화제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도 흥미를 느끼고 그랬는데요. 오랜만에 제 영화로 이렇게 찾아와서 기분이 좋아요. 아주 뿌듯해요.


오랜만에 영화 복귀작으로 ‘독친’을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후루룩 읽었어요.(웃음) 왜 재미가 없으면 페이지가 안 넘어가잖아요. 요즘 뉴스를 보면 아동 관련 이슈가 정말 심각하잖아요. 그런 문제를 바라보면서 우리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여겼어요. 그간 이런 문제를 다룬 학원물이 많았잖아요. (‘독친’은) 삐뚤어진 모성이 아이들 성장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심각성을 담고 있어서 눈에 들어왔어요.


혜영이란 캐릭터가 말 그대로 자식에게 독이 되는 ‘독친’인데요. 처음 캐릭터를 만났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은 순간, 와~ 이 엄마 숨 막히네! 떠오르는 게 자식을 구석으로 모는 엄마의 이미지였어요. 이거 (혜영 캐릭터를) 연기할 때 신경질적으로 보여야 되겠다.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이마에 내 천(川) 자가 계속 쓰여 있어요.(웃음) 여기에 신체적으로 좀 더 마르고 신경질적인, 꼬챙이 같은 느낌을 이미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깡마른 건 좀 실패한 듯해요.(웃음)


개인적으로 면회 중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그 장면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을까요?

(‘독친’을 촬영하면서) 되게 편했어요. 제가 어린 감독님과 함께 일한 게 처음이라 좀 어렵게 느껴졌어요. 촬영이라는 게 이런 어려움을 다 허물어뜨리고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영화에서 시너지가 나오는 거거든요. 서로 예의는 지키면서 합이 잘 맞아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저랑 잘 맞았던 것이 보통 직접 각본을 쓰시는 감독님들의 경우 본인 작업물을 수정하는 걸 싫어하세요. 김수인 감독님은 정말 좋았던 것이 현장에서 불필요하다 여겨지는 대사를 다 빼주셨어요. 배우를 믿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셨다고 할까요.

면회실 장면의 경우도 상대 배우 분이 연기를 할 때마다 제 리액션을 보여줬다면 좀 촌스럽게 연출이 되었을 거예요. (장면) 마지막에 제 표정을 잡아주면서 감정을 터뜨려서 시너지가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어요.



혜영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드라마 ‘마녀의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독친’을 촬영했어요. 드라마에서는 성인 딸을 둔 엄마로 나오긴 했지만, 영화를 찍을 때는 그렇게 큰 딸(고등학생)이랑 연기한 게 처음이었어요. 제가 결혼한 것도 아니고 아이도 없다 보니까 어떻게 (혜영을) 표현해야 하나. 그래서 상상을 많이 했어요. 안나(극중 혜영의 딸 유리 역)가 내 딸이고 이런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까. 이렇게 몰입하다 보니까 촬영 회차가 지날수록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리고 안나가 신인인데 너무 열심히 하고 굉장히 진지하게 임해서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 정말 칭찬해 주고 싶은 친구예요.


혜영을 연기하기 위해 참고한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예전부터 이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요. 드라마나 영화 같은 걸 보면 저도 모르게 모방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뉴스나 다큐를 많이 봐요. 정말 리얼한 상황에 처한 분들을 보면서 관찰을 많이 해요. 요즘은 한블리 자주 봐요. 그런 심각한 사건이 터졌을 때 당사자 가족들이 나와서 인터뷰 하는 거 보면 그게 사실이잖아요. 그런 관찰 많이 하고 나중에 연기할 때는 거기에 상상까지 더해요.


극중 혜영은 정말 다양한 인물과 싸우는데요. 딸 유리 말고 기억에 남는 갈등을 겪는 캐릭터가 있나요?

뭐, 다 기억에 남죠. 혜영이 형사분들 빼고는 (극중 주요 캐릭터들을) 다 때려요.(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유리의 친구인) 예나를 때렸을 때. 하필 이게 소윤(예나 역)이랑 첫 만남이었어요.(웃음) 그래서 좀 그랬어요.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서는 몰입이 확 올라오더라고요. 우리 한 번에 끝내자고 하고 퍽 때렸는데. 손자국이 저녁까지 갔어요. 그래서 화장으로 손자국을 지우고 촬영했어요.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혹 욕심이 남는 아쉬운 장면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작품이든 끝나고 보면 다 아쉬운 부분이 남죠. 굳이 뽑자면 예나를 만나고 뺨을 때렸을 때 제가 더 격양되어야 하지 않았나. 예나가 정말 큰 잘못을 한 거처럼 더 과장되게 연기해야 하지 않았나. 혜영이라는 캐릭터가 편집증적인 증세를 보여요. 그런 부분을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완성된 작품을 보고 촬영 때와 다른 느낌을 받은 의외의 명장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레스토랑 장면! 찍을 때랑 많이 달랐어요. 감독님 연출 방법이 신선했어요. 면회 씬도 마찬가지고 화면전환이나 그런 것들을 봤을 때 참신하게 느껴졌어요. 솔직히 말해서 제가 생각한 것보다 (영화가) 재밌게 나왔어요.(웃음) 솔직히 약간 걱정이 있었던 것이 요즘 학원물이 많고 극성엄마를 다룬 작품들이 많았잖아요. 판에 박힌 뻔한 스토리 되지 않을까? 걱정이 있었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니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배우 공백기가 상당히 길었는데요.

이 공백이 왜 있었냐면 준비하던 작품들이 엎어졌어요. 2개가 그렇게 되어서 의도치 않게 공백기가 길어졌어요. 그때 초조하고 그런 생각은 없었던 것이 잠시 나도 쉬는 시간 있어야지. 제가 아역부터 시작했잖아요. 많은 분들이 화면에 안 보이면 쉬는 줄 아는데 아니에요.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 등장하지 않을 때도 전 중국에서 활동 중이었어요.

이번에 5년 쉬면서 재충전할 시간을 가졌어요. 오랜만에 작품을 하려다 보니까 어색하더라고요. 하필 첫 촬영이 딸 시체를 보고 오열하는 장면이라… 아주 스타트를 세게 했는데 나쁘진 않았어요. 짧은 시간 촬영했지만 이 영화(‘독친’)가 제게는 도움이 많이 되었던, 그런 시간이었어요.


영화와 드라마를 연달아 촬영하셨는데요. 연기에 있어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연기라는 게 시대에 따라 달라져요. 그래서 배우한테는 시대에 맞춘 연기가 필요해요. 제가 어렸을 때, 특히 드라마에는 내 컷을 받을 때만 연기를 해야 했어요. 상대가 연기를 하고 있으면 한 박자 쉬고 리액션을 연기했는데 지금 그렇게 하면 이상한 연기한다고 그러죠. 요즘은 대사 템포가 빠르고 리액션도 바로바로 해야 해요. 앞서 이야기 드렸지만 남의 연기를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때 유명했던 배우나 영화를 보고 참고하는 건 좀 아니라고 봐요. 모방할 우려가 있으니까.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배우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그래서 몇 십년 배우해도 연기가 어려운 거고요.


예비 관객 분들을 위한 ‘독친’의 관람 포인트를 소개해 주세요.

입시문제도 그렇고 영화 속 유리와 같은 아이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해요. 청소년 자살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잖아요. 누구한테 털어놓기 힘든 그런 고민이 있을 시기에 있는 분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위안받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이미지 제공 :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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