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성과 완성도 양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마녀 세계관 4부작 드라마
<마녀>시리즈로 유명한 박훈정 감독의 첫 드라마가 공개됐다.
박훈정 감독은 영화 <악마를 보았다>와 <부당거래>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데 <신세계>를 제외하면 훌륭한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 정작 자기 영화에서는 훌륭한 시나리오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또 여성 최강자 캐릭터 직조에 능수능란한 감독이면서 동시에 <브이아이피>에서는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씬을 지나치게 길게 배치하며 소비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물론 매니아들의 열광과는 별개로 최근작 <낙원의 밤>과 <귀공자>가 평단의 지지를 받지 못하거나 흥행에 실패했지만, 마녀 시리즈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고 감독의 역량에 의문을 표하는 기류는 없기 때문에 이번 폭군의 흥행과 호평은 박훈정 감독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으로도 볼 수 있겠다.
캐릭터에 올인해서 흥행하는 작품들은 보통 비액션 드라마가 많은데 박훈정 감독의 작품들은 캐릭터도 멋지게 빚어진 데다 액션까지 화려해 확실히 재미있다. 시나리오가 다소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폭군>을 포함해 빙산의 일각만 드러내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 마녀 세계관에서는 영화가 더욱 미스터리하고 긴장감 있어진다. 마녀의 세계관이 어디까지 확장되는 것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 현재로써는 전개되는 이야기에 군더더기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 알 수 없어 더욱 그렇다.
아무튼 이번 폭군은 편차가 있던 전작들을 딛고 완성도와 오락성 양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 드라마 트루기를 잘 짠 것인지 박훈정 감독이 이제는 경지에 올라선 것인지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다.
특히 차승원과 조윤수가 연기한 청소부와 기술자 캐릭터가 인상적인데 이미 보아오던 캐릭터지만 서푼의 새로움을 섞어 입체적으로 재탄생시킨 솜씨는 탁월하다. 물론 배우들의 능력치이기도 한데 김선호와 무진성 등의 주요 배우들도 캐릭터를 원래 자기 옷처럼 멋지게 걸쳤다.
그에 더해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특유의 허세가 사라진 비장함은 그간 잊고 있던 하드보일드의 효능감을 확실히 일깨워준다. 마녀 세계관의 후속작들이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