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기판에 안주하던 나에게, '괴물'이 찾아왔다
저에게 '아두이노 우노'는 늘 첫사랑 같은 존재였습니다. 파란색 기판 위에 노란색 점퍼 선을 꽂아 LED를 깜빡이던, 'L 포트'를 제어하던 그 순수했던 시절의 상징이었죠. (아마 많은 분이 공감하실 겁니다.) 그저 정해진 코드 몇 줄을 성실하게 수행하던 작고 겸손한 친구.
그런데 얼마 전, 저의 이런 오랜 믿음과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린 녀석이 나타났습니다. 이름은 분명 '우노'인데, 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괴물'이 들어있더군요. �
오늘은 제가 '아두이노 우노(Arduino UNO) Q'를 만나고 '아, 이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라고 느꼈던 네 가지 놀라운 순간을 공유하려 합니다. 어쩌면 이 글이, 당신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거대한 불씨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받은 가장 큰 충격은 이것이 더 이상 '마이크로컨트롤러'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아두이노 우노 Q는 내장된 Debian Linux 환경 덕분에, 그 자체로 완벽한 '싱글 보드 컴퓨터(SBC)'였습니다. 네, 우리가 알던 라즈베리 파이처럼 말이죠.
별도의 PC 없이 USB-C 동글 하나로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를 연결하니... 정말 리눅스 데스크톱 화면이 떠오르는 겁니다. �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 보드는 더 이상 간단한 스케치를 '수행'하는 장치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컴퓨터라는 것을.
물론 원활한 데스크톱 환경을 위해서는 4GB RAM이 탑재된 모델을 권장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작은 폼팩터에서 리눅스가 구동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제 머릿속의 많은 회로가 다시 그려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두이노 우노 Q는 독특하게도 '두 개의 뇌'를 가졌습니다. 강력한 애플리케이션을 처리하는 Qualcomm MPU(중앙 두뇌)와 실시간 제어를 위한 STM32 MCU(신경계)가 한 보드에 공존합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저는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 MPU (두뇌 / 퀄컴 QRB2210): 리눅스를 돌리고, AI 연산을 하며, 그래픽을 처리하는 '복잡하고 무거운 생각' 담당.
� MCU (신경계 / STM32U585): 센서를 읽고 모터를 돌리는 '빠르고 정밀한 반사신경' 담당.
이게 왜 저를 감동하게 했냐면, MPU가 리눅스 위에서 복잡한 AI 연산을 하느라 잠시 버벅대는 순간에도, MCU는 나노초 단위의 정밀함으로 모터를 제어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Arduino Bridge'라는 기술로 이 두 세계가 완벽하게 소통한다고 해요.
그동안 우리는 '두뇌'와 '신경계'를 따로 구해 억지로 이어 붙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보드는 처음부터 완벽한 하나의 유기체로 태어났습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이건 정말... 꿈에 그리던 조합입니다. �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동안 '아두이노 AI'라고 하면... 조금은 장난감처럼 느껴졌습니다. (TinyML 정도를 떠올렸죠.) 하지만 아두이노 우노 Q는 달랐습니다. MPU인 Qualcomm Dragonwing™ QRB2210에 탑재된 쿼드코어 Arm Cortex-A53, Adreno GPU, 두 개의 ISP(이미지 신호 프로세서)까지... 이건 그냥 '엣지 AI'를 하라고 만든 설계였습니다.
카메라로 들어온 영상을 굳이 무거운 클라우드 서버로 보낼 필요 없이, 이 작은 보드 '자체에서'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AI 비전 솔루션이 가능해졌다는 의미입니다.
LED를 깜빡이던 그 손으로, 이제는 사물을 인식하고 소리를 구별하는 '지능'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기존 아두이노 사용자에게 익숙한 Arduino IDE 2.0+나 VS Code로 MCU만 단독 프로그래밍하는 것도 완벽하게 지원합니다. 과거를 존중하되, 완벽하게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예전 아두이노 프로젝트를 떠올려봅니다. Wi-Fi나 블루투스를 쓰기 위해 쉴드를 겹겹이 쌓고, 라이브러리 충돌과 씨름하고, 수많은 선 연결에 '현타'가 오던 순간들... (다들 경험 있으시죠? �)
UNO Q는 Wi-Fi® 5와 Bluetooth® 5.1을 아예 보드에 품고 태어났습니다. 심지어 온보드 안테나까지 달려있어, 그저 전원을 켜는 것만으로 무선 통신 준비가 끝납니다.
복잡함은 덜어냈지만, 확장성은 오히려 극대화되었습니다.
Qwiic 커넥터: 납땜 없이 I2C 센서를 '딸깍' 하고 간편하게 연결합니다.
전통적인 UNO 헤더: 우리가 사랑했던 기존의 수많은 쉴드와 호환성을 지킵니다.
하단 고속 커넥터 (핵심): 위에서 말한 '엣지 AI'를 위해 MIPI-CSI 카메라와 MIPI-DSI 디스플레이를 MPU에 '직결'할 수 있습니다. 고해상도 데이터를 지연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위한 문이 열린 셈이죠.
솔직히 말해, 이건 이름만 'UNO'일뿐 완전히 다른 존재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첫 번째'라는 이름(UNO)에 가장 어울리는 진화일지도 모릅니다.
기존 아두이노의 장점인 실시간 제어의 안정성(MCU)에, 라즈베리파이 같은 강력한 리눅스 컴퓨터(MPU)와 전문적인 엣지 AI 성능, 그리고 편리한 무선 통신까지... 이 모든 걸 합쳐놓은 '완전체'가 드디어 등장한 것입니다.
그동안 복잡한 로봇, 스마트홈 허브, AI 비전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아두이노와 라즈베리파이, 각종 통신 모듈을 복잡하게 엮느라 고생했던 시간들에게 작별을 고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클래식한 폼팩터에 담긴 리눅스와 AI의 강력한 힘.
이 새로운 캔버스 위에서, 당신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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