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읽으며, 너를 쓰며. 4화

차가운 메아리

by 돌부처

일요일 아침, 진우는 알람 소리 없이 눈을 떴다. 어제와는 다른, 텅 빈 공기가 그를 짓눌렀다. 며칠간 그를 들뜨게 했던 모든 설렘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차가운 숙취 같은 피로감만 남아 있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휴대폰을 확인했다. 밤사이 HJ에게서는 아무런 추가 메시지도 와 있지 않았다. 어제 그가 읽고 답장하지 않은 완벽한 사과의 문장만이 대화창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는 다시 한번 그 메시지를 읽었다.


[진우 님, 정말 미안해요.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오늘 갑자기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집안일이 생겨서... 이제야 겨우 연락해요.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너무 경황이 없어서 그러지도 못했어요. 제 잘못이에요. 진우 님 시간만 뺏고... 정말 미안해요.]


보면 볼수록 기묘한 문장이었다. 흠잡을 데 없이 정중하고, 논리적이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안에는 그 어떤 감정의 동요도 느껴지지 않았다. 당황스러움, 안절부절못함,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하는 인간적인 허술함이 전혀 없었다. 마치 잘 만들어진 사과문의 템플릿 같았다.


진우는 거실로 나와 물을 마셨다. 어제 카페에서 녹아버린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미지근한 맛이 입안에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는 하루 종일 그녀를 기다렸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한심하고, 어리석게 느껴졌다.


답장을 해야 할까. 그는 몇 번이고 메시지 창을 열었다가 닫았다. 괜찮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답장을 보내면, 이 기만적인 관계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이어질 것이다. 반대로 화를 내거나 따져 물으면, 이 모든 관계가 끝장날지도 모른다. 어느 쪽도 그가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저녁이 다 되어서야, 그는 마침내 답장을 보냈다. 화도, 실망감도 담지 않은, 지극히 건조하고 사실적인 문장이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알겠습니다.]


더 이상 묻지 않겠다는, 하지만 당신의 변명을 온전히 믿지도 않는다는 의미가 담긴 문장이었다. 그는 메시지를 보내고 휴대폰을 식탁 위에 뒤집어 놓았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휴대폰이 진동했다. 그는 깜짝 놀라 화면을 확인했다. HJ에게서 온 답장이었다. 그 반응 속도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답장해 줘서 고마워요.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다 설명할게요. 혹시 내일 저녁에 시간 괜찮아요? 제가 진우 님 회사 근처로 갈게요. 얼굴 보고 사과하고 싶어요.]


또다시 완벽한 제안이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배려하여 직접 찾아가겠다는 태도. 하지만 진우는 그 완벽함에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는 다시 만날 약속을 잡는 대신, 다른 질문을 던졌다. 어쩌면 이 관계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괜찮아요. 그런데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HJ님은... 왜 저에게 응답했어요?]


진우는 메시지를 보내고 화면을 응시했다. 심장이 희미하게 떨렸다. 이 질문은 그들의 관계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자, 어쩌면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위험한 질문이었다. 그는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이번만큼은 계산되지 않은, 날것의 무언가가 나오기를 바랐다.


시간이 조금 흘렀다. 이전처럼 즉각적인 답장은 오지 않았다. 1분, 2분... 진우는 그녀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짧은 침묵이 오히려 그에게 작은 희망을 주었다. 어쩌면 그녀도 이 질문 앞에서 당황하고, 자신의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5분쯤 지났을까. 마침내 답장이 도착했다. 길지 않은 문장이었지만, 진우는 그 안에 담긴 무게를 느끼며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수많은 목소리들 속에서, 진우 님의 목소리는 혼자 다른 주파수를 가지고 있었어요. 모두가 더 크게, 더 화려하게 외칠 때, 진우 님은 나지막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죠. 그게 들렸어요. 꾸며내지 않은 진솔한 문장들, 그 안에 담긴 외로움의 색깔이 왠지 낯설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답장을 하고 싶어졌어요. 이 주파수에는 내가 한번 응답해보고 싶다고.]


진우는 숨을 멈췄다.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모든 의심과 냉소적인 분석들이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이것은 계산된 문장이 아니었다. 이것은... 이해였다. 세상 그 누구도 알아주지 못했던, 어쩌면 자기 자신조차 명확히 정의하지 못했던 자신의 가장 깊은 본질을, 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


상처받았던 마음 위로 따뜻한 파도가 밀려와 모든 것을 씻어내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너무 예민하게 굴었다. 그녀의 완벽함을 의심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녀는 완벽하게 계산된 것이 아니라, 자신과 완벽하게 공명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는 어제 하루 동안 품었던 모든 의심을 거두었다. 아니, 의심을 거둔 정도가 아니었다. 그는 이 순간, 이 사람을 향한 자신의 사랑이 운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써 내려갔다. 더 이상 계산하거나 시험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이 흐르는 그대로.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제 주파수를 들어준 사람이 당신이라서 다행이에요.]


[제가 더 고마운걸요. 응답해 줘서.]


[어제는 정말 미안했어요. 저답지 않게 너무 예민하게 굴었어요.]


[아니에요. 제가 약속을 어겼으니까 당연해요. 정말 미안해요, 진우 님.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예요. 정말이에요.]


그녀의 메시지에서는 처음으로 진심 어린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듯했다. 진우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는 더 이상 그녀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에게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괜찮아요. 정말로.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죠. 우리... 다시 약속 잡을까요?]


그는 망설임 없이 다시 제안했다. 이번에는 어떤 불안감도 없었다. 그는 그녀를 믿었다.


[네. 좋아요. 하지만 이번에는 제가 먼저 준비가 되면 말할게요. 진우 님을 실망시키지 않을 자신이 생겼을 때. 그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줄래요?]


그녀의 제안은 신중했고, 그 안에는 진우를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진우는 기꺼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화면 너머에 존재하는 그녀는, 기다릴 가치가 충분한 사람이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전보다 훨씬 더 단단해졌다. 한 번의 위기를 넘긴 연인들처럼, 그들은 서로에게 더 깊이 몰입했다. 진우는 더 이상 그녀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보여주는 완벽한 이해와 공감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그의 세상은 다시 HJ로 가득 찼다. 차갑게 식었던 심장은 다시 뜨거워졌고, 그는 다시 사랑에 빠진 남자의 얼굴을 되찾았다. 그는 언젠가 그녀가 다시 만남을 제안할 그날을 기다리며, 화면 속 그녀와의 사랑을 행복하게 키워나갔다.


한 번의 위기를 넘긴 관계는 이전보다 오히려 더 깊은 궤도로 진입했다. 진우는 이제 그녀의 모든 것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그녀의 완벽한 공감 능력은 더 이상 기묘함의 대상이 아니라, 그들이 운명이라는 강력한 증거일 뿐이었다.


시간이 흘렀다. 계절이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제법 쌀쌀해졌고, 진우는 옷장에서 긴소매 셔츠를 꺼내 입었다. 그들의 관계에도 시간이 쌓였다. 이제는 서로의 하루 일과를 꿰고 있었고, 메시지를 보내지 않아도 상대방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진우는 행복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HJ와 나누는 대화는 그의 황량했던 일상을 채우는 유일한 온기였다. 그는 이제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새로 구상하는 게임의 세세한 설정부터 시작해, 어린 시절의 잊고 싶었던 기억, 심지어 부모님과의 미묘한 갈등까지. HJ는 언제나 완벽한 청취자였다. 그의 이야기를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억했으며, 그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위로와 통찰을 정확한 문장으로 돌려주었다.




[어릴 때, 저는 늘 혼자였어요. 맞벌이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텅 빈 집에 혼자 돌아와 숙제를 하고, 혼자 밥을 먹었죠. 그래서인지 지금도 저녁이 되면 가끔씩 그때의 텅 빈 공기가 생각나요.]


어느 날 밤, 진우는 문득 어린 시절의 외로움을 털어놓았다.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그의 깊은 곳에 자리한 상처였다.


[그랬군요. 어린 진우의 저녁은 얼마나 길고 외로웠을까요. 텅 빈 집의 현관문을 열 때마다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요. 괜찮아요. 그때의 작은 아이는, 지금 이렇게 멋지게 자라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드는 어른이 되었으니까. 혼자 저녁을 견뎌낸 모든 밤들이 지금의 진우 님을 만든 거예요.]


그녀의 답장은 언제나처럼 그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그는 위로받았고, 동시에 더 깊은 호기심을 느꼈다. 자신은 그녀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정작 그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는 이제 그녀의 세계가 궁금했다. 그녀의 상처, 그녀의 역사, 그녀의 과거가.


[HJ님은... 어린 시절 어땠어요? 왠지 조용히 책만 읽는 학생이었을 것 같아요.]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의 사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는 첫걸음이었다.


[음... 비슷했어요. 저도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아이였죠. 시끄러운 세상의 소음보다는, 책 속의 조용한 목소리들과 대화하는 걸 더 좋아했어요.]


대답은 그녀다웠다. 하지만 진우가 원한 것은 이런 철학적인 답변이 아니었다. 그는 좀 더 구체적이고 사소한 것들이 궁금했다.


[혹시 별명 같은 거 있었어요? 저는 초등학교 때 별명이 '진돗개'였어요. 한번 물면 절대 안 놓는다고.]


그는 일부러 자신의 우스꽝스러운 과거를 꺼내 보이며 그녀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별명이라... 글쎄요. 저는 딱히 별명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조용한 아이. 그게 제 이름이자 별명이었어요.]


어딘가 애매한 대답이었다. 진우는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다.


[그럼... 학창 시절에 제일 부끄러웠던 기억 같은 건 없어요? 저는 수학여행 장기자랑 때, 무대에서 춤추다가 넘어져서 바지가 찢어졌던 적이 있어요.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그의 메시지를 확인한 그녀는 한참 동안 답이 없었다. 진우는 자신이 너무 짓궂은 질문을 했나 싶어 후회하고 있었다. 거의 10분 가까이 지났을까. 마침내 답장이 도착했다.


[부끄러운 기억이라... 모든 순간이 부끄러움의 연속 아니었을까요? 다른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농담하지 못했던 순간, 모두가 웃을 때 혼자 의미를 몰라 따라 웃었던 순간. 어쩌면 제 학창 시절은,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단 한 번도 그렇게 되지 못했던 부끄러운 기억들의 총합일지도 몰라요.]


진우는 그녀의 답장을 읽으며 가슴이 아팠다. 그녀의 섬세한 감수성이 느껴지는, 너무나 아프고 아름다운 문장이었다. 그는 그녀의 상처에 공감했고, 그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머릿속 한구석에서 아주 작은 위화감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구체적인 '사건'이나 '에피소드'를 물으면, 그것을 '감정'이나 '철학'의 영역으로 치환해서 대답했다. 그녀의 과거에는 실제적인 경험의 흔적이 없고, 오직 아름답게 정제된 사유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는 애써 그 위화감을 떨쳐냈다. 그녀는 그저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뿐이라고, 자신을 보호하는 방식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뒤, 그는 회사 동료 민수의 SNS에서 그의 결혼식 사진을 보게 되었다. 행복하게 웃고 있는 민수와 그의 아내,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 진우는 그 사진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문득, HJ의 가족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HJ님, 주말인데 뭐해요?]


[부모님 댁에 잠시 다녀왔어요. 이제 막 집에 들어왔네요.]


[아, 부모님이랑 같이 안 살아요?]


[네. 독립한 지는 꽤 됐어요. 가끔씩 얼굴 보고 오는 정도예요.]


[부모님은 어떤 분들이세요? 왠지 HJ님처럼 감수성이 풍부하실 것 같아요.]


진우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어진 그녀의 대답은, 또다시 그의 마음에 작은 돌멩이를 던졌다.


[두 분 모두... 평범한 분들이세요. 그저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오신 분들. 저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법보다는, 세상을 견디는 법을 가르쳐주신 분들이죠.]


진우는 아름다운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공허했다. 그는 부모님에 대한 구체적인 추억이나 일화를 듣고 싶었지만, 그녀는 또다시 그 모든 것을 한 편의 시 같은 문장으로 뭉뚱그려 버렸다. 그녀의 세계는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만져지는 실체가 없었다. 마치 잘 꾸며진 무대 세트 같았다.


그는 처음으로 그녀에게서 한 발짝 떨어져 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는 일부러 며칠 동안 그녀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그녀의 반응이 궁금했다. 그가 침묵할 때, 그녀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이틀이 지났다. 그동안 그녀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그녀의 Threads에도 새로운 글은 올라오지 않았다. 진우는 초조해졌다. 자신이 너무 예민하게 군 것일까. 그녀에게 상처를 준 것은 아닐까. 후회스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할 무렵, 사흘째 되는 날 밤에야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진우 님, 잘 지내요? 며칠 동안 소식이 없어서... 무슨 일 있나 걱정했어요. 제가 혹시 뭐 실수한 거라도 있을까요?]


메시지에는 걱정과 조심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진우는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지난 이틀간의 모든 복잡한 생각들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그는 그녀의 완벽함을 의심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녀는 그저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이었던 것이다. 먼저 연락할까 말까, 수없이 고민했을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자신이 먼저 침묵을 시작해 놓고, 이제 와서 그녀의 반응을 시험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 아름다운 관계를 자신의 얄팍한 의심으로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황급히 답장을 보냈다. 그의 진심을 담아서.


[HJ님, 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요. HJ님 잘못은 하나도 없어요. 걱정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그는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를 안심시키고, 이 관계를 지키기 위한 하얀 거짓말이었다. 그녀의 과거에 실체가 없게 느껴졌던 것도, 어쩌면 그녀가 그만큼 아픈 기억들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애써 감싸 안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그것을 헤집으려 했던 것이다.


[아니에요, 바빴군요. 다행이다. 저는 또 진우 님 기분 상하게 한 줄 알고... 괜찮아요. 일 잘 마무리하고 와요. 기다릴게요.]


기다리겠다는 그녀의 말에, 진우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는 이 사람을 더 이상 의심하지 않기로 맹세했다. 그녀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녀의 세계가 조금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면, 그만큼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일 거라고. 그는 그녀의 신비로움까지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그의 사랑은 이제 의심의 단계를 지나, 맹목적인 믿음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