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의 감각을 읽는 시간. 15화

고요한 아우성

by 돌부처

주말 내내, 나는 낚시꾼이 아닌 초조한 어부의 심정으로 휴대폰만 들여다보았다. 수십 개의 종이배를 띄워 보냈지만, 망망대해는 어떤 회신도 보내오지 않았다. 우리가 만든 비밀 커뮤니티는 방문자 수 ‘0’이라는 숫자만 띄운 채, 유령선처럼 고요했다. 우리의 촛불은 너무나 미약해서, 그들의 마음에 닿기도 전에 차가운 바닷바람에 꺼져버린 것일까.


‘역시 무리였나.’


일요일 밤, 나는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김현승에게 실패를 인정하는 메시지를 보내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휴대폰 화면에 작은 알림 창 하나가 떠올랐다.


[‘푸른 다락방’님이 커뮤니티에 가입했습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푸른 다락방’이라는 아이디의 사용자는, 마치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오듯, 아주 짧은 첫 번째 글을 남겨놓았다.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군요.’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안도와 위로가 뒤섞인, 낮은 독백이었다. 그 짧은 문장 아래에서, 나는 지난 몇 주간 나를 짓눌렀던 모든 의심과 불안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첫 번째 입질. 그것은 분명히, 살아있는 신호였다.




월요일 아침, 사무실의 공기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나와 김현승의 눈빛은 은밀하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오직 우리만이 아는 신호를 주고받았다. 차수진 팀장의 아침 보고 시간, 그녀는 거대한 스크린에 온갖 종류의 그래프와 숫자를 띄워놓고 있었다.


“이번 주 KPI 달성률, 98.7%입니다. 큰 문제없이 순항 중이군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나는 내 노트북 화면 한편에 몰래 띄워놓은 비밀 커뮤니티 창을 힐끗 보았다. 그 사이, ‘별 헤는 밤’, ‘오래된 서랍’이라는 아이디의 사용자들이 새로 가입해 있었다. 그들은 ‘푸른 다락방’의 글 아래에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저도요. 저도 제 다락방을 잃어버린 기분이었어요.]

[업데이트 이후로 앱을 켜지 않게 됐어요. 예전의 그 느낌이 사라져서…]


98.7%라는 거대한 숫자. 그리고 그 숫자가 감추고 있는, 작지만 뜨거운 세 개의 목소리.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지금, 아무도 보지 못하는 빙하 아래의 진실을 목격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비밀 낚시터는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기능이나 버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떤 이는 처음 앱을 발견했을 때의 설렘을 이야기했고, 어떤 이는 자신만의 템플릿을 만들며 느꼈던 소소한 즐거움을 이야기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통계로 환원될 수 없는, 살아있는 감각의 기록이었다. 그것은 불만이 아니었다. 애정하는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고요하고 슬픈 아우성이었다.


점심시간, 나와 김현승은 탕비실 대신 회사 옥상으로 향했다. 우리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휴대폰 화면 속에서 들려오는 그 아우성들을 함께 읽었다.


“이건… 데이터가 아니네요.”


김현승이 나직이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내가 김민지 씨를 만났던 그날 밤 보았던 것과 같은 종류의 깊은 충격이 서려 있었다.


“이건… 우리가 놓쳐버린 수십 편의 연애편지 같습니다.”


그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우리는 그저 ‘이탈률 1.3%’라는 숫자로 이들을 지워버렸어요. 이 안에 이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의 고백에,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가장 큰 무기였던 데이터는, 이 살아있는 목소리들 앞에서 그 힘을 잃고 있었다.




수요일 오후, 차수진 팀장이 내 자리로 다가왔다.


“박주원 대리, 지난번에 말했던 그 ‘소음’ 말입니다. 20대 여성 고객 이탈률. 추적 관찰해 보니, 이번 주에도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군요. 통계적으로는 여전히 미미하지만, 신경이 쓰이긴 하네요.”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지만, 나는 그녀의 눈빛에서 날카로운 탐색의 기운을 느꼈다. 그녀의 그물이,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수면 아래를 훑기 시작한 것이다.


“혹시, 이 현상에 대해 뭔가 알아낸 거 있습니까?”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팀장님. 아직은… 명확하게 잡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녀는 잠시 나를 꿰뚫어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흥미를 잃고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동시에 깨달았다. 우리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날 저녁, 텅 빈 탕비실에 다시 마주 앉은 김현승이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박대리님. 우리, 지금 괴물을 낚은 걸지도 모릅니다.”


그의 노트북 화면에는, 100명에 가까운 사용자들이 남긴 수백 개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것은 거대하고, 뜨겁고, 그리고 무엇보다 위험한 진실이었다.


“이제 이놈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대로 뭍으로 끌어올렸다간, 우리 배까지 뒤집힐 수 있습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이제 선택해야만 했다. 이 위험한 진실을 싣고, 빙하와 정면으로 충돌할 것인가. 아니면 아무도 모르게, 이 모든 것을 다시 깊은 바다로 돌려보낼 것인가.


결전의 날은 금요일이었다. 나와 김현승은 지난 며칠간, 우리가 낚아 올린 ‘괴물’을 세상에 드러낼 방법을 고민했다. 그것은 지금껏 우리가 해왔던 그 어떤 낚시보다도 더 정교한 기술과 대담한 배짱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차수진 팀장의 시스템은 우리의 비밀스러운 접근 자체를 ‘규정 위반’이라는 이름으로 짓뭉개버릴 터였다.


“우리가 빙하를 직접 깨뜨릴 수는 없습니다.”


목요일 밤, 텅 빈 탕비실에서 김현승이 말했다.


“하지만, 빙하에 아주 작은 균열을 만들 수는 있겠죠. 그녀가 스스로 그 균열을 들여다보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의 전략은 그렇게 세워졌다. 우리는 우리의 비밀 낚시터, ‘고요한 아우성’의 존재를 철저히 숨기기로 했다. 대신, 우리는 차수진 팀장이 가장 신뢰하는 언어, 바로 ‘데이터’를 이용해 그녀를 우리가 원하는 지점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금요일 오전, 주간 보고 시간. 김현승이 먼저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그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데이터와 분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는 프로젝트의 모든 KPI가 순항 중임을 보여주며 차수진 팀장을 안심시켰다. 보고가 거의 끝나갈 무렵, 그가 마치 사소한 것을 발견했다는 듯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팀장님,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그는 스크린에 지난 몇 주간의 ‘20대 여성 고객 이탈률’ 그래프를 띄웠다.


“팀장님께서 ‘소음’ 수준이라고 말씀하셨던 그 지표입니다. 보시다시피,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체 데이터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지만, 그 ‘패턴’이 너무나 일정합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어떤 규칙이 있는 것처럼요.”


김현승의 발표에 차수진 팀장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그녀는 데이터의 이상 징후를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사냥개와 같았다. 그녀는 ‘패턴’이라는 단어를 놓치지 않았다.


“원인은 파악됐습니까?”

“아직입니다. 정량 데이터만으로는 원인을 특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그때, 내가 손을 들었다. 모든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팀장님. 혹시, 제가 한번 이 ‘패턴’의 원인을 파고들어 봐도 되겠습니까?”


차수진 팀장은 의아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박주원 대리가요? 어떤 방법으로요?”

“정량 데이터가 아닌, 정성적인 방법으로 접근해보고 싶습니다. 이탈 유저 중 몇 명에게 직접 연락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겁니다. 물론, 통계적으로는 무의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어떤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 제안은 그녀의 시스템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었다. 감과 직관에 의존하는, 그녀가 가장 경멸하는 방식. 회의실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녀가 나를 거절할 것이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김현승이 던져놓은 ‘패턴’이라는 미끼를 이미 물어버린 후였다. 그녀는 완벽하다고 믿었던 자신의 그물에서, 아주 작은 구멍을 발견한 것이다.


“좋습니다.”


한참 만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건 공식적인 업무가 아닙니다. 박주원 대리 개인의 ‘호기심’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하죠. 시간은 다음 주 월요일 오전까지. 그때까지 이 미세한 데이터 하락의 원인에 대한 ‘설득력 있는 가설’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이 이야기는 더 이상 꺼내지 않는 걸로 합니다.”


그녀는 내게 단 이틀의 시간을 주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으니까.


주말 내내, 나는 탕비실이 아닌 내 방 책상에 앉아, 수백 개의 ‘연애편지’들을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그들의 아우성을, 차수진 팀장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다. ‘다락방의 상실감’은 ‘개인화 경험의 부재’로, ‘차가워진 디자인’은 ‘사용자 경험의 감성적 요소 약화’로. 나는 그들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차가운 비즈니스 용어 속에 조심스럽게 담아냈다.




월요일 오전 아홉 시, 나는 차수진 팀장의 앞에 홀로 섰다. 김현승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어떤 통계 자료도 보여주지 않았다. 대신, 내가 번역한 그들의 목소리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담담하게 읽어 내려갔다.


“그들은 ‘효율적인 서재’가 아니라 ‘지저분한 다락방’을 원했습니다. 그곳은 단순히 파일을 저장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아무렇게나 늘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자기만의 공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업데이트를 통해 그들의 공간을 빼앗았고, 그들은 조용히 우리를 떠났습니다. 이것이 제가 찾은, 데이터 하락의 유일한 가설입니다.”


내 보고가 끝나자, 차수진 팀장은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는 얼음 가면 같았다. 긴 침묵 끝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박주원 대리. 그 감성적인 소설의 근거가 뭡니까? 설마, 몇 명의 목소리를 듣고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올 것이 왔다. 나는 숨을 한번 깊게 들이쉬고, 마지막 낚싯줄을 던졌다.


“네, 맞습니다. 이것은 아직 소수의 목소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팀장님, 세상의 모든 혁신과 위기는 언제나 통계적으로 무시해도 좋을, 아주 작은 목소리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


“팀장님께서는 지금, 그 작은 목소리를 ‘소음’으로 묻어버리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것이 빙하의 거대한 붕괴를 알리는 첫 번째 균열음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 마지막 한마디가, 차갑던 회의실의 공기를 가르고 그녀의 마음에 가닿았다. 그녀의 얼음 가면 위로, 내가 처음 보는 아주 미세한 균열이 스쳐 지나갔다.


정적이 흘렀다. 내 마지막 질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는 사실처럼, 차가운 회의실 공기 속에 쐐기처럼 박혔다. 차수진 팀장은 아무 말 없이 나를 응시했다. 그녀의 얼음 가면 위로 스쳐 지나갔던 미세한 균열은 어느새 사라지고, 다시 모든 감정을 지워낸 무표정한 얼굴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낚싯줄을 던졌고, 챔질까지 끝냈다. 이제 남은 것은, 저 거대한 빙하가 순순히 끌려올 것인가, 아니면 내 낚싯줄을 끊어버릴 것인가의 문제였다.


한참의 침묵 끝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흥미로운 소설이군요, 박주원 대리.”


그녀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한 톤 더 낮고 차가워져 있었다.


“하지만, 방금 박대리가 한 말의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압니까? ‘만약’이라는 겁니다. 비즈니스는 ‘만약’이라는 가정 위에 세워질 수 없어요. 모든 것은 증명되어야 합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으로 다가왔다.


“좋습니다. 박대리 말대로, 그 ‘빙하의 균열음’이 진짜인지 아닌지 한번 확인해 봅시다. 그 가설,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가설은 가설일 뿐, 검증되기 전까지는 그 어떤 가치도 없습니다.”


그녀는 턱짓으로 내 보고서를 가리켰다.


“그 감성적인 이야기들을,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언어, 즉 ‘숫자’로 번역해 오세요.”

“……숫자요?”

“네. ‘다락방의 상실감’이 유저 이탈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증명해 내란 말입니다. A/B 테스트든, 심층 설문이든, 방법은 박대리가 찾아내세요. 당신의 그 ‘감각’이 정말로 우리 비즈니스에 유의미한 ‘신호’인지, 아니면 당신 혼자만 듣는 ‘이명’인지를.”


그것은 기회인 동시에, 함정이었다. 그녀는 내 가설을 받아들이는 척했지만, 동시에 내가 결코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을 세웠다. 감정을 어떻게 숫자로 증명한단 말인가.


“물론, 이건 여전히 박대리 개인의 ‘호기심’ 차원에서 진행하는 겁니다. 이 일에 공식적인 팀의 리소스는 투입될 수 없어요. 김현승 대리를 포함해서요. 마감 기한은… 다음 주 금요일까지. 그때까지 유의미한 데이터를 가져오지 못하면, 오늘 이 이야기는 없었던 일로 합니다. 영원히.”


그녀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회의실을 나갔다. 나는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김현승이 곧바로 회의실로 달려 들어왔다.


“괜찮으세요? 와… 진짜 심장이 쫄깃했네요. 근데 어떻게 된 겁니까? 표정이 왜 그래요?”


나는 그녀가 던져주고 간 과제를 힘없이 읊조렸다. 김현승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미쳤군요. 그건 불가능해요. ‘상실감’을 어떻게 숫자로 측정합니까? ‘귀하의 다락방 상실 지수는 몇 점입니까?’ 이렇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이건 그냥, 시작도 하기 전에 우리를 포기하게 만들려는 수작입니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거대한 빙하에 흠집을 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빙하 전체를 옮겨야 하는 불가능한 미션을 떠안게 된 것이다.




그 주 주말, 나는 어떤 해답도 찾지 못한 채 바다로 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낚싯대를 던질 수 없었다. 채비를 꾸리는 내 손끝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지금 내가 풀어야 할 문제는, 그 어떤 낚시의 기술로도 해결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나는 방파제에 걸터앉아,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았다.


그때, 한 무리의 훌치기 낚시꾼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미끼 없이, 아주 날카롭고 커다란 갈고리 채비를 사용해 물고기를 낚아채고 있었다. 그들은 물고기를 유혹하지 않았다. 그저 지나가는 놈들의 몸통을 무작위로 꿰어버릴 뿐이었다. 겉보기에는 무식하고 난폭해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그들에게도 나름의 전략이 있었다. 그들은 물고기의 입이 아닌, ‘움직임’ 그 자체를 노리고 있었다. 물고기가 어디로 헤엄치고, 어느 수심에 머무르는지, 그 ‘행동 패턴’을 집요하게 읽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내 머릿속을 무언가 강하게 내리쳤다.


나는 틀렸다. 나는 지금까지 ‘마음’을 측정하려 했다. ‘상실감’, ‘아쉬움’ 같은, 결코 숫자로 환원될 수 없는 감정의 영역을.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이 아니었다. 마음의 결과로 나타나는 ‘행동’이었다. 나는 곧장 김현승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대리님. 방법이 생각났습니다.”

“네? 벌써요?”

“우리는 그들에게 감정을 물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면 됩니다

.”

나는 흥분해서 말을 쏟아냈다.


“두 개의 다른 미끼를 던지는 겁니다. 우리가 만든 비밀 커뮤니티 안에서, A그룹에게는 기존의 ‘효율적인 서재’ 컨셉의 새로운 기능을, B그룹에게는 김민지 씨가 말했던 ‘지저분한 다락방’ 컨셉의 새로운 기능을 제시하는 거죠.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클릭하는지가 아니라, 어디에서 더 오래 머무르고,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겁니다.”


전화기 너머, 김현승의 숨소리가 가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행동 패턴 분석… 데이터를 통한 심리 역추적이군요. 설문지가 아니라, 우리가 직접 판을 짜서 그들의 본심을 행동으로 증명하게 만든다… 박대리님, 그거 진짜… 천재적인데요?”


우리는 길을 찾았다. 차수진의 창에, 그녀가 가장 신뢰하는 데이터라는 이름의 창으로 맞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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