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에서 우리는 나 홀로 대기업을 세우고 인공지능이라는 천재 직원을 고용하는 가슴 뛰는 첫걸음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내 방구석에 앉아 세계 최고의 전략 기획자와 천재 디자이너를 거느리고 "우리 둘이서 이 답답한 문제를 해결해 볼까?"라는 멋진 출사표를 던지셨다면 당신은 이미 훌륭한 1인 창업가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본격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당신의 첫 인공지능 직원과 역사적인 첫 업무를 시작하는 일뿐입니다.
당신은 아마 부푼 가슴을 안고 생성형 인공지능의 대화창을 띄웠을 것입니다. 모니터 하단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며 세상을 놀라게 할 거대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나 기가 막힌 애플리케이션의 구조를 어떻게 설명할지 머릿속으로 맹렬하게 단어들을 조합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한 시간, 두 시간, 그리고 반나절이 지나도 그 깜빡이는 커서 앞에는 단 한 줄의 문장도 제대로 쓰여 있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썼다가 지우고 또 썼다가 백스페이스를 누르며 당신은 스스로의 형편없는 어휘력과 모호한 아이디어에 좌절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찬란한 출발점에서 거대한 한계의 벽에 부딪혀 브라우저 창을 조용히 닫아버리는 현상은 99퍼센트의 보통 사람들이 겪는 너무나도 흔한 비극입니다.
이 비극적인 결말의 근본적인 원인은 당신의 지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수십 년간 학교와 직장을 거치며 뼛속 깊이 세뇌당해 온 완벽주의라는 낡은 함정 때문입니다.
산업화 시대가 남긴 저주: 한 번의 실패는 곧 파멸.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완벽하고 치밀한 기획이 절대적인 생존 조건이자 절대 선이었습니다.
가장 평범한 예로 집을 짓는 과정을 생각해 보십시오. 벽돌을 올리고 시멘트를 바르기 전 수많은 건축가와 구조 공학자가 모여 철저한 설계도를 그려야만 합니다. 만약 설계도에 1센티미터의 오차라도 있다면 건물을 중간쯤 올렸을 때 전체가 무너져 내리거나 처음부터 모든 것을 부수고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물리적인 현실 세계에서 실행을 되돌리는 것은 천문학적인 자본의 손실과 끔찍한 시간낭비를 의미했습니다.
사무실에서의 노동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대기업의 평범한 대리라고 상상해 보십시오. 신제품 홍보를 위해 전국 대리점에 수만 장의 포스터를 인쇄해서 배포해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작성한 기획안 기안서에서 포스터 구석의 전화번호 하나가 틀린 채로 인쇄소로 넘어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회사의 막대한 예산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당신의 인사고과는 그날로 지옥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행동으로 옮기거나 실행 버튼을 누르기 전에 결재판을 들고 상사에게 컨펌을 받고, 몇 달치 회의를 거치며 계획안을 뜯어고치는 등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데 우리의 모든 에너지와 열정과 청춘을 쏟아부어 왔던 것입니다.
우리의 교육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능 시험장 OMR 카드에 까만색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동그라미를 칠 때 기회는 단 한 번뿐입니다. 마킹을 잘못하면 한 등급이 떨어지고 대학 이름이 바뀌며 사회적 계급이 뒤바뀌는 끔찍한 공포를 우리는 평생 학습하며 자라왔습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실패의 비용을 극단적으로 과대평가하도록 최적화된 채 어른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형적인 완벽주의 훈련의 부작용으로 우리는 지금도 챗지피티 입력창 앞에서 완벽한 정답의 프롬프트를 한 번에 입력해야 한다는 알 수 없는 중압감에 구토를 느낍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에 이 과거의 완벽주의는 당신의 성장과 성취를 가로막는 가장 치명적이고 끔찍한 독약일 뿐입니다.
실행 비용 제로의 시대: 기획은 미련한 시간 낭비.
모든 지적 생산물의 한계 비용이 극단적으로 0원에 수렴해버린 현재의 인공지능 생태계에서는 앞서 말한 물리적 실패의 비용이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설계도가 틀렸다고 건물을 부술 필요도 없고 오타가 났다고 수만 장의 종이 포스터를 폐기 처분할 일도 없습니다. 오류가 나면 그저 키보드로 지시를 다시 내리고 마우스로 재생성 버튼을 딸깍 한 번 누르면 그만입니다.
당신이 심혈을 기울여 한 달 내내 구상한 완벽한 10페이지짜리 비즈니스 기획서를 인공지능은 10초 만에 분석하고 확장하여 당신이 생각지도 못한 서브 파생 기획안 30가지를 모니터에 토해냅니다. 인공지능은 당신의 유토피아적인 기획서가 완성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주는 수동적인 하위 부속품이 아닙니다. 인공지능은 지칠 줄 모르는 짐승 같은 체력 무한대의 미치광이 실행가입니다.
머릿속에서 논리 구조를 갖춘 완벽하고 우아한 프롬프트를 창조해 내기 위해 모니터 앞에서 몇 시간 며칠을 낭비하는 것은 지금 이 시대에 할 수 있는 가장 미련하고 지능이 낮은 행동입니다. 삼 일 동안 완벽한 문장을 고민하는 시간에 누군가는 엉성한 두 줄의 문장을 백 번이나 입력하며 백 번의 영감을 얻고 백 번의 결과물을 도출하여 백 번의 제품 개선을 이루어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가 일에 접근하는 모든 철학과 방식과 호흡은 완전히 뒤집히고 리셋되어야 합니다. 심사숙고하여 기획하고 신중하게 한 번 실행하는 과거의 엘리트 방식이 아닙니다. 일단 엉성하고 뾰족한 돌멩이를 툭 던져놓고 인공지능이 게워낸 그것을 끝없이 쪼개고 부수고 덧대며 연마하는 조각가의 방식으로 넘어가야만 합니다.
"일단 가장 형편없는 쓰레기부터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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