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전의 한 박자
길 위에서 나는 잠시 멈춘다.
이유는 없고, 필요도 없다.
다만 발끝보다 먼저
시선이 멈추었을 뿐이다.
흐르던 시간은 계속 가는데 나만 한 박자 늦춰 선다.
스쳐 가는 얼굴들, 익숙한 소음들 사이에서
괜히 숨이 또렷해진다.
돌아보면 지나온 날들이 있고 앞을 보면 아직 오지 않은 하루가 있다.
어느 쪽도 붙잡지 않은 채 나는 지금에만 서 있다.
삶이란 대개 이런 것이어서 대답 없는 질문을 안고도
걸음을 이어가야 한다.
그래서 멈춤은 망설임이 아니라
잠깐의 확인 같은 것.
다시 걷는다.
길은 여전히 길이고 나는 여전히 나다.
달라진 것은 없지만 흔들리던 시선 하나쯤은 자리를 찾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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