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소설로 생각하고 골랐는데 에세이였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내가 어머니의 죽음을 겪으며 느낀 감정적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이 수필은 특히 한국음식에 대한 묘사가 많다. 아마 한국인 어머니가 해주던 한국음식의 추억이 저자의 삶에서 항상 논란거리였던 정체성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바깥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국의 음식이나 생활모습의 묘사가 흥미로웠다. 한국음식을 직접 요리하며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방식도.
유년기를 가족과 함께한 대표 음식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을 거다. 나의 경우는 비 오는 날이면 항상 엄마가 해주던 부추전이 떠오른다. 대청마루에 누워 듣던 시원하게 쏟아지던 빗소리, 손바닥에 담아보던 처마 밑에서 떨어지던 굵은 빗줄기, 높은 습도를 산뜻하게 바꿔주던 선풍기의 바람, 고소한 기름 냄새를 머금고 입 안에서 부서지던 바싹 익은 테두리, 자고로 전은 매콤해야 된다는 엄마의 요리지론, 가끔 매운 홍고추를 씹고 물을 찾던 내게 건네어지던 물컵을 가장한 맥주유리컵.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라는 것은 이런 기억을 말하는 거겠지.
엄마한테 안부전화 한 번 해야겠다. 문득 나의 딸은 엄마의 애정과 추억을 식어빠진 치킨너겟이나 라면 같은 공장형 냉동식품으로 기억하는 것 아닐까라는 웃픈 상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