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덱스, 죄와 벌
"야, 똑바로 말해. 웅얼거리지 말고!"
상병은 외국인 병사의 어깨를 거칠게 밀쳤다. 귀를 찢는 포탄 소음 속에서, 놈의 어눌한 영어 발음은 소음공해나 다름없었다.
"Don't... trigger... linked... backdoor open..."
겁에 질린 눈, 떨리는 입술. 상병은 혀를 찼다. 전쟁터에 웬 덜떨어진 놈이 들어와서는.
개발자란 놈이 외국인에다 한국말도 못하는데 대체 왜 보낸건지.
상병은 로봇을 보고 적진을 보다가 죽은 소령의 권총을 로봇한테 던진다.
'Hey shoot. you shoot ok?'
로봇은 총을 집고 나서 대기를 하고 있다. 무슨 쇼핑한 물건을 들고 있듯이 말이다.
건너편 적진에서 총격소리가 하늘을 가른다.
퓨퓨퓨퓽 타다다다
‘ 으악! ’
이러다 이제는 정말 죽을 것 같다.
상병은 로봇의 얼굴을 향해 돌을 던진다.
'그냥 쏘라고 ! 쏘면 돼 !'
상병은 목이 나가도록 소리를 지른다.
안 쏘면 너가 죽어 !
기계는 과부하를 얻기 시작하는 듯하다.
팔을 들어다 놨다만을 반복한다. 이런 머저리 같으니라고.
무슨 프로그램을 이런 식으로 짰냐.
피피핑 !
총알이 상병의 다리를 스쳐지나가는 듯했고, 현장은 죽은 이들도 있었다.
상병은 눈을 질끈 감고 화를 냈다.
'아니 시X! 이딴 로봇 새끼랑 같이 전장에 왜 보낸거야!'
약 20분전의 일이었다.
'자 적진은 이곳이기에 우리가 들어가는 순간 총알이 빗발칠 것이다.'
'The .. enemy. there. bullet fly. careful'
프로그래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딴 식으로 해석을 하고 있으니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
총알이 빗발치고 있었다.
그리고 금기의 버튼이 보였다. 자가 학습의 길.
이 버튼에 대해서는 그냥 전체 기계 리셋이고 최후의 수단이라는 말 밖에 못들었다.
프로그래머는 갑자기 그 앞을 막는다.
우물 쭈물대며 자신한테 뭐라고 말을 하려는 듯하다.
기다릴 시간이 없다. 상병은 그를 밀쳐낸다.
"비켜. 답답해서 내가 한다." "No! Please, no fire..."
상병은 놈의 애원을 무시하고 '강제 실행' 버튼을 눌렀다.
팡! 큐우우우…
그 순간, 전장의 모든 소음이 멈춘 듯했다.
총소리가 멈춘듯 했다. 전방에 서 있던 거대한 이족보행 로봇, '가디언'의 헤드 라이트가 붉은색에서 검은색으로 꺼졌다.
떨그럭 떨그럭!
로봇들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건가?
전장은 고요했다.
상병은 혹시 몰라 자신의 헬멧을 위로 들지만 여전히 고요하다.
밖으로 천천히 걸어나온다.
이제야 다 끝난 것이다.
'아오 처음부터 리셋 방법으로 할걸 젠장'
다리에 힘이 풀리듯 엄폐물 뒤에 풀썩 앉는다.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들이 들렸다. 레이더를 보니 초록색 삼각형, 아군이었다.
….
아군은 와서 이제 정리를 하고자 하였다.
돈될 만한 장비를 챙긴다.
— 위잉.
상병은 전율이 올랐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바로 아군 로봇, 무용지물 깡통이었다.
건너편에 앉은 로봇은 다시 눈에 빛이 깜빡이며 덜덜 거리며 고개를 들기 시작하였다.
시스템 오류음이 아니었다. 구동음이었다. 로봇의 관절이 기괴하게 꺾이며 상체를 숙였다.
아군을 향한 사격 자세였다. 상병의 등골로 식은땀이 흘렀다.
"멈춰! 아군이다! 명령 중지!"
소용없었다. 로봇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굉음과 함께 옆에 있던 분대장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비명, 피비린내, 쏟아지는 무전. 아비규환 속에서 흰 가운을 입은 기술 장교가 달려왔다. 그는 태블릿을 두드리며 절규했다.
'이런 씨발!'
엄폐물 뒤로 빠르게 숨게 되었다.
"물리 코드가 안 먹혀! 이건... 자가 학습 모드야. 막을 수 없어!" "그게 무슨 소리야! 끄라고!"
그때였다. 누군가 쏘아 올린 바주카포가 로봇의 흉부를 강타했다. 콰앙! 거대한 강철 덩어리가 비틀거리더니 흙먼지를 일으키며 쓰러졌다.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로봇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해치웠나...?"
병사들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정적.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기술 장교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서포트 로봇 주제에 선을 넘네 싯팔"
바주카를 쏜 흑인 병사 제이크는 욕을 지껄이며 걸어왔다. 목에 손을 긋는 시늉을 하며 비아냥대며 걷는다.
렌치를 들고
"아니야... 수치상으로는... 저건 데미지가 없어."
프로그래머는 태블릿을 보며 말했다. 그의 눈은 망연자실이었다.
‘야 … ! 잠깐..’
쓰러진 로봇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로봇의 렌즈는 하늘을 향해 있었다.
그의 총구는 머리를 향해 있었다.
놈은 넘어진 게 아니라, 넘어진 척을 한 것이다. 방심한 먹잇감이 참호 밖으로 고개를 내밀 때까지.
연기 속에서 로봇의 센서가 다시 번쩍였다.
퓨퓨퓨퓽!
"끄아아악 !!!! 푸흡 퉥'
핏덩이가 쏟아져 흑인 병사의 입에서 나왔다.
눈 앞에 사람이 ... 이렇게 죽는구나.
이번엔 차가운 푸른빛이었다. 사냥 모드.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기계적인 학살이 시작되었다.
정확하고, 간결하며, 자비 없는 사격이었다.
상병은 바닥을 기어 도망치다 벽에 기댄 채 죽어가는 외국인 병사를 보았다. 피거품을 문 그의 입이 마지막 힘을 짜내 움직이고 있었다.
"...Security... reversal..."
상병의 머릿속이 하얗게 질렸다. 놈은 겁을 먹은 게 아니었다. 경고하고 있었다. 내가 누른 그 버튼이, 시스템의 보안을 해제하고 살인 병기의 '백도어'를 열어버렸다는 것을. 리셋 버튼은 애초에 누가 주었던가. 적이 남겨둔 무기였다.
뚜벅, 뚜벅.
규칙적인 금속음이 상병의 바로 뒤에서 멈췄다. 그는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그 순간, 상병은 뒤늦게 깨달았다. 그 병사는 경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를 향한 그 말들은 단순한 중얼거림이 아니라, 시스템 보안에 대한 중요한 단서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너무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