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행복하게 해 주겠다던 말은 결국 모순일 뿐이다.

행복은 내가 나에게만 줄 수 있다.

by 김로기

결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짐하는 것.

"기필코 너를 행복하게 해 주리라."

결혼 전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눈물콧물 범벅인 얼굴로

상대를 향해 그보다 더 진심일 수 없는 눈빛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그 말은 거짓이었음을 깨닫는다.

배신감에 휩싸인 채

서로를 향해 주고 받던 눈빛들은

원망의 눈빛으로 변해간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더니

이렇게 이기적인 줄 몰랐다는 분노 섞인 말들을 내뱉으며

서로 간의 갈등이 쌓여간다.

이럴 거였으면 그 세 치 혀를 나불거리지 말았어야지.

이럴 거였으면 처음부터 기대를 하게 하지 말았어야지.

내가 지금 불행한 모든 원인이 상대에게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나를 불행하게 만들거나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뿐이다.

내가 나 스스로를 불행에서 건져낼 생각이 없는데

어느 누가 그런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일까.

하물며 그것이 배우자일지라도 말이다.

물론 결혼 전 나를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큰소리를 치던 사람이었지만

나 스스로도 거창하게 내뱉은 말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많은데

일생일대 최고의 달콤한 말로

상대의 눈물샘을 자극해야 하는 순간에 내뱉은 말이라면

얼마나 많은 진심이 담겨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이런 순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의 행복이나 불행도

결국은 나의 몫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상대는 내게 불행하지 않도록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는 없다.

행여 그의 행동이 잠시나마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상황이 생길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전부다.

결국 배우자도 타인이고

타인이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결혼 전 들었던 상대의 말에 속았다 땅을 치고 후회할 시간에

내가 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했던 일들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자.

아마도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내가 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음이 분명할 것이다.

keyword
이전 18화백퍼센트 신뢰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