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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뒤에서 손을 흔들던 사람들.

이젠 내가 뒤에 있을게요.

by 김로기

나는 언제까지나 스스로를 돌봄의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법적으로 성인의 나이가 되어서도

경제적인 독립을 이루어서도

나는 아직도

헤어짐의 순간 뒷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나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늘 뒤에서 손을 흔들며 나의 뒷모습을 지켜봐 줄 사람이

언제까지고 건재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나에게 손을 흔들던 사람들의 뒷모습은 작고 왜소해졌다.

매년 조금씩 약해지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갑자기 초라해진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는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어딘가 자꾸만 일그러지는 웃음을 짓게 되고.

죄를 지은마냥

죄책감이 밀려온다.

너무 나 살기에 바빴구나.

너무 앞만 보고 살았구나 싶어 진다.

그때 내려앉은 기분을 또다시 느끼고 싶지 않지만

자연스레 나는 또 울 것 같은 웃음을 지어 보이겠지.

수 없이 많은 날들을

내 뒤에서 손을 흔들며 배웅하던 그들을

버스에 태워 보내며

버스는 잘 갈아탈 수 있을지.

집엔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마음 졸이는 나를 보며

얼마나 많은 날들을 나 때문에 마음 졸이고 살아왔을지

짐작도 안 되는 그들의 매일을.

나는 얼마나 이기적으로 모른척하고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이제 조금씩 그들의 뒤를 지켜보며

그 마음을 헤아리려 한다.

여전히 내 뒤에 서기를 자처하고 나설 그들이지만.

더 이상 모른 척할 수는 없다.

그저 늦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그들의 뒤로 한 발짝 물러서기를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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