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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손톱.

닮아있었다.

by 김로기

'탁탁'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손의 살 끝 보다 길어진 손톱이 먼저 닿는 느낌이 거슬려

손을 뒤집어 들여다보았다.

며칠새 손톱이 많이도 자라 있었다.

나는 손톱의 외곽이 손가락 안에 다 들어오도록

손톱을 짧게 자르는 편이다.

언제부터 이런 습관이 길러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가 기억하지 못할 무렵

엄마에 의해 손톱이 잘려나갔을 때부터

내 손톱은 늘 이런 모양이었던 것 같다.

어릴 때는 남들의 손을 들여다볼 일이 없던지라

유난히 짧게 자른 손톱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다 십 대 후반이 되고 외모에 조금씩 관심이 생기면서

나는 남들처럼 길고 예쁜.

매니큐어를 칠하면 잘 어울릴만한 손톱을 가지지는 못했구나 싶었다.

그때부터 손톱을 길러보려고 노력했지만

며칠도 되지 않아

손톱의 흰 부분이 늘어날수록 어딘가 모르게 답답하고 거슬리곤 했다.

남들처럼 예쁘기는커녕 오히려 깔끔하지 못한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이내 나는 손끝을 아슬하게 넘어갈뻔한 손톱들을 모조리 잘라버렸다.

그 후로도 예쁜 손톱을 기르고자 했던 나의 노력들은 종종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동그라미에 가까운 짜리 몽땅한 손톱들만이 손끝에 콕콕 박혀있다.

그런 손톱을 보고 누군가는 기르다 보면 자랄 거라고 부추기기도 하고

누군가는 어린아이 손톱같이 못났다고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엄마의 손을 보고 알게 되었다.

나의 손도, 손톱도 모두 엄마를 닮아 있었다.

타고나기를 엄마를 닮아있던 손도

그런 엄마가 본인의 취향껏 잘라주던 손톱도

모두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것들이었다.

내가 나이가 들어가며 한 번씩 손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엄마가 생각 날 것 같다.

지금의 나와 닮은 옛날의 그 손으로

작은 단풍보다도 더 여린 손끝에 손톱을 잘라주던

그때의 엄마가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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