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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향한 가시는 작은 것이라도 가슴에 남는다.

오래, 아주 오랫동안.

by 김로기

몇 해 전 엄마가 찬거리를 나눠 주신다며 집에 들른 적이 있었다.

내가 집을 비우고 없을 때라서

집에 도착한 엄마는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너는 냉장고 속에 웬 과자가 이렇게도 많니."

원래 냉장고 속에 과자를 넣어두고 먹는 편이라

평소에도 냉장고에 주전부리가 가득하다.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몇 개 골라서 가져가."

엄마는 달콤한 캐러멜 맛 과자를 가져간다고 했고

나는 하필 골라도 그걸 고르냐고 중얼거렸다.

며칠 전 평소에 먹고 싶던 과자를 우연히 발견해 사다 두었던 것이다.

엄마는 중얼거리는 내 말을 들었는지

다른 걸 골라서 가져간다고 했고

그 말에 나는 괜스레 미안해졌다.

"아니야, 그거 가져가도 돼."

엄마는 괜찮다며 전화를 끊었다.

회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엄마가 가져다 둔 반찬들과 함께

얌전히 놓여있는 캐러멜 맛 과자를 보았다.

너무 미안했다.

엄마는 구석에 쌓여 있던

낱개들이 싸구려 과자 몇 개 만을 가지고 돌아간 듯했다.

나는 전화를 걸어 왜 가져가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이유를 모르지는 않았다.

그냥 미안한 마음에 사과 비슷한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을 뿐이었다.

많은 과자 봉지들 사이에서 유독 그 과자를 골랐던 엄마는

그냥 아무거나 집었을 뿐이라고 괜찮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깟 과자 한 봉지 마음껏 먹지 못하게 한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과자를 볼 때면

그날의 엄마가 생각나곤 한다.

나라고 일부러 못되게 말하려 한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 없이 뱉은 작은 가시 돋친 말이

몇 년 동안 가슴에 박혀 버렸다.

엄마를 향한 말은

이미 지나가 버린 작고 뭉뚱한 가시하나도 가슴에 걸려버리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정말 사소한 말 한마디도 이렇게 오래 마음에 남는데

자라면서 모질게 쏟아냈던 말들은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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