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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승희 Mar 23. 2023

남매의 운동

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일상이 퀘스트인 노가지의 기록


남매의 운동







'저 놈의 새끼는 다니고 싶대서 보내면 꼭 한 달을 못 넘어가네'


어릴 적 기억 속의 동생은 그랬다. 태권도 학원이 다니고 싶다고 해서 보내면 흰 띠로 한 달, 컴퓨터 학원이나 보습학원에 보내도 한 달. 무슨 이유에선지 동생은 꼭 한 달이면 그만하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러던 동생이 이번엔 검도학원에 다니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 


호기심에 따라온 지하 1층 검도관은 무언가 절제되어 있는 느낌과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는 물건들이 주는 묘한 압박감이 있었다. …… 다음날, 엄마는 다시 검도관으로 향하는 통학버스를 기다리는 내 귀에 얼굴을 바짝 대고는 이야기했다. 


"관장님한테 대결시켜달라고 하고 아주 실컷 때리고 와."


누나, 장녀, 맏이, 큰 딸. 첫째라는 이유로 늘 많은 걸 양보해야 했고 참아야 했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엄마는 늘 까부는 동생에도 묵묵히 참고만 있던 누나가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며 기뻐했다. 



(중략)



검도 수업 간간히 어깨탈골을 겪었던 나는 관장님의 빠른 조치로 매번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었고 병원을 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지내왔다. 검도를 그만둔 이후에도 이따금씩 어깨탈골이 있긴 했지만 어릴 때부터 그랬으니 놀랍지 않다는 반응으로 넘기곤 했다. ……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 후 운동을 하고 있던 내게 찾아온 어깨탈골은 오랜만이라 놀라웠고 갑자기라 당황했지만 이미 아는 고통이기에 지난 20여 년간 느꼈던 것처럼 며칠 쉬면 괜찮아지겠지 싶었다. 



(중략)



할 수 있는 걸 하면 된다고, 괜찮다고 내 스스로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이대로 끝났다고 느꼈던 생각이 변하는 데까지는 고작 일주일이 흘렀을 뿐이었다. 걱정과 위로, 응원으로 좋은 에너지를 건네던 이들 덕분에 서툴렀던 ‘공감과 위로’에 대해 또 한 번 배우고 느낄 수 있는 날이었다.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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