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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n 08. 2024

인생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살아야 할 이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어떤 방식으로든 견뎌낼 수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     


유재석과 조세호가 진행하는 토크쇼 “유퀴즈”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각자 분야에서 잘 활동하고 있는 사람을 초대해서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는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출퇴근 시 유튜브 영상으로 자주 보고 있다.      


며칠 전에 본 영상은 현재 젊은 여성의 롤모델로 여기고 있는 강지영 아나운서였다. 현재 14년차 아나운서로 앵커, 예능, 유튜버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말도 똑 부러지게 하고, 털털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녀도 처음부터 잘 나갔던 아나운서가 아니었다.      


원래 회계사를 꿈꾸다가 우연한 기회에 출연했던 아나운서 오디션에서 최종 8인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아깝게 떨어지게 된다. 다행히 타 방송국에서 그녀를 뽑아 아나운서로 첫발을 내딛었다. 의욕이 충만했지만, 몇 년 동안 불러주는 프로그램이 없었다. 처음으로 유명한 축구감독을 인터뷰하게 되었으나, 말이 꼬여서 방송을 망쳤다.      


감독의 호출로 라커룸으로 들어왔지만, 모두 그녀를 외면했다. 강지영 아나운서는 구석에 있는 어두운 쓰레기통 옆에서 대성통곡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방송을 할 기회가 있을까? 이제 그만해야 하나? 라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생각도 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이렇게 힘들지만 그래도 한 번만 더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니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울먹인다.      


유재석이 14년 전 그 힘들었던 시절 자신에게 문자를 보낸다면 뭐라고 할지 물어봤다. 잠시 생각에 빠진 그녀는 다시 한번 울컥한다. 눈물을 보이면서 한 마디 한다. 


“버티면 돼. 버텨! 그것밖엔 답이 없어. 버티면 분명히 기회가 올 거야!”     

그 말을 듣고 영상에 나오는 자막을 보고 있는데, 또 목이 메어왔다. 나도 같이 울컥했다. 눈을 잠시 감았다. 눈물이 조금 흐른다. 올해는 이상하게 안 좋은 일이 겹치다 보니 내 인생의 방향성을 잃었다. 답이 보이지 않았다. 다시 어떤 길로 가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해도 결국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일을 하면서 계속 참고 견뎌내고 버티는 게 답이라 판단했다.    

  

2012년 30대 중반에 찾아왔던 첫 번째 시련도 지금 돌아보면 어떻게든 버텼기에 지나갈 수 있었다. 다니던 네 번째 회사에서 해고당한 후, 여러 회사를 전전하면서 오늘 하루만 버티자는 생각으로 살았다. 다시 찾아온 지금도 분명히 그 시절 경험이 있기에 오늘 하루만 잘 넘기자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강지영 아나운서도 살아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었기에 그 힘든 과정을 감내하면서 지금은 한 방송국의 간판이 되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막다른 지점에 이를 수 있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이번 사기를 당하고 나서 해결 문제로 찾아간 경찰서와 은행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생각보다 나같이 사기당한 사람이 하루에도 평균 10명이 넘는다고 한다.     


하얗게 얼굴이 질려 찾아온 그들에게 상담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힘들어도 어떻게든 버티라고.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인생의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버티는 것 말고 답이 없다고. 아무런 일이 없던 것처럼 지내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어떻게든 다시 오늘 하루만 무사히 잘 버티고 넘기자는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고자 한다.      


지금 혹시 인생의 길을 잃어 헤매고 있는가? 답이 보이지 않는가? 딱 한 가지만 생각하자. 내가 지금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보고 어떻게든 버티자. 하루가 모여 시간이 흐르면 어느샌가 근사한 당신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계속 걸어가야 한다. 버티고 또 버티다 보면 시간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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