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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졌다면 다시 일어나면 됩니다.

by 황상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개인적으로 참 많이 넘어졌다고 생각한다. 누가 보면 그 정도가 넘어진 거냐고 뭐라 할 수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참 힘든 경험이었다. 작은 실수부터 큰 실패까지 다양하게 많이 겪었다.

중학교 졸업반 시절 아버지가 외국어 고등학교 진학을 권유했다. 일반고보다 그 시절 유행했던 외국어 고등학교에 가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다. 내 성적이 좋다 보니 아버지는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사춘기 시절이라 처음에는 아버지 말씀에 거절했지만, 생각하다 보니 좋은 기회인 것 같아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입학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공부하여 시험에 임했다. 결과는 불합격이다.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아버지를 보면서 나도 고개를 숙였다. 어린 마음에 왜 외국어 고등학교에 가라고 권했던 아버지를 원망했다. 일반고에 진학하고 나서도 외국어 고등학교 트라우마는 계속되었다. 오히려 중학교 시절보다 성적이 더 떨어졌다. 성적 스트레스로 인해 매일 배가 아팠다. 제대로 음식을 먹지도 못했다. 어떻게 보면 내 인생 처음으로 넘어진 경험이었다.


어떻게든 이겨내야 했다. 다시 교과서와 문제집을 펴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개념 정리 후 문제를 하나씩 풀었다. 몇 달이 지나자 다시 원래 성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한번 실패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 점을.


그렇게 잘 버티다가 진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망쳤다. 극악의 난이도라 부르는 1997년 수학능력시험이다. 400점 만점으로 처음 바뀌고 나서 시험 난이도에 실패했다. 그동안 모의고사는 잘 봤는데, 진짜 본 시험을 망쳐버리니 세상이 끝났다고 느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살면서 그런 느낌은 처음 접했다. 성적이 나오는 한 달 동안 친구네 집에서 기거하며 방황했다.

성적이 나오는 날은 아침부터 숨이 막혔다. 손이 덜덜덜 떨렸다. 아침밥도 먹지 못한 채로 학교로 향했다. 담임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렀다.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성적표를 받았다. 자리에 앉아 천천히 성적표를 펼쳤다. 예상대로였다. 다시 넘어졌다. 내가 원하는 대학에는 갈 수 없었다.


부모님께 성적표를 보여 주었다. 아버지는 무조건 한 번 더 시험 보라고 소리쳤다. 다시 똑같은 공부하기 싫었던 나는 싫다고 대답했다. 평행선을 달렸다. 아버지께 점수에 맞춰 대학 가면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울부짖었다. 대답이 없었지만, 나는 내 고집대로 나갔다. 결국 내가 이겼다. 대학에 입학 후 졸업할 때까지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 수석까지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은 학점을 받고 졸업했다.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나는 계기로 만들었다.


이후 내 책에서 많이 밝혔던 것처럼 여러 번 넘어졌다. 취업한 첫 회사에서 2년 만에 월급이 밀려서 생활고에 시달렸다. 통장에 몇백 원이 남았던 경험이 처음이었다. 일하는데,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르바이트하고 나서도 돈을 받지 못한 적이 없는데, 일하다가도 내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며칠 방황했지만, 당장 돈을 마련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결국 대학 시절 했던 예식장, 뷔페 서빙 아르바이트를 주말에 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 좋은 일도 있지만 대부분 좋지 못한 일이다. 이런 일이 닥치게 되면 처음에는 당황한다. 시간이 흐르며 좌절하고 실망한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세상을 원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에 매몰되어 있으면 점점 더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다. 넘어졌다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

아기가 수천 번 넘어지고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다. 양발 자전거를 배울 때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없이 넘어진다. 그런 경험이 누적되면서 자랐던 사람들이다.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어차피 일어난 일이다. 넘어진 상황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앞으로 나갈 생각만 하고 다시 일어나자. 문제는 극복하고 해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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