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70일, 알콜 대신 콜라로 취한다

by 황상열

오늘로 금주 70일차가 되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니 놀랍다. 절제와 인내가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업무나 관계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 받거나 감정이 욱할 때마다 참지 못했다. 아니면 그 순간 참았던 것들이 안에 쌓여서 밖으로 배출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오후 4시만 되면 슬슬 술 생각이 난다. 맥주라도 한 잔 넣어야 이 답답한 마음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3월 중순 갑자기 술을 이젠 더 이상 마시면 큰일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머릿속에서 계속 ‘마시지 마. 이젠 먹으면 네 인생은 더 구렁텅이로 빠질거야.’ 라고 또 다른 내가 말하고 있었다. 결단이 필요했다. 이제는 깨어있는 삶을 하루 24시간 계속 유지해야겠다고.


하필이면 그렇게 마음먹은 주에 새로 입사한 직원 환영회를 겸해 오랜만에 부서 회식이 잡혔다. 직원들이 맥주를 컵에 따르고 있다. 아무래도 미리 말해야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지난주부터 술을 마시지 않고, 콜라로 대신 할게.” 다들 놀라는 분위기지만, 내 의견을 존중해준다. 콜라로도 충분히 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예전 같으면 회식 시작 후 2시간이 지나면 이미 취기가 올라 말이 많아지거나 행동이 좀 과해서 민폐를 끼쳤지만. 이젠 정신이 똑바로 서 있으니 오히려 상대방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집에 가는 길도 온전한 제 정신으로 잘 가니 일석이조다. 이젠 더 이상 술에 취한 삶에 얽매이지 않기로 다짐했다.

ChatGPT Image 2025년 5월 23일 오후 05_15_58.png

그 뒤로도 몇 번의 술자리가 있었다. 친구와 지인, 가족 모임 등 다양했다. 술을 먹지 않고 콜라나 물 등으로 대체하는 내 모습에 또 놀랐다. 이런 저런 이유로 금주하겠다고 하자 대부분이 좋아했다. 물론 술을 좋아하는 친구와 지인들은 가끔이라도 마시지 왜 아예 끊었냐고 핀잔을 준다. 더 이상 술로 인해 망가지거나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고 하니 아무 소리 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 더 이상 네가 술을 마시지 않으며 그 자리가 재미가 없으니 다음부터는 나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 퇴근도 빨라진다. 아내와 아이들도 여전히 긴가 만가한 표정이지만, 그래도 좀 만족하는 편이지 않을까? 놀랍게도 내가 진짜 끊었다. 이걸로 뭐라도 상을 받아야 할 기분이다. 아마 올해 제일 잘 한일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당연히 금주라고 말하고 싶다. 이건 내 인생에서 가장 조용한 혁명이다.


예전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소주 뚜껑을 확 열거나 맥주를 탁! 땄다. 고된 출장이나 힘든 프로젝트 중 한 과정을 마치면 고생했다고 ‘오늘은 좀 마셔도 되겠지.’ 하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하지만 조절이 되지 않자 나는 또 취했다.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무기력과 불안, “또 왜 마셨을까?”라는 후회가 밀려온다. 머리는 깨질 듯 아프고, 이젠 이틀은 쉬어야 숙취가 풀렸다.


이제는 그 모든 감정을 콜라나 무알콜 맥주 한 캔 따는 ‘쉭!’ 소리로 대체한다. 웃긴 건 콜라를 마셔도 약간의 기분 상승이 된다. 콜라로 취하는 느낌이다. 어머니나 여동생은 콜라도 많이 마시지 말라고 아우성이다. 뼈 삭는다고..


사실 끊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계속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70일 동안 마시지 않으면서 깨닫게 된 건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도피처를 찾고 싶었다는 점이다. 운동 후 샤워할 때, 책상에 앉아 글을 쓸 때, 콜라 따서 한 모금 마시는 순간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것 까지.


힘든 여정이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 콜라로도 충분히 취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일단 금주 100일까지 가보자!


매일 쓰는 사람이 진짜 작가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사세요!

57578_59154_5359.jpg

#금주 #알콜굿바이 #술 #콜라 #인생 #황무지라이팅스쿨 #닥치고책쓰기 #닥치고글쓰기 #마흔이처음이라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 #황상열작가

이전 02화중년 이후 술을 왜 끊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