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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ul 14. 2020

문장 수집가의 책 일기 9

너무 많은 요구의 시대

짧은 시간인데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 많은 일들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제 삶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없습니다. 한 번의 '그 경험' 이후로 제가 세상을 보는 시선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내가 알던 세상이 얼마나 좁은 지, 사람을 보는 시선은 또 얼마나 단편적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더 포용하고, 감싸 안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세상이 달라지거나 그럴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아니 애초에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얼핏 비극적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비관적인 생각이 아닙니다. 사회가 변한다는 것은 어떤 개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주목하고 하는 것이고요....


서두가 길었네요.  [만약 우리가 천국에 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는 행복에 대한 연구이자, 생각입니다. 다만 그 생각을 단지 뇌피셜이 아니라 꼼꼼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좋은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그래서 '행복이 뭔데?'라고 물었을 때는 답하기 쉽지 않잖아요? 바로 그 질문에 답하고자 하는 한 시도입니다. 물론 저는 답을 알고 있습니다. 책 제목 [만약 우리가 천국에 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아니오'라고 아마도, 대체로, 누구나, 쉽게 답할 수 있을 겁니다.  '행복이 뭔데?'에 대한 답은.... 42겠죠. ^^;;


이런 류의 문장은 말장난이기 쉽습니다. 글이란 그런 거니까요. 어느 한 편으로 정해서 말을 하거나 그것을 글로 옮기는 경우는 필연적으로 다른 측면을 갖게 되니까요. 그런데 이건 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이에게 '너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무엇이든지 될 수 있어'라고 말하는 장면을. 그리고 그 말을 하는 내 안의 생각을. 죽도록 노력하면, 혹은 재능을 발견한다면, 아니면 다른 무엇이든 생각을 하겠죠. 나중에 아이에겐 위로, 나에게는 변명거리를 위해서 말이죠. 대체로 선의라고 믿고 싶겠지만, 이런 류의 말은 악담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배운 것이 있다면 후배들 혹은 아이들에게 쉽게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진지하게 지금,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건 좀 어렵게 들리지만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마음대로 고르라고 하면서 천 원권, 만 원권, 오만 원권을 제시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실제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겁니다. 비유가 좀 아닌 것 같아 보이나요? 제가 좀 더 자본주의적인 비유를 들긴 했지만, 큰 틀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거나, 허용되는 선택'이라는 게 있다는 것이죠. 물론 그 수가 그렇게 적지는 않습니다만, 큰 새장 속에 있다고 모든 새들이 자유로운 것은 아니죠.


사람도 매우 다양합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다양성의 폭은 그만큼 넓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앞서 얘기한 것들의 결과일 것입니다. 돈, 명예, 권력... 저자는 이런 것들이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고 이야기하는데, 적어도 이 책에서는 충분한 근거와 결과를 가지고 결론을 내립니다. 어떤가요? 수긍하시나요? 제 예상으로는 절반은 수긍을 하고, 절반은 수긍하지 못할 것 같은데요... 다른 건 몰라도 돈에 대해서는 수긍 못한다가 좀 더 많을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 사회에서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돈으로 환산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저의 경우는 이 주장을 훨씬 더 신뢰하는 편입니다.

더 이상 반박할 수 없는 '좋은 사회'에 대한 정의입니다. 다만 이건 불가능한 사회라는 생각도 100% 확신합니다. 이 모든 건 과정이겠지요. 그리고 그 과정이 우리들 살아가는 일이고요... 


한 사람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그렇기에 사회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만, 요즘에는 가능하면 입을 닫게 됩니다. 

결국 남는 것은 그저 '개인의 올바른 선택'입니다. 씁쓸할 건 없습니다. 

그렇게 지금껏 흘러 왔고, 앞으로도 여기서 시작될 거고, 온갖 다양한 것들과 어울려 소용돌이치며 흘러갈 겁니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내 삶을 지키는 것. 우선은 그것이라고 믿으며 오늘도 살아냅니다.


(아주아주 힘들었던 글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대단한 것도 아닌... 오늘 조금 씁쓸한 건 이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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