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을 경계하고 의심하라
5월 1일 있었던 책영사 5월 모임 도서는 “콘클라베”였다. 원래 예정되어 있던 책은 마거릿 와일드의 “여우”였지만 4월 모임에서 “콘클라베”로 바꾸었다. 그때만 해도 이런 현실 세계의 격변을 예상치 못했다. 5월 바티칸의 진짜 콘클라베와 6월 우리나라 조기 대선까지 겹쳐, 결과적으로 5월 모임은 타이밍 면에서 이보다 더 절묘할 수가 없었다.
정치부 언론인 출신인 원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작품은 항상 거대한 조직 내의 권력 암투에 초점을 맞춘다는 특징이 있다. “콘클라베” 역시 예외는 아니다. 바티칸이라는 종교적 꺼풀 안에서 움직이지만 본질적으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암투가 그 중심에 있다. 각각의 세력은 자기의 입장이 있고 권력을 향한 다툼에서 자신의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게, 그러나 은밀하게 움직인다. 그래서 “콘클라베”는 바티칸과 추기경이라는 분명한 종교적 색채에도 불구하고 종교 영화가 아닌, 종교 스릴러, 혹은 정치 스릴러라고 보는 편이 맞다. 전작, 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하기도 한 동명의 영화 역시 훌륭하다.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서부전선 이상 없다”에서 이미 색채와 음악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전쟁의 현실을 냉정하게 표현한 바 있다. 영화 “콘클라베”에서도 붉은색과 흰색의 강렬한 대조와 장엄한 음악으로 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시청각적으로 압도적인 느낌을 준다.
“콘클라베”를 관통하는 주제는 “의심”이다. 이야기는 전임 교황의 의심스러운 죽음으로부터 시작되고, 새 교황으로 거론되는 유력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하나씩 비밀스러운 구석이 있다. 결국 로말리 그 자신조차 의심의 대상이 된다. 거듭되는 투표 끝에 결국 자신의 이름을 투표 용지에 쓰면서 로말리는 의문에 휩싸인다. 자신의 행동은 분명 강경 반동파 후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관료적’인 계산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그 속에 교황직을 향한 욕심이 전혀 없다고 자신할 수 없다. “의심”이라는 주제는 이야기 초반, 로말리의 콘클라베 시작 연설 기도에서 전면으로 부각된다. “확신을 경계하고 의심할 줄 아는 교황을 보내달라”는 로말리의 청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로 인해 그가 평안을 얻었을까? 이런 면에서 영화는 소설보다 친절하다. 로말리의 심정을 짐작할 수 없는 결말로 마무리되는 소설과 달리 영화에서는 수녀들을 향한 로말리의 미소 띤 얼굴과 거북이를 돌려주는 그를 비춰주며 끝난다. 이는 더없이 불안한 얼굴로 등장했던 영화 시작 시점에 비해 평안과 어쩌면 확신까지 얻었음을 짐작케 한다.
곧 현실 세계에서의 진짜 콘클라베를 앞두고 있다. 현실 세계를 그대로 반영한 듯한 소설과 영화 “콘클라베”는 의외의 인물을 차기 교황으로 선출하며 끝을 맺었다. 현실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자못 흥미롭다.
현실 정치 세계의 이면을 엿보았던 5월 모임 다음, 6월 모임은 또 다른 논란 거리인 여성의 몸에 대한 시각을 주제로 진행된다. 6월 모임 도서는 록산 게이의 “헝거”이다.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의 시선, 그리고 그것이 여성의 자아에 끼치는 영향을 작자 자신의 충격적인 고백으로 접할 수 있다. 6월 모임 토론이 벌써 기다려진다. 이렇게 토론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