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없음
이보다 강렬할 순 없다!
영화, <서브스턴스>를 본 느낌이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봤다. 평소에는 그래도 좀 찾아보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그게 실수였다. 혼자 본다면 괜찮았을 텐데 남편이 따라나섰다. 평소 영화 취향이 다른 사람과 함께 보러 간다면 미리 조사를 좀 했었어야 했다. 예고편 영상이 흥미로워서 남편 구미를 당겼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일요일 아침, 텅 비다시피 한 극장 뒤쪽에 앉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마치 주연 배우, 데미 무어의 본을 떠 만든 듯한 주인공, 엘리자베스 스파클의 치명적인 선택이 조마조마하다. 엘리자베스의 또 다른 자아, 수가 탄생하고 다음이 어찌 될지 계속 궁금하다. 그런데 음악도 그렇고 화면도 이상하다. 이 영화, 공포 영화였어?
영화를 다 보고 남편은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모처럼의 부부 나들이가 엉망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남편만큼 영화가 나쁘지 않았다. 분명히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영화다. 고어물이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감독이 선택한 방법은 안구를 주먹으로 강타하는 듯한 강렬함이다. 현란한 색채, 계속해서 보여주는 노골적인 몸의 이미지 속에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너무 분명해서 머리가 멍할 지경이었다.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사용된 이미지와 소리에 민감하다면 분명히 불쾌하기 짝이 없을 작품이다.
하지만 나는 슬프기조차 했다. ‘둘은 하나’이고 ‘완벽한 균형’을 맞추어야만 하는 두 사람. 결국 한쪽이 다른 쪽을 갉아먹어 둘 다를 파멸시킨다. 그럼에도 갉아먹히는 쪽은 자신의 생명을 빨아먹는 또 다른 자아를 포기하지 못한다. 마치 지극히 부모 자식 관계처럼 보였다. 늙어서 괴물처럼 변한 쪽인 ‘원형’이고 아무리 젊고 아름다워도 ‘또 다른 자아’는 ‘원형’에서 ‘안정제’를 매일 얻지 못하면 생명을 유지하지 못한다. 이보다 더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물론,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아닌 사회가 여성을 보는 시선, 폭력, 여성의 몸과 나이 듦, 그 소비에 대한 비판이다. 그러나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동양의 어느 여성 관객은 그 속에서 부모 자식의 모습도 보았다. 감독이 안다면 좋아할까?
단, 다음에 또 남편과 영화를 보러 갈 때는 미리 조사를 좀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