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물방울 =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아스티
신의 물방울 =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아스티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거기서 끝이 아닌 수유라는 대장정이 남았다.
평소 #애주가그램 와인 맛은 여전히 잘 모르는 와.알.못 이지만
와인에 대한 아주 크나큰 관심 하나만큼은 소믈리에 저리 가라 할 만큼의 내게는 아주 힘든 시간임에 틀림없었다
수유만 끝나면 당장 와이너리 투어 가야지!!
수유만 끝나면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뒀던 와인 맘껏 마셔야지
매일을 다짐하면서 모성애로 견딘 시간들
끝.났.다.
가자!! 와인투어
기대에 비해서 다소 실망스러웠던 아스티는 흡사 발사믹의 고장 모데나와 닮았고
발사믹 식초의 고장 모데나에서 식초 판매하는 한 곳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처럼
아스티에서 아스티 와인 판매하는 곳 제대로 한 곳 보지 못했다
생각했던 아기자기한 아스티보다는 큰 대도시였던 게 의외의 복병이었고
인근 작은 아스티 동네들조차 부족함을 충족시키기엔 기대했던 바가 너무 큰 탓이었겠지
좋아하는 아스티 와인 슈퍼에서 맘껏 사 먹는 걸로 만족하자, 하고선 다음 노선
바르바레스코로 향했다
작은 포도 마을 바르바레스코
유명세에 비해 로마에서 바르바레스코 와인 접할 기회는 흔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가까운 끼안띠의 와인이 꽤나 훌륭한 것도 단단히 한몫했을 테고
바르바레스코 기대가 아주 컸다
와인 시음에 앞서 두 눈을 사로잡는 건 너무나 훌륭한 포도밭 풍경
바르바레스코, 바롤로 이 근방 지역의 포도밭 자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와 -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도 사실
끼안티 와인투어도 제법 다녀보고 토스카나 포도밭도 제법 봐왔지만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있긴 하다
또 다른 유네스코 문화유산의 포도밭 스위스 라보 지구와 많이 닮은 모양
유네스코는 이런 포도밭 풍경을 참 좋아하나 보다
8월, 포도가 한창 익어가는 시즌이라 볼거리가 풍부한 점이 좋았다
호기심만큼 8월의 이탈리아 뜨거운 태양조차 견딜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었던 곳
와인 고장답게 구석구석 와인 테이스팅은 입맛대로 할 수 있는 점도 만족스럽고
현지에서 즐기는 향긋한 와인 한 잔과
단짠단짠의 와인 최고 궁합 프로슈토 멜로네
내친김에 식사까지 주문했는데 꽤나 만족스러웠다
마음에 쏙 들었던 의자까지, 어디서 판매하는지 물어볼걸 하는 아쉬움
와인 테이스팅은 와인 잔 하나씩 입구에서 나눠주고
본인이 원하는 와인을 고르면 간단한 설명을 듣고 와인 시음 양에 따라서 값을 지불하면 되는 기계화 시스템
보통 와이너리 시음 경우 잔에 반절을 따라주니 맛보다 보면 금방 취기가 오르기도 하고
뒷부분으로 갈수록 다 못 마실 때도 있어 아까울 때도 있는데
한편으로 딱 시음만큼만 나오는 기계가 고맙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고
그렇지만 아무래도 기계화보다는 아날로그 감정이 내게는 더 잘 맞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바롤로 와인이 훌륭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명 산지 직송(?)임에도 불구하고 와인 가격대는 제법이라는 점
끼안띠의 현지에서 살 때의 가격적 메리트가 여긴 없어서 못내 아쉽기도 하고
덕분에 충동구매는 확실히 줄일 수 있었으니 내심 고마워해야 할까?
GAJA 와인에 대한 호기심이 늘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테이스팅 해 본 걸로 만족한다
빈티지가 너무나 예뻤던 바롤로
그동안 즐겨먹던 와인이 끼안띠라서 그런지,
그동안 너무나 키안티 위주의 와이너리 투어만 다녀서인지
알게 모르게 키안티 와인에 길들여진 입맛 때문인지는 몰라도
피에몬테의 와인이 제법 낯설었고
기대했고, 호기심 가득했던 몇몇 종의 와인들이 (물론 테이스팅 만으로 그 맛을 확실히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
기대감보다 낮았던 탓에 꽤 훌륭한 공부가 된 점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었던 여행
와인의 가장 좋은 공부는, 많이 마셔보는 거라는데
이탈리아에 내가 있고 주변에서 흔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게 와인이니
이보다 더 훌륭한 공부가 어디 있을까?
여전히 와.알.못 이지만 자꾸 공부하다 보면 언젠가 그 깊이를, 그 맛을, 그 이야기를 알게 되는 그날이 오지 않을까
그러므로 오늘도 나는 마셔보련다.
치얼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