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여느 날과 다름없는 지극히 평범한 날이었다.
아침 두 아이들을 학교에 픽업해 주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다음 서비스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인근 바에서 함께 꼴라찌오네 (아침 식사) 하자는 남편의 연락을 받고 집 근처 바에서 만나 잠시 시간을 보내고 오전 8:30분 집으로, 정확히는 우리 집 실내 주차장 우리 지정석에 차를 파킹했다.
잠시 후 용무를 마친 남편은 오전 10시경 집으로 돌아왔다. (내 차 바로 옆 남편 파킹자리로 무언가 문제가 있었다면 그가 결코 모를 수 없었을 거다)
여느 날과 같은 하루였다.
오후 15:30분
남편은 아이들 하교 시간 맞춰 픽업을 가겠노라 했고 그 사이에 난 샤워를 하겠다 했다.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고 문을 닫고 욕실에 들어서는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분명 씻겠노라 했는데.. 그럼에도 전화가 왔단 건 썩 달갑지 않았다.
”좀 내려와 볼래? “
더 물을 것도 없이 후다닥 다시 옷을 챙겨 입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더니 다소 격앙된 남편 목소리와 낯선 이의 목소리도 함께 섞인다.
Mamma Mia! (맘마미아!)
대관절 이게 무슨 일인가 믿을 수 없어 소리를 꽥 질렀다.
주차장에 얌전히 주차해 둔 차 보닛에 커다란 구멍과 알 수 없는 긁힘과 찌그러짐까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의 연속이었고 때마침 주차장 내부엔 바닥 주차 라인 재정비를 하고 있는 인부 둘이 있었다.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서 딱히 그 상황을 알겠다고 혹은 알았다고 할 사람 없겠지만 그들 역시 당연히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그야말로 팔짝 뛸 노릇이다.
분명 너무나 멀쩡한 상태의 나의 차였는데 한 순간에 믿을 수 없는 상처를 품었건만 그 누구도 이 사건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 모두가 모른다고만 할 뿐.
대관절 어떤 일이 발생했길래 차가 이 지경이 됐는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게 너무 어이없는, 말 그대로 자다가 봉변인 거다.
한국이었다면 블랙박스며 CCTV며 여러 방안들이 있겠지만 씨씨티비도 블랙박스도 없는 이탈리아에서 모두가 모른다고 잡아떼면 더는 방법이 없는 거다.
내 속상함은 누가 책임질 건데!!
내 차는 누가 고쳐 줄 건데!!
왜 나 혼자 독박인데!! 이거 너무 억울하잖아!!
이탈리아 사람들이 딱히 운전을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더구나 N 년의 경험에 빗대자면 단순 접촉사고일 때도 경찰이 출동했다 한 들 명백한 내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팔이 안으로 굽는 걸 경험해 본 적 있기에 미연의 억울함이라도 방지하자며 그나마 난 운행 중의 영상은 녹화되는 블랙박스는 있지만 시동이 꺼진 후 주차 시 촬영이 되진 않다 보니 세상 이런 억울한 일을 결국은 당하고 만다.
주차장에 멀쩡히 들어와 파킹하는 블랙박스 영상과 사건의 사진들을 묶어 집주인 할머니에게 전송했고 아파트 단지 사람들에게 혹 무언가 본 사람이 있는지 여쭈었지만 할머니 입장에선 자신의 아파트 문제가 도드라지는 걸 꺼려하는 서로 불쾌한 상황이 지속될 뿐
차는 빵꾸가 났는데 아무도 한 사람은 없다고 하고 사람이 대체 몇이나 사는데 아무도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하니 진짜 억울하고 속 터져 미쳐버리겠는데!!
ㅆㅂㅈㄴ 삐뚤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