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어린이집 적응기
새해가 시작되고 아이는 Nido (어린이집) 새롭게 등록했다. 어린이집에 가야 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어 그 곤혹을 치른 지 불과 넉 달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솔직히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이중언어를 구사해야만 하는 아이, 한국인 가정 내에서만 자란 아이에게 이 곳 로마에서 태어난 건 현재까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빠의 이탈리아어가 출중하다고 해도 아이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엄마와의 시간이 더 많고 길다. 어느 한쪽도 원어민 부모가 아닌 이상 가정 내에서 해당 언어 구사만 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다 보니 우리 집의 실제 구사언어는 대부분 한국어일 수밖에 없고 아이는 웬만큼 한국어는 이해하고 행동하지만 부족한 이탈리아어 때문이라도 앞으로의 학교생활을 위해서도 필수여야 한다.
확실히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선생님 마인드부터가 다르다는 걸 몸소 체감하고 불안했던 어미는 안도했다. 상급생과 어울려야 했던 지난번과 달리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이니 더 재미도 있을 거다.
떨리는 마음으로 등원한 첫째 날
부모 동반하에 1시간 놀게 두는 걸로 끝이 났다.
간간이 엄마를 찾기는 했지만 그동안 참 많이 컸구나 느껴질 정도였다
연말 2주의 짧은 일정으로 한국을 다녀왔었다.
아이의 유치원 문제로 꽤 깊은 고민을 했던 터라 그 흔한 키즈카페에서도 못 어울리면 어쩌나 걱정도 했었지만 기우에 불가했었다. 쇼핑센터 키즈카페에 들어선 순간 아이에게 나는 없었다. 신이 나서 한참을 엄마도 찾지 않고 재미나게 놀고 심지어 나오려 하지도 않았다. ‘그래! 이 정도면 이태리 돌아가서도 어린이집 적응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는 없겠어’ 싶었는데 꽤 잘 놀아주는 모습이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둘째 날, 10분 정도 함께 있다가 멀리 떨어지자고 했던 처음의 말과는 반대로 곧장 아이를 두고 부모는 나가 있으라고 했다. 분위기를 직감했던지 아이는 연신 엄마를 불러댔고 결국 울음이 터졌다.
등 떠밀리다시피 부모는 학교 밖으로 나왔고 학교 담장 너머까지 아이의 울음소리는 선명하게 들려왔다.
‘후아, 이번에도 쉽지는 않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