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인터넷 해지 하기
가장 큰 불만은 비싼 비용이었다.
다른 업체들은 프로모션도 자주 하고 그에 따른 혜택도 많은데 잡은 물고기 먹이 안 주듯 비용만 오르고 아무런 혜택은 없었다 (웃긴 건 장기로 사용하면 할수록 비용이 점점 더 오른다) 하지만 섣불리 해지도 못하는 심정, 그게 바로 이탈리아이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니 로마에서 하루에 해결되는 일은 결단코 없다.
관광서를 비롯 해 일은 오질 나게도 안 한다.
이 곳 생활 십수 년째, 무뎌질 때도 됐다고 생각하는데 서류, 관공서 일을 봐야 하면 3일 전부터 머리부터 아플 지경이다.
인터넷을 설치하는데 꼬박 4주가 걸렸다.
테크니코(기술자)가 와서 한 거라곤 전화 모뎀에 휴대폰 같은 기계 한 번 넣었다가 호출 신호 잡히는지 확인하는 게 전부였다. 그걸 하기 위해 4주나 기다렸다.
속도나 빠르던지, 그나마 요즘은 지역마다 광케이블 설치가 되기도 하는데 여전히 전화기 모뎀이다. 환장한다.
그렇게 어렵게 설치한 인터넷이 가끔 먹통이 되기도 했다. 서비스센터에 아무리 연락을 취해봐도 뾰족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설치하는 것도 이다지 어려웠는데 해지하는 건 세상에, 더 어렵다.
비싼 요금도 불만이고 서비스도 불만이던 와중에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래! 조금 번거롭긴 하겠지만 업체를 바꾸는데 이만한 기회는 없다고 생각하고 당장 해당 업체에 해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인터넷 해지에 관련된 서류와 신분증 사본을 등기우편으로 보내라고 했다. (전화 한 통이면 모든 게 일사천리인 한국에 비하면 이탈리아는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이다. 인터넷 해지하는데 등기우편이 웬 말인가)
어찌 되었든 등기우편도 보내고 시키는 대로 했지만 다음 달 요금 고지서는 꼬박 날아왔다. 역시, 한 번에 해결이 되면 이탈리아가 아니지! 콜센터 연결을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상담사로부터 해지가 되었으니 문제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한데 다음 달에도 고지서는 날아왔다. 그 후로도 네다섯 번 상담사와 더 통화를 하고 해지한 걸로 전산상 확인된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지만 고지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날아왔다. 환장할 노릇이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전산상에는 분명 해지가 되었다고 나온다는데 사용하지도 않는 인터넷 요금은 어찌하여 매달 날아온단 말인가.
장장 6개월가량 시달렸다. 사용하지도 않는 해지한 인터넷 회선 문제로, 더는 지쳐서 그냥 내버려 뒀다.
물론 분명 해지가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해당 업체의 콜센터 직원들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계속 고지서는 날아오다가 1년이 되던 해 더 이상 고지서는 날아오지 않았다.
와- 드디어 해결이 된 건가?
해지 요청한 것이 이제야 인식이 되었나?
잠시 동안 이 문제에 대해서 벗어나나 싶었지만 채무 독촉장이 날아왔다.
기가 찰 노릇이다.
담당자라는 사람과 통화를 하고 지난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끝내니, 해지 요청할 때 보냈던 등기우편 확인증 등 증빙자료 등을 요청했고 자료들을 모두 송부시킨 후 재통화를 했다.
- 네가 보내준 자료들 검토해봤어, 너는 제대로 해지 신청을 한 것이 맞아, 그러니 큰 문제는 없을 거야,
- 제발, 이제 그만 이 지리멸렬한 싸움을 끝내고 싶어, 확실하게 정리되는 것 맞겠지?
- 아마도? 걱정 마, 다 잘될 거야
아마도? 아마도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