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유치원
자신이 없어 그렇지 할 수만 있다면 차라리 홈스쿨링이 더 나을까? 하고 엉뚱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매일을 엄마 바짓가랑이 붙잡고 울고 불고 하더니 아이는 한 달이 지나니 용케도 어린이집에 적응을 했다 물론 적응이라고 하기에 앞서 몇 번의 부모 소환도 있었지만 애니웨이 더는 울지 않고 등원하고 울지 않고 하원 하게 되었다.
드디어 한고비 넘었나 싶었건만 잠시의 틈도 없이 다음 단계가 찾아왔다.
이탈리아는 9월에 신학기가 시작된다.
올 9월이면 아이는 만 3세가 되고 이탈리아는 이때부터 유치원(Materna:마테르나/혹은 Infanzia:인판지아) 에 입학한다.
9월 입학을 위해선 3월 중에 학교 등록을 완료해야 하고 각 학교들은 빠른 곳은 전년도 연말 즈음부터 올해 1~2월까지 오픈데이를 통해 학교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부모들은 여러 곳의 학교를 방문하여 설명을 듣기에 여념 없다.
유치원일 뿐인데도 선택에 고민이 많은 건 한국처럼 일 년 단위로 반이 바뀌거나 선생님이 바뀌거나 하는 이슈가 없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유치원을 다니는 3년 동안 담임선생님과 한 반의 친구들이 지속된다.
초등교육의 5년 중등 3년 고등 역시 마찬가지이다. 좋은 면을 보자면 참 좋은 방식일 수 있으나 나쁠 땐 또 한 없이 나쁠 수도 있는 시스템이라 최소 3년 혹은 그 이상을 다니게 될 학교를 선정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틈틈이 집에서 가까운 곳 위주로 학교탐방을 다녔다. 일단 공립학교는 배제시켰다. 학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크긴 하나 방식 그리고 단점이 조금 더 크게 다가왔고, 인터내셔널을 생각했지만 국제학교 경우 보통 주재원의 자녀들 혹은 단기간 지내다 옮기는 친구들이 많아 훗날 학창 시절 친구가 남아있지 않더라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역시 제외하고 보니 최종 선택지에 놓인 건 집 근처 독일계 (이하, 독일학교) 학교 VS 이탈리아 학교였다.
만 3세 유치원부터 고등교육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독일학교
학교 내 수영, 축구, 농구장 당연하고 유도, 발레, 음악 등 예체능 수업이 탄탄하며 깨끗한 학교 시설과 자유로운 수업 분위기로 (가령 선생님이 빈백에 비스듬히 누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가 하면, 교실과 복도를 구분하지 않고 어디서든 바닥에 배 깔고 누워 그림을 그리고 책을 보고 놀이를 하는 등) 흔히 생각했던 유럽 학교 혹은 미드 등을 통해 보았던 딱 그 스타일의 학교
단점은 기본 하교가 오후 13:30분이고 그 이후의 오후 16시까지의 수업은 방과 후 수업 개념처럼 당연히 추가 학비 옵션, 점심 비용도 당연히 별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 학비는 사악하고 또 사악하다 싶을 정도인 거다 (독일의 실제 교육은 학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고 하던데). 거기다 제 아무리 독일학교라지만 이탈리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치원 3년 동안은 이탈리아어 수업 없이 오직 독일어로만 진행된다 한다. 물론 이탈리아 가정 내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집 또는 학교 밖에서 이탈리아어만 사용해도 무방하니까 한데 우리는 조금 다르다. 집에서 대부분 한국어만 사용하는 한인 가정이며 이제 갓 어린이집을 통해 아이는 이탈리아어에 노출되었다 그런데 6개월 후엔 이탈리아어 전혀 없이 독일어만 사용한다?
학교 측에서는 언어는 어릴 때 잡아두면 습득력, 흡수력이 좋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중언어도 아닌 3개 국어를 만 3세부터 시작하는 건 아이에게 너무 큰 부담이지 않을까 싶은 거다
독일어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아가면 이탈리아어와 병행하고 그 이후엔 차차 영어와 학년이 올라가면 프랑스어, 라틴어까지 학교를 최종 졸업할 땐 5개 국어가 가능하다는데 우리 아이는 한국어까지 총 6개 국어겠지, 하나의 언어만 잘해도 너무 큰 힘이 되는 요즘 같은 세상에 6개 국어라니, 어미로써 욕심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과하지 않나 싶은 거다.
반면, 이탈리아 학교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알고 있는 학교, 우리나라 내가 학교 다닐 때 딱 그 분위기였다.
이탈리아와 대한민국은 의외로 닮은 구석이 참 많은 양국이다. 한데 어쩜 유럽권내의 학교에서 한국에서만 온전히 교육을 다 받고 자란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오르게 할 수가 있냐는 말이다.
교실 앞쪽에 놓인 선생님 자리와 마주 보며 각 잡혀 놓인 책걸상, 복도의 사물함, 음악, 미술, 체육시간 등 시간표에 의해 한 주에 할당된 시간 등 같은 유럽권내의 학교인데 독일과 이탈리아, 이렇게까지 다르나 싶은 거다.
사립이라 이 학교 학비도 만만치는 않으나 독일학교에 비하면 3배는 저렴한 편이니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위안을 삼기엔 좋은 것 당연히 해주고픈 부모의 마음으로 못내 아쉬움만 가득하다.
이탈리아에 살고 있으니 당연히 이탈리아 학교를 보내야지,
독일어보다는 이탈리아어가 우선이지,
학비 차이가 대체 얼마야!
이탈리아 학교를 보내는 거야! 암, 그렇고 말고!
선택의 기로에 선 엄마는 하루에도 수백 번씩 되뇌건만 아니 스스로 세뇌하건만 아이의 의중과 상관도 없이 엄마인 내 마음부터가 동하질 않아 큰일이다.
유럽 학교처럼 이탈리아는 왜? 못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