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낼 거야! 출간 작가!
브런치라는 포맷을 처음 접했을 때 ‘출간’이라는 꿈을 탐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하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브런치를 통해 다른 글 들을 접하면 접할수록 점점 더 내 글은 너무나 평범하고 완성도 조차 낮아 의지력이 바닥이었던 것도 어느 정도 인정한다. 어쩜 나 빼고 모두 이렇게 글도 잘 쓰는지 싶을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탐하던 마음을 자연스레 어느 선까지 내려놓게 되었다. 완전히 포기할 법도 한데 한 때 글 밥 먹으며 글쟁이로 살기를 소망했던 내게, 사실상 아무런 결과물도 없는 내게 ‘작가’라는 호칭 하나만으로도 ‘브런치’라는 이 포맷은 희망이고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 자꾸 써봐, 아무도 안 봐주더라도 스스로를 위해 쓰다 보면 글도 나아질 거고 그러다 보면 내게도 기회란 것이 올 지도 모르잖아”
소소한 일기처럼 나를 기록하자 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현재 이탈리아는 사실상 모든 기능이 멈추었다. 아이의 어린이집은 4/3일까지 휴교령 연장이 되었고 집 앞 마트에 장을 보러 가기
위해서도 ‘본인 자술서’라 칭하는 흡사 ‘통행증’ 같은 서류와 신분증을 지참해야만 한다.
매일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는 이탈리아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통계를 텔레비전을 통해 기타 다른 매체를 통해 접할수록 답답하고 머리가 아파온다.
집 밖으론 한 발짝도 나가지 않는다.
세상은 총 없는 감옥 같아졌고 학교도 외출도 못하는 두 아이는 하루 종일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며 논다. 잘 놀아줘서, 잘 견뎌줘서 참 고맙기도 하지만 한 편으론 이 사태가 언제쯤 종식될지 아이들과 24시간 집 안에서만 부대끼는 일상이 조금은 지치기도 한다. 아이들이 잠든 밤, 글을 쓰고 글을 읽는다. 요즘 내가 누리는 가장 소소한 행복.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브런치 알림과 이메일 알림이 동시에 울렸다.
둘째 녀석 수유를 하다가 “헉”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수유를 끝마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상상을 했는지 모른다. 과연 무슨 제안일까?
너무 궁금한데 쉬이 클릭을 할 수가 없더라
드디어 내게도 기회가 찾아오는 건가? 하다가 아직 한참 부족하다 느낀 스스로를 깨닫곤 확신이 섰다.
모 언론사에서 보내온 원고 요청이었다.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 19에 대한 나의 이전 글 플러스 보충 내용 조금 더, 어려울 것 하나 없는 요청이다. 편집자님은 원고료가 작다하셨다. 물론 많이 받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마음이 약해져 있는 이 시기에 원고료보다는 내 글을 필요로 한다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 학창 시절 이후 누군가로부터 글 요청을 받은 게 얼마만인지 그 자체가 참 설레었다.
물론 내 글이 특출 나게 좋았다기보다는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에 대한 글이 필요하셨을 거다
이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속 터지는 일이 얼만데 이 정도 이탈리아 백그라운드는 허용해도 괜찮겠지
원고를 보내고 편집자님과 몇 번의 이메일을 주고받고 기사 작성은 완료되었다.
글 한 편 작성하는데 많은 노고가 필요하다는 틀에 박힌 이론만 접하다가 실제 간단한 기사 한 편에서 경험하게 되니 다시금 와, 출간은 정말 대단한 일이구나 싶다
지친 내 마음에 용기가 샘솟는다.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이 욕심이 차오른다.
노력해야지, 쓰고 또 쓰고, 읽고 또 읽어야지
내 이름 곁에 ‘출간 작가’ 타이틀 붙여봐야지
설레고 또 설레는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알림 받고 또 받는 글을 써야지!!
(좋은 기회주신 편집기자님께 이 자리 빌려 감사인사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