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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언니 Mar 28. 2020

서로에게 격려가 필요한 우린, 한 배를 타고 있습니다

2020년 3월 27일 Urbi et Orbi 우르비 엣 오르비



이 곳에서 행사가 있던 날, 한 발걸음 밖인 로마에서는 비가 오던 날도 그곳은 마치 주님이 지켜 주시 듯 비가 잦거나 그치는 경우가 많을 만큼 희한스러웠건만, 오늘은 예전스럽지 못했다.

로마는 하루 종일 지루하게 비가 내렸건만, 오후 6시 바티칸은 장대비를 쏟았다.

인파에 둘러싸여 늘 북적이던 그 광장에 파파 홀로 우뚝 히 서있다.

 




집에서 20분이면 닿는 거리이다.

매일을 드나들던 남편의 직장이기도 하고 아이의 첫걸음마 연습 또한 우리는 이 곳 광장에서 했다.

별달리 할 일이 없을 때 그저 콧바람이 쐬고 싶을 때 역시 우리는 이 곳을 찾을 만큼 일상생활에서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카톨릭신자로 로마에 살면서 바티칸이 지척에 있다는 건 그 누구보다 축복받은 일이라며 우리는 또한 항상 감사했다.


이동제한령이 내려지기 전, 마지막 외출은 로마의 한인성당이었다.

늘 크고 작은 기도를 하고 살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내 기도의 주는 이 사태로 하여금 한국의 가족들을 지켜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바뀌어버린 기도 내용

한국의 가족, 이탈리아의 우리 가족, 전 세계의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오후 6시에 그날의 확진자 수 와 사망자수가 발표된다.

이제 그만 멈출 때도 되었건만, 어찌하여 매일 이다지 숫자가 늘어나는지

늘어나는 숫자를 보고 있는 우리 또한 한숨이 늘어난다.


2020년 3월 27일, 오후 6시

장대비가 쏟는 바티칸 베드로 광장에서 전대사 (카톨릭에서 죽은 사람들과 산 사람들의 죄벌을 모두 사해 주는 것)가 있었다.

그 날의 이탈리아 사망자 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많은 900명이 훌쩍 넘었고 연이틀 주춤했던 수에 잠시나마 기대했던 모든 이들에게 아직 속단하기엔 이르다며 내린 마치 벌 같았다.


이탈리아 전역 이동 금지령으로 인해 한 달여 동안 반강제 자가격리를 실천 중이건만, 어찌하여 이다지 수 가 잡히지 않는지 이쯤 되면 격리만이 정답이 아닐 거라는 생각 또한 멈출 수가 없다.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마지막 인사도 없이 가족과의 생이별을 겪어야 하는지,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희생되어야 비로소 멈출는지





SNS를 통한 지인의 가족이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물론 그녀 역시 잘 알지 못하는 함께 이탈리아에서 살아가고 있는 SNS의 사이버 친구일 뿐이었지만

마치 내 지인인 양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늘어나는 이탈리아 확진자 수를 보고 있자면 저 많은 수 중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가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그 속에 건너 건너 건너 사람이 생겼다. 내 삶 속에 코로나 바이러스는 직접적으로 한 발짝 더 다가온 셈이었다.


홀로 드넓은 광장에 선 파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애잔하고 이 사태의 간절함으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Preghiamo.
Dio onnipotente e misericordioso, guarda la nostra dolorosa condizione: conforta i tuoi figli e apri i nostri cuori alla speranza, perché sentiamo in mezzo a noi la tua presenza di Padre. Amen

기도합니다.
전능하고 자비로운 하느님,
우리의 고통을 봐주세요
자녀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주세요
우리는 우리 가운데 하느님 아버지 당신의 존재를 믿습니다
아멘



끝없는 저녁이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침묵과 공허함이 우리 삶을 집어삼켰고 광장과 거리, 도시에는 짙은 어둠이 드리웠습니다.
우린 모두가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길을 잃은 연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며,
동시에 우리 모두가 같이 노를 젓고 서로에게 격려가 필요한 가난한 사람이라는 중요한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린 혼자서는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오로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배에 우리 모두가 있습니다


Da settimane sembra che sia scesa la sera.
Fitte tenebre si sono addensate sulle nostre piazze, strade e città; si sono impadronite delle nostre vite riempiendo tutto di un silenzio assordante e di un vuoto desolante, che paralizza ogni cosa al suo passaggio: si sente nell’aria, si avverte nei gesti, lo dicono gli sguardi. Ci siamo ritrovati impauriti e smarriti. Come i discepoli del Vangelo siamo stati presi alla sprovvista da una tempesta inaspettata e furiosa. Ci siamo resi conto di trovarci sulla stessa barca, tutti fragili e disorientati, ma nello stesso tempo importanti e necessari, tutti chiamati a remare insieme, tutti bisognosi di confortarci a vicenda. Su questa barca… ci siamo tutti.

-Vatican News 전문
직접 번역으로 다소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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