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로마의 유일한 한국인 택시 기사입니다

by 로마언니





“시간당 10€꼴이에요, 3시간을 일해도 50€를 못 번다니까요”


- 그래도 이 시기에 경제활동이 어디예요


“그건 그래요...”



맞는 말이다

이 코로나 뉴 노멀 시대에 시간당 10유로가 어디냐 싶지만 한 편으론 겨우 시간당 10유로도 못되게 벌자고 차량과 라이센스 값으로 한화 2억이 넘는 돈을 투자한 건 아닌데 라는 본전 생각이 자꾸인 거다



무슨 일을 하세요?

직업이 뭔가요?라는 질문에 언젠가부터 남편은 ‘투어가이드’라고 대답하기보다 ‘(관광용) 택시기사’입니다 라고 대답을 했다








이탈리아에는 NCC라는 관광객을 전용으로 하는 일종의 택시가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택시는 이탈리아 비롯 여느 나라 다를 것 없이 차량 지붕에 TAXI라고 적힌 (때에 따라 불가능 한 곳도 있지만) 지나가다가 손 만 흔들어도 편히 탈 수 있는 택시인 데 반해

NCC 관광용 택시는 대부분 관광객을 상대로 하며 지나가는 차량을 손 흔들어 잡을 수는 없고 예약제로 진행된다

보통 로마 대부분 호텔에서의 공항 픽업 서비스를 신청했을 때 (대부분 까만색의) 벤 또는 승용차량이 NCC차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택시이다 보니 공항, 기차역 픽업 샌딩 서비스와 (간단한) 로마 시내투어 위주로 운영된다




남편은 로마의 유일한 한국인 NCC(택시) 기사이다.


이탈리아, 특히 로마의 교민 대다수는 (여러 목적이 있겠지만) 음악을 하시는 분들로 알고 있다

음악 공부를 위해 유학 오셨다가 정착하신 분들, 현재도 음악공부를 하는 유학생분들, 그 외 주재원분들 대부분은 그렇다고 알고 있기에 음악과 전혀 무관한 그렇다고 주재 신분도 아닌 우리 같은 가정은 사실상 로마에서 쉬이 볼 수 있진 않은 것 같다 (개인 생각)


대략 20년 전 남편은 이탈리아에 왔다.

하고 많은 나라 중 왜 하필 이탈리아였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기가 막혔다.


당시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마음이 너무 씁쓸해 현재 위치 가장 가까운 모 여행 판매점에 가서 가장 빨리 출발할 수 있는 여행 상품을 구입했단다, 그리고 곧장 여행을 떠났는데 그게 서유럽 일주 5박 7일 뭐 이런 유럽여행 패키지였단다.

유럽을 떠나 해외여행 자체가 난생처음이었다는 남편은 런던을 시작으로 서유럽 일주를 하면서 당시 이탈리아에서 가이드를 해주시던 분이 너무나 멋지고(지식 방출 등) 가이드라는 직업이 매력적이게 다가왔고,

여행을 끝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이탈리아 가이드를 해주시던 분과 여러 차례 연락을 하며 가이드로 서 이탈리아에서의 제2 삶을 꿈꾸었고 한국생활 정리와 간단한 이탈리아 언어 습득을 위해 언어학원 다니며 준비하는 과정 포함 6개월 만에 로마로 다시 돌아왔단다.

당시 여행이 서유럽 일주가 아니었고 미서부 일주였다면 과연 남편은 현재 미국에서 자리 잡고 살고 있을까?

우리 부부는 지금도 우스갯소리로 그 여행 판매점이 잘못했다고 이야기한다.

이 사람을 이탈리아가 아닌 미국으로 보내줬었어야죠!!!




비단 어디 해외교민사회만 그렇겠냐만은 나만 믿어라! (물론 그 말만 믿고 행동하기에 남편의 나이는 적지도 않았고 그만큼 분별력 없지도 않기에 딱 그 말만 믿고 왔다고 하기엔 그렇지만) 어찌 됐든 나만 믿어라 했던 사람은 글쎄 과연 믿을만한 사람이었을까?

(현재도 그분 역시 이탈리아 로마에 함께 체류하고 있다. 물론 왕래는 없다

내 기준에서 보면 그래도 남편을 이 곳 이탈리아로 인도해주신 분이기에, 내가 남편을 이 곳 이탈리아에서 만나 결혼하고 애까지 낳고 살게 됐으니 은인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로마 와서 일 년 동안 남편은 언어 공부만 했단다.

(이탈리아 공무원 시험에 응할 수 있는 B2 언어 시험 자격 보유)

실질적으로 일을 하러 이탈리아로 온 것이기에 당장 일을 할 수 있는 건 역시 무자본 맨 몸으로 시작할 수 있는 투어가이드가 제일 빨랐을 거다 (물론 무자본, 맨몸이기는 하나 다양하고 심도 깊은 전반적인 지식은 본인 능력)

그리고 본질적으로 투어가이드님을 보고 꿈을 키워 온 로마였으니 당연히 투어가이드를 하는 것 또한 맞는 행보였다.

이탈리아 로마의 투어가이드 또한 세분화를 한다면 나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남편은 흔히 프라이빗 차량투어로 분류되는 즉, 운전과 가이드를 병행하는 드라이빙 가이드가 주였다.


이탈리아 전역 대다수 도시의 주요 중심지는 ZTL이라고 해서 지정된 시간 동안 일반차량은 진입이 금지되는 구역이 있다

수천 년 역사의 로마 역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명소들 트레비 분수, 스페인 계단, 판테온 등등은 ZTL 구역으로 보호받고 있기에 거주자, 관공서 차량, 버스, 택시 등을 제외하고는 제한되는 구역이다

그렇다 보니 실례로 로마 차량 맞춤 투어라고 해서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투어상품을 예약했건만 한국인이 운영하는 투어차량 대다수의 현실은 로마 명소 대부분을 차량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먼 거리에 주차 후 걸어서 가야만 하는 불상사가 발생했고 또한 여전히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



어느 날 남편은 택시 시험을 치르겠다고 했다


택시자격시험에 합격하고 나면 일반적인(우리가 알고 있는) 택시와 NCC (관광용 택시) 자격 중 고를 수가 있다

한 번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 번복은 불가하다

시험 합격과 동시에 우린 짧은 시간이지만 꽤 심도 있게 고민을 했었다


“하나 골라줘, 나는 못 고르겠어”


- 무슨 말이야, 자기가 하고 싶은 걸로 해


“그냥 골라줘, 하라는 거 할 거야”


이렇게 아내 말 잘 듣는 착한 남편이던가

해외살이에서 합법적인 자격을 보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고 그 힘을 위해 얼마나 수많은 노력을 했는지 너무나 곁에서 봐왔기에 앞으로의 남편이 해야 할 일을 내가 결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비슷한 맥락이기는 하나 어찌 보면 상반되는 두 가지를 두고 정말 밤낮없이 고민을 했다


- NCC당첨! 낙장불입 끝!!


재주는 곰이 부리고 머니는 사람이 챙긴다더니

곰은 이 코로나 뉴 노멀 시대에도 용케 재주를 부리고 있다





*남편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일한 한국인 NCC(택시) 겸 유일한 한국인 우버(Uber)기사 입니다

늘 남편은 저의 자랑입니다

유일한 한국인 우버기사의 로마 택시기사의 에피소드들을 틈틈이 기록해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