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야는 작은 반항이다
이 많은 에피소드들을 다 썼지만,
여전히 어제도 외출 전 베란다 문을 닫고 나서 “빵야”를 했습니다.
달라진 건 뭘까요?
빵야를 하면서 웃었다는 것이에요.
“아, 또 하고 있네.” 하면서요.
예전엔 나름대로 진지했거든요.
빵야를 꼭 해야만 마음이 놓였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약간의 거리감이 생겼어요.
“내가 지금 또 빵야를 하고 있네.” 하고 피식 웃을 수 있게 됐으니까요.
처음엔 단순히 병맛스러운 기록을 남기려 했습니다.
웃기게 써야 덜 괴로울 것 같아서요.
그런데 글을 이어가다 보니,
웃음 속에서 제가 얼마나 불안해왔는지도 다시 보였습니다.
강박을 글로 옮긴다는 건,
제 안의 모순을 인정하는 일이었어요.
“쓸데없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한다.”
이 부끄럽고도 웃긴 사실을 꺼내놓았을 때, 저는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무엇보다 강박은 여전히 제 일상에 있어요.
여전히 문 앞에서 두 번 확인하고,
고양이 밥그릇을 한 번 더 닦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이제는 강박을 관찰하는 또 다른 ‘나’가 생겼어요.
그 제가 “뭐 하는 거야?” 하고 묻거든요.
예전에는 강박이 저를 완전히 지배하는 것 같았다면,
지금은 그걸 한 번 객관적으로 바라볼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요즘에는 카페에 가면 테이블을 알코올로 닦지 않으려고 합니다.
커피 자국이 남아 있거나 빵가루가 있으면,
그 부분만 닦거나 살짝 털어버리고는 그냥 앉을 수 있게 됐어요.
작지만 큰 변화입니다.
이 작은 변화들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게는 ‘한 칸 움직인 체스 말’처럼 느껴져요.
방향이 틀어졌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거죠.
이 시리즈는 완벽한 극복기가 아닙니다.
치료법도 아니고, 만능 해답도 아니에요.
다만 불안 속에서도 웃을 수 있었다는 작은 증거입니다.
그리고 강박이 저를 완전히 지배하지는 못한다는,
작은 반항의 기록이기도 해요.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기억해 주세요.
우리는 모두 각자만의 ‘빵야 작전’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 작전이 완벽하지 않아도, 때로는 실패해도,
웃음으로 버틸 수 있다면 이미 반쯤은 이긴 거예요.
그리고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우면, 부디 도움을 요청하세요.
이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담일 뿐이며,
전문적인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것만은 확실해요.
당신의 ‘빵야’가 아무리 이상해 보여도,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
오늘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조용히 자신만의 ‘빵야’를 해내고 있을지도 몰라요.
국내 서적
가메이 시로, 마쓰나가 히사토. 『강박장애를 이겨낸 정신과 의사입니다』. 서울의학서적.
이용승, 이한주. 『강박장애』. 학지사.
윈스턴, 샐리 M. 『자꾸 이상한 생각이 달라붙어요』. 교양인.
퍼든, 크리스틴 & 클라크, 데이비드 A. 『끊임없는 강박사고와 행동 치유하기』. 소울메이트.
해외 서적
上島国利. 『強迫性障害を乗り越える』. 日東書院.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