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에서 산모들은 어떤 방법으로 시간을 보낼까.
밥 먹고 수유하고 유축하는 시간을 핵심 시간을 제외하고, (앞선 글에서 3시간마다 수유하고 유축하는 산모들의 쳇바퀴 일상에 대해서 쓴 바 있다) 여유 시간이 생겼을 때 산모들은 무엇을 할까.
우선 조리원에서 부르는 가슴마사지콜과 산후마사지 콜이 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내가 머문 조리원의 경우 다섯 번의 가슴마사지와 두 번의 산후마사지를 무료로 제공한다.
가슴마사지는 모유수유와 유축으로 인해 아파오는 가슴을 풀어주는 마사지로, 모유수유를 더 잘 하기 위한 목적으로 받는다.
산후마사지는 조리원에 머무는 기간에 따라 1회 또는 2회를 무료로 제공한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추가로 마사지를 결제해서 3회, 5회, 10회 받는 것도 가능하다. (보통 조리원에서 예약자에 한해 산전 마사지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그 때 대부분 산후 마사지를 추가 결제한다)
그럼 나머지 시간에는 무엇을 하느냐. 어떤 산모의 경우 새벽 수유를 위해 낮잠을 미리 자두기도 하고(낮에 하는 모유수유보다 새벽에 하는 모유수유가 가장 모유가 잘 나오기 때문에, 모유량을 늘리기 위해선 새벽에 하는 것이 좋다) 조리원에 있는 다양한 시설들(전신 마사지 기계, 파라핀 기계, 족욕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업체에서 조리원을 방문해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있다. 앙쥬, 프뢰벨, 쁘리마쥬 등 육아용품, 유아교육업체 등에서 미리 공지된 날짜에 방문해 가슴마사지 교육, 신생아 목욕교육, 흑백모빌 만들기 등 산모들을 위한 미니 교육을 진행한다. (물론 산모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가는 것은 덤)
코로나 이후 조리원 문화도 각방 생활이 정착되었기 때문에(식사도 방에 가져가서 하거나,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로는 샤샤샥 다들 각자 방으로 돌아간다) 이렇게라도 교육에 참여하는 것이 조리원 내 유일한 사교생활이랄까.
방에서 혼자 유축만 하고 있노라면 금방 무료해지고, 다음 식사 시간 때까지 입 한 번 뻥끗 안 하는 일이 발생하기에 나는 조리원에서 열리는 교육에 대부분 참여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다보면 어느 덧 저녁식사 시간과 함께 모자동실 2시간이 찾아온다.(내가 머무는 조리원은 오후 6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아기를 방으로 데려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야하는 모자동실 시간이 있다)
첫 애 출산 때는 퇴근한 남편과 함께 모자동실을 시간을 보냈기에 지루할 틈이 없었는데, 둘째를 낳은 지금은 남편이 첫 애를 집에서 봐야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모자동실 시간을 나홀로 오롯이 아기와 보낸다.
그런데 아기마저 눈 감고 새근새근 자버리면 나는 정말 모자동실 2시간 동안 할 게 없다. 아기가 깨어있으면 눈이라도 마주치고 초점책도 보여주면서 시간을 보낼텐데. 자는 아기를 깨워서 겨우겨우 분유를 먹이고 트름을 시키고 나면 그때부터 찾아오는 적막감에 그냥 지친 하루를 뒤로 하고 침대에 눕는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조리원에서의 하루가 괜히 빨리 가는 게 아니다. 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