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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mandroom Aug 19. 2019

여름을 잘 보내기 위한 샐러드

복숭아의 계절이 끝나간다. 

해마다 반복하는 ‘루틴’이 하나씩 늘어간다. 봄이면 올해 먹을 바질을 사다 심고 매실 수확철이면 마시지도 않을 매실주를 담그고 여름이면 복숭아와 바질을 함께 먹고 남은 것은 계피를 넣고 병조림을 한다. 물론 작은 냉장고를 더 비좁게 만들어서 후회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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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고 있나. 이즈음엔 뭘 했고 어딜 가고 뭘 먹었지 하고 챙긴다. 새롭고 신선한 것보다 익숙하고 편한 것을 찾는다는 얘기다. 지난해에 했던 것들을 올해도 되풀이하고 적어도 그때의 건강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심한다. 거기에 루틴을 추가하면 이전보다 성장하고 나아졌구나 하고 만족하게 된달까.


물론 이러다 때 되면 해야 할 일이 짐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도 하지만 어차피 잊거나 놓치는 것들도 있으니 크게 염려할 것은 아닌 것도 같다. 올해 매실주 담그는 것을 놓친 것처럼.



복숭아 바질 샐러드도 못 먹고 지나칠 뻔했다. 이번 여름엔 과일을 부지런히 먹지 못해서(수박도 딱 한 번 사 먹고 말았다) 복숭아도 한 상자를 사서 먹은 정도다. 복숭아 철이면 해마다 바질과 함께 샐러드를 해서 먹거나 손님 대접을 했는데 어쩐 일인지 올해는 한 번도 만들지 않았다.


이 생각이 든 것이 지난주 화요일. 늦기 전에 부랴부랴 서둘러서 복숭아를 한 상자 주문하고 배송 시작 문자를 받은 것이 금요일. 같은 날 누나에게서 문자가 왔다. 선영이 복숭아 좋아하니. 주문해 뒀으니 내일 도착할 것이라는 내용. 여름이 가는데 갑자기 복숭아 부자가 됐네.


복숭아는 가볍게 씻어서 마른행주로 물기가 없도록 닦은 다음 키친타월로 하나씩 싸서 김치냉장고에 보관.

단단한 복숭아를 하나 골라 껍질을 벗기고 툭툭 썰고 바질은 손으로 뜯어서 넣고. 단맛이 부족하겠다 싶으면 꿀이나 올리고당을 휘휘 두어 번 두르고 레몬을 짜서 넣는다. 잘 뒤섞어서 차갑게 뒀다가 바질과 레몬 향이 충분히 배도록 해서 먹는다. 올해의 첫 번째 복숭아 바질 샐러드.


며칠 전 TV를 보니 복숭아가 많이 나는 남쪽 어느 지방에서는 여름 김치를 담을 때도 복숭아를 갈아서 넣고 비빔국수에도 복숭아를 썰어서 넣던데 부럽더라. 그나저나 내가 언제부터 복숭아를 좋아했지? 난 항상 사과였는데. 이제 사과의 계절이 온다.



#그러나즐겁게살림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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