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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트임팩트 Sep 22. 2020

나를 나답게 지켜내는 내 일

본 콘텐츠는 서울경제 라이프점프에 격주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루트임팩트 웹사이트에서 읽기 :https://bit.ly/2ZYNIxB

서울경제라이프점프에서 읽기 :https://www.sedaily.com/NewsVIew/1Z7YD62MQW




출산 후 경력연장을 위한 첫 번째 단추, '사람들과의 연결'


통계청에 따르면 임신과 출산, 육아 및 가족 돌봄 등을 이유로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의 수는 2019년 기준 169만명에 달한다. 놀랍게도 이 중 구직 의사가 전혀 없는 경우는 0.6%에 그친다. 99%가 넘는 대다수의 여성들은 다시 일을 통해 사회와 연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모 회사의 광고 카피처럼, ‘엄마라는 경력이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현실 속에 이들의 다양한 전문성과 잠재력은 사회와 무관하거나 동떨어져있다고 치부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단녀’라는 세 글자에 갇힌 편견을 깨고 작지만 커다란 성장을 일궈내는 이들이 있다.


‘내일의 내:일’은 일터 밖에서 보낸 시간을 경력단절이 아닌 ‘경력보유’라는 이름으로 재정의하고, 스스로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다시 누군가의 동료로 돌아온 여성들의 성장 이야기이다. 그들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것으로 간절히 내 일을 꿈꾸는 이들에게 따뜻한 응원을 건네고자 한다.



INTRO

경력단절, 아니 경력보유여성 3명의 스터디가 창업으로 이어진 조직이 있다. 개인과 조직의 건강한 변화를 위한 실험실을 자처하는 ‘진저티프로젝트’. 경력보유여성의 새 출발을 돕는 임팩트커리어W 사업의 든든한 교육 파트너이기도 하다. 라이프점프와 루트임팩트가 공동 기획한 내일의 내:일 열 번째 주인공은 임팩트커리어W 1기 출신으로 진저티프로젝트에 합류한 안지혜 팀장이다. 오래 전부터 소셜섹터 커리어를 꿈꿨다는 그의 일과 삶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진저티 프로젝트 안지혜 팀장



-지혜님은 임팩트커리어W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되던 해에 지원을 하셨던 고마운 분이에요. 원래 소셜섹터에서의 커리어에 관심이 있으셨던 건가요?


저의 첫 사회생활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턴을 경험했던 회사에서 공익 연계 마케팅의 일종인 ‘코즈(Cause)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나 임팩트 비즈니스에 대해 공부하고 공유하는 것이 그 조직의 문화였죠. 그 때부터 소셜섹터가 제가 지향하는 바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기에 언제나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출산 후 의도치 않게 경력 공백기간이 길어지면서, 소셜섹터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구체화되었던 것 같고요.


그 당시 소셜섹터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와 가깝게 지냈거든요. 제가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그 친구가 루트임팩트와 진저티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알려줬어요. SNS와 뉴스레터 등을 통해 꾸준히 소식을 받아보고 있었던 터라, 진저티프로젝트의 채용 소식을 접했을 때는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이미 확고했어요.



-그렇게 소셜섹터에서 다시 시작하게 된 커리어가 어느새 3년째입니다. 여전히 지혜님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저는 잘 맞는 것 같아요.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는 거창한 사명감을 매일 되새긴다거나, 일이 마냥 재미있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죠. 일의 양이 많아 힘들기도 하고, 그렇게 힘들게 일한 후의 성과나 보상이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단점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저로서 일을 할 수 있는 곳, 스스로에게 납득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큰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단기적인 목표와 숫자에만 집중해야 하는 일에는 괴리감을 느끼거든요. 특히, 진저티프로젝트라는 조직이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이 저의 삶과 분리되지 않는 것이라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제가 삶에서 관심있게 생각했던 주제들을 일로 풀어가며 더 깊게 들어가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지식이 쌓이는 느낌을 받거든요.


예를 들어, 저는 임팩트커리어 W라는 경력보유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통해 일을 다시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여성들을 위한 교육을 계속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잖아요. 경력 단절은 제가 원치 않았던 경험이었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일을 하며 누군가에게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되었고, 저라는 사람이 생각했던 것 이상의 큰 용기가 되어줄 수 있다는 점도 깨달았어요. 다른 일터였다면 이 당사자성이 여전히 위축되는 경험에 불과했을 수도 있겠지만, 소셜섹터에서는 더 큰 임팩트가 될 수 있는 요소인거죠.



-일이 많아 버거울 때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순간들은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일단 저는 경력 공백기간 동안 우울감, 무기력감으로 많이 힘들어했던 편이에요. 저도 제 남편도 그 시간을 함께 경험했기에 섣불리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죠. 대신에 일이 유난히 몰리는 시기가 되면, 육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남편이 그 균형을 잘 맞춰주고 있어요. 가끔은 아이가 아빠랑 자고 싶다고 때를 쓸 만큼 주 양육자 역할을 잘 분담해주는 것이 제가 일에 몰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죠.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어요. 진저티프로젝트는 동료들 간의 대화와 회고에 시간을 충분히 쏟는 조직이에요. 서로의 상황을 잘 관찰하고 살피며 힘을 실어주기도 덜어주기도 하죠. 제가 처음 이 조직에 합류했을 때는 이전의 일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지, 동료들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것 같아요. 그 때 작게나마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들이 많이 주어졌어요.


돌아보니 작은 성공들을 거듭해서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일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거죠. 지금도 제가 힘에 부칠 때면, 조직에서 먼저 알아차리고 언제라도 다시 저의 사이클을 되찾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곤 해요. 일이 스트레스로 연결되기 전에 적절히 개입해 자발적 동기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언제 들어도 신기한 조직문화에요. 어딘지 모르게 살아있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요. 진저티프로젝트가 일하는 방식을 조금 더 이야기해주세요.


맞아요, 저희 구성원들은 진저티프로젝트를 그냥 일을 하는 곳이 아니라, 살아있는 무언가로 생각하고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함께 고민하는 것 같아요. 그 고민의 정도가 모두 동일할 수는 없겠지만요. 때로는 제도라는 최소한의 장치도 필요하겠지만,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상황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면, 유연한 환경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밖에 없거든요. 진저티프로젝트가 일하는 방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 즉 서로가 서로를 관심있게 바라보고 늘 열려있는 태도를 지키기 위해 언제나 변화하고 있어요.



-지혜님은 지난 3년간 조직 안과 밖에서 많은 경력보유여성들을 만나오셨잖아요. 다시 일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어떤 방식으로든지 연결되어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사람과의 연결, 아이가 아닌 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과의 연결이요. 그런 커뮤니티를 찾기 어렵다면, 제가 앞서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관심 있는 분야를 자주 들여다볼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의도적으로 제 일상 속 어딘가에 연결해놓는 것도 방법인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에는 경력 단절이 길어지면서 저의 사회가 점점 더 가족이라는 원으로 좁혀지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물론, 가족은 제 삶의 가장 큰 기쁨이고, 남편은 언제나 저를 지지해주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다시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그 원 밖으로부터 오는 조언과 경험들이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자극인 거죠. 연결이 잘 되어 있으면, 경력 단절로 인해 마주하는 감정적 어려움 등 여러 난관들은 어떻게든 뛰어넘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임팩트커리어W 5기 채용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장 지원할 수는 없더라도 그런 콘텐츠에 꾸준히 연결되어 있다보면 다시 일을 하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이 앞당겨지지 않을까요?



OUTRO

지혜님은 여성의 삶을 둘러싼 변화를 읽고, 여성의 일에 관한 지식을 쌓고, 여성들 간의 네트워크를 디자인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목적과 내용이 무엇이든 지혜님과의 만남 끝에는 어김없이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오늘 어떠셨어요?”


그 짧은 한 마디 속에 상대방의 일상을 관심있게 헤아려보는 진심이 가득 묻어 있기 때문인지, 함께 회고하는 시간을 통해 뜻밖의 위로를 받거나 해결책을 찾곤 한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지혜님이 오래오래 더 많은 여성들과 연결되어 그 날의 안부를 물어봐 주길 바란다. 그 따뜻한 대화는 기분 좋은 자극이 되어 다시금 사회로 그들의 원을 넓혀가는 용기 있는 전환점이 되어 줄 것이다.




/송예리 루트임팩트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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