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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소 May 29. 2020

전망을 얘기할 때 저는 발끝부터 볼래요.

수습 3개월 차 수습평가와 정직원 전환 사이

수습 3개월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서 어떻게 살았나 떠올려봐요.

저는 정직원이 되었을까요? 

되거나 되지 않거나, 그럼 그 다음은 뭐가 되어야 하나요?

내 욕심껏 살았나요? 긴장된 마음을 간혹 어깨에 쌓아두지는 않았나요?

만족스럽나요? 나는 어디에 가장 많았던가요? 나를 찾았나요?

어떤 게 중요할까요?




 앞서 모호한 질문들을 던졌지요. 

 본론부터 말하면, 정직원은 되었습니다. 수습평가가 잘 마무리되었어요. 저는 평가의 대상이자 평가자였다고 생각해요. 과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렸지만 저 역시 제가 일할 회사와 잘 어울리는지, 이 회사 다음 어느 섹터에서 일하며 살것인지, 무엇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인지를 살폈습니다.

 물론 수습직원으로 산 시간이 더 많습니다. 한달 여 간은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게 적응하느라 긴장도 많이 했고요. 하고싶은 일 해내고 싶은 일이 보여서 몰입했습니다. 잘해내고 싶었거든요. 내가 만든 것에 최소한 스스로 부끄럽지 않았으면 하는 기준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3개월 늦은 시간 퇴근하기도 하고 주말이 없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중에 조직을 궁금해하고 면면을 발견하고 기쁘기도 하고 앞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풀어나가야 할 실마리를 찾기도 했어요. 이런 면이 은연 중에 저 역시 이 조직에서 일하는 게 나에게 어떤지를 판단하고 있던 거더라고요.(잘 몰랐습니다. 하하) 저는 여기서 일해보고 싶고 또 제가 속함으로써 더 발전시키고 싶은 목표도 있어요. 시도해보고 싶은 분야도 있고요. 그래서 일단 해볼 계획입니다. 계획이랄 것도 없이 주어진 것과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이리저리 움직여볼 거예요.


수습과제 중에는 자기전망 에세이를 적는 칸도 있었어요. 그래서 이렇게도 써봤습니다.

전망 [명사] 1. 넓고 먼 곳을 멀리 바라봄. 또는 멀리 내다보이는 경치. 2. 앞날을 헤아려 내다봄. 또는 내다보이는 장래의 상황.


 전망 에세이란 무엇을 쓰는 일일까 생각했습니다. 전망의 사전적 의미를 또박또박 읽으면서 생각했어요. 전망이란 크고 멀리 있는 일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있는 이곳이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알고서 발 딛고 선 이곳 너머를 그리는 일일 것이라고요. 그래서 이곳에서의 3개월을 잘 정리하려고 합니다. 90일의 경험을 해석하고 더 나아가 앞으로의 방향을 그려보겠습니다.


 사람이 중요한 사람은 00라는 환경에서 자주 감동과 영감을 받습니다. 00의 동료 한 명, 한 명의 모습에서 각기 다른 반짝임을 만났습니다. 맡은 사업에 열의를 가지고 정성으로 임하는 태도, 자신의 과업에 집중하는 모습, 끝까지 팔로업해서 성과를 만드는 과정 모두 3개월 동안 피부로 느꼈어요. 곁에서 보고 들으면서 배우고 제 삶에 적용하고 싶은 점들이 많았어요. 잘하는 사람들 옆에서 저 역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조금씩이라도 매일 성장하려고 힘썼습니다. 저도 내년에 제 분야를 설명할 때 자랑스럽게 로드맵을 보여드릴 거예요. 자기 일을 정의하고 길을 만들어가는 멋진 동료들과 일할 수 있는 건 정말 큰 행운입니다. 어제보다 향상된 상태로 일할 수 있고 저 역시 괜찮은 동료로서 기능하고 싶기 때문에 사업을 협력해나갈 때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첫 입사일, 규칙을 전달받고 한 가지 질문을 드렸어요. “00의 조직문화는 어떤가요?” 내부에서는 일하는 환경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지향점이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여전히 알아가는 중이지만 3개월 간 참여한 00는 유쾌하고, 근거를 바탕으로 언제든지 의견을 제안해볼 수 있는 조직이었습니다. 시민사회의 기조를 따라 수평적이고 의견 개진이 가능한 문화가 만들어진 걸까요? 조직변화실험실을 운영하는 조직이라서 내부 구성원 간의 합의와 토론을 통해서 정리된 결과였을까요?

 아직 역사를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조직과 업무에 더 나은 방향을 함께 고민한다는 측면에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월간임팩트에서 리더그룹과 매니저 사이에서도 서로의 의견을 전달하기도 하고, 궁금한 점은 바로 질문하기도 하는 태도도 배워가려고요. 신규직원이다 보니 많은 고민을 리더님께 문의드리고는 합니다. 행정면에서 특히 경험이 없다보니 모르는 서류들이 많았는데 차근차근 하나씩 알려주셨어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충분한 토론과 소통은 신뢰와 이해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잘되는 일,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스스로 그리고 주변의 멋진 동료와 집단지성으로 즐겁게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재밌게 일하고 있습니다. 00직무로 운이 좋게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예상했던 업무와 차이가 나는 지점도 있었어요. (직무 관련한 이야기 쏼라쏼라) 하고 싶은 일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만들어보고 싶은 그림이 있다는 뜻일 테니 기쁜 마음으로 하나씩 실행해보겠습니다. 물론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문가들과 적절히  협력하면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확산해나갈게요.

 시민사회 영역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으로 00라는 커리어를 선택했습니다. 아직 시민사회와 NPO생태계를 잘 이해한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잘 시작했다는 확신이 듭니다.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을 지원하고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갈 수 있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해야 할 일을 고민하고 주변의 동료들이 지치지 않도록 함께 가보겠습니다.

 지금 여기, 할 수 있는 일들. 해야하는 일들을 봅니다. 팝업창을 띄우고, 오탈자를 수정요청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여러 개 보내고, 캠페인 카드뉴스를 제작해 배포하고 댓글을 확인하는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시작하고 마감하는 하루를 보냅니다. 이 작은 행동이 센터의 어떤 이미지로 연결될지, 결국 어디를 향해 가야하는지 연결지어 보아요.

이야기가 미래를 담는 그릇이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이야기하기는 삶의 태도를 선택하는 일이 된다. 우리는 다른 식으로가 아니라, 그런 식으로 이야기함으로써, 다른 식으로가 아니라 그런 식으로 살기로 마음먹었음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고백한다. -제현주, 일하는 마음, 84p

 90일 간의 수습일주는 이제 거의 도착지에 다다릅니다. 제현주의 책 일하는 마음의 문장을 공유하며 자기전망 에세이를 마무리하려고 해요. 90일이 지났다는 것보다 이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고 앞으로의 일의 방식과 태도를 선택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저는 00에서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찾고, 듣고, 더 잘 알릴 수 있는 데이터를 잘 쌓아볼 거예요. 그리고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으로서 변화를 잘 포착하고 활동가와 시민사회, NPO에 필요한 지원이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일하고 싶습니다. 결국에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일하는 시민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낼 거예요. 의미있는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쌓아 찾은 인사이트로 제 관점을 사회에 공유하고 확산하는 사람을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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