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거의 부모가 고학력에 고소득인 경우가 많다.인서울 상위권 대학에 다니는 학생의 부모들의 평균소득은 일반 사람들의 평균소득보다 많은 편이다.
돈이 있으면 좋은 학원에서 골라듣는 것도 가능하고 아이의 입시컨설팅도 붙여주기 쉽다. 무엇보다 자녀에게 관심을 줄 수 있는 경제적, 마음적, 시간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입시성공 = 가정에 얼마나 많은 교육자금이 있느냐?’
이미 대한민국에서 어쩔 수 없는 슬픈 상식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부모가 고학력 고소득이라고 모두 교육과 입시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고학력자 고소득이지만 교육에 실패한 케이스도 적지 않다.왜 이 가정들 이야기는 잘 안나오냐면 사람들은 성공은 자랑하고 싶지만 실패는 자랑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그래서 성공사례만 주변에 널리 알리지 실패사례는 굳이 알리지 않기 때문에 성공사례만 넘쳐 보이는 경우도 많다.
고학력 고소득 부모이지만 교육에 실패하는 경우 세가지다.
1. 내 아이를 모른다.
2.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른다.
3. 소통의 부재 그리고 간섭과 집착
이 세요인은 부모가 자녀를 망치는 실수 3종세트다.
대부분의 모든 문제는 이 세개로 압축할수 있고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이 세개가 다 조화되는건 최악의 경우다.대부분은 그래도 한 두개의 조합으로 이뤄지는거 같다.
(하나 하나 사례에 대한 것은 나중에 기회되면 서서히 다루겠다.)
정말 실제로 보면 대부분의 부모는 자기 자식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또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도 모른다. 아니 모른다기 보다 때론 인정을 안하는 경우도 많다.
가장 최악인 부모는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내 아이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모른채 강요하고 집착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게 뭔지는 모른 채 무턱대고 학원만 보내고 과외만 시키다보니 실패한 경우가 많다.
학원 등의 사교육 기관은 이용할 대상이지 아이의 교육을 온전히 맡길 곳은 아니다.
이건 공교육인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도 아이를 온전히 전적으로 믿고 맡기는 곳이 아니다.
현명한 부모는 이걸 직시하고 인정하고 활용한다.
어차피 대학을 나와도 절반 이상이 제대로 취업을 못하는 현실에서 국가가 알아서 해주겠지 하고 국가만 의지하는것도 너무 순수하다. 내 아이가 대학을 넘어 미래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넋 놓고 국가교육만 바라보지 말고 가정이 노력해야 한다.
물론 이게 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현명한 부모들도 많다. 내가 만난 자기주도력이 있고 진로지능이 높은 아이들은 성격도 다르고 처한 환경도 달랐지만 신기하게도 거의 다 부모님이 비슷하다. 이 부모님들은 학교와 학원을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면서 아이를 맡기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독서와 토론 또는 토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나눠 아이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 또 학습지나 문제집만 풀게 하는 게 아니라 인성교육 진로교육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거리를 두면서 중요한 것은 반드시 아이와 미리 상의해 본인의 의견을 펼치게 한다.
자녀 교육에 성공한 어떤 분은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아들이 하고 싶은 것을 시키면서 한 발짝 물러서되 아들에게 필요한 교육 전략과 정보를 모아서 줬다.
이 엄마는 아들이 초등학교까지 모든 부분에서 굉장히 느려 불안하고 조바심을 낼 법도 한데 결코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정신 사나운 교육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가정의 철학과 원칙에 맞게 정보를 선택하고 적용했다. 이 엄마는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볼 줄 알고 식견이 있는 교양 있는 분이었다. 이런저런 정보에 함부로 휩쓸리지 않는 강한 면모를 가졌다. 이 엄마는 학원과 진학할 학교를 고를 때도 확실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장단점을 잘 파악했다.
무엇보다 이 분의 가장 큰 장점은 내 아이에 대하여 어느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것이다. 내 아이의 강점과 약점과 한계까지 말이다. 그래서 잘 판단해서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엄마들은 주위 엄마들에게 주워들은 정보를 다른 정보와 비교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동네 아이가 성적 잘 나오고 입시 성공했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학원에 보내려고 한다. 이런 타입의 부모는 실적을 플랜카드에 써 붙인 학원의 광고에 쉽게 현혹당한다. 그야말로 학원의 ‘재정 담당자’ ‘봉’이 되기 쉽다.
자녀의 진로와 자기주도학습 능력의 부재로 고민이 돼서 나를 찾아온 학부모들의 경우 상처 받을까봐 차마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거의 부모에게 원인이 있다. 깊이 들어가면 다르지만 대부분 아무 생각 없이 사교육에만 많이 의존한다. 의존하다 못해 아이의 교육과 인생을 다 맡긴다.
그래놓고선 내가 해준 게 얼마나 많은데 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아이를 책망한다. 때로는 화풀이를 하고 비난까지 한다. 정작 본인은 아이와 소통 하지 않으면서 또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자기주도습관을 키워주지 않고 바로 학원만 보내셨으면서 애가 남다르길 바라는 것이다.
부모와 가정이 교육에서 슬그머니 빠지고 학교나 학원에만 ‘아웃소싱’하는 것이 자녀를 망가뜨린다.
현명한 부모는 아웃소싱 할 것과 하지 말것을 정말 기똥차게 잘 구분한다.
바로 이것이 요즘같이 휘황찬란한 교육 프로그램과 도구와 기법이 나와 어린 시절부터 돈을 많이 들여 교육함에도 불구하고 인재가 나오지 못하는 큰 이유인것 같다. 인재가 나오기는커녕 아이들의 학력이 점점 떨어지고 사고력이 떨어지고 자기 삶에 무기력하고 진로지능이 떨어지는 모순이 발생하는 이유다. 가정에서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과 자기성찰능력 등의 인성과 진로교육을 명확히 해야 오히려 교육 과소비가 사라지고 우리 가정이 교육 시장의 호구가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는 입시성공을 위해서는 돈이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요즘같이 교육 정책이 많이 바뀌는데 돈이 있어야 좋은 정보를 얻고 좋은 전략을 세워 자녀가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실상은 좋은 정보가 없어서 좋은 대학에 못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보가 좋은 것인지 분별 할 수 있는 안목이 없어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이다.
요즘처럼 불안을 강요하는 시대일수록
그 불안을 이용해 무엇인가 팔아대는 자본주의 사회일수록
빨리빨리보다는
차라리 엄마가 느긋하고 태만해야 길게보면 더 잘 키우는것 같다.
육아와 교육은 속도전이 아니니.
그래서 나는 학부모 연수나 강의 할 때 이 부분을 꼭 언급한다.4차산업혁명과 코로나 이후 인공지능이 일자리의 반 이상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는데 미래사회에서 살아갈 힘을 키우는 교육은 결코 학교나 학원에서만 해결해줄 영역이 아니다.
가정에서 해줘야 할 부분이 더 많아진다.
인성, 자기주도력, 창의성, 통찰력, 공감능력, 메타인지등이 중요한데 이런건 교과목과 지식만 채워준다고 되는 영역이 아니라 전인적인 것의 산물이라 가정에서의 생활이 중요하다.
그래서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가 독자적인 가치관과 판단력을 가지고 세상의 흐름에 휘둘리지 않는 철학과 소신을 갖추는 것이다.